[팜뉴스=김민건 기자] 작년 8월 세계혈우병연맹(WFH)이 기존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3판)을 개정해 '유지요법'을 새로운 원칙으로 세웠다. WFH 새 원칙은 '모든 환자에서 출혈이 전혀 없는 예방'이 목표다. 혈우병 환자는 평생 정맥주사를 맞아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혈우병 환자에 최적화 치료로 유지요법을 공식화 한 것이다. 이제 유지요법 개념은 응고인자 활성도를 사전에 유지하는 '예방요법'으로써 더욱 중요해졌다.

WFH의 새로운 치료 원칙은 반감기 연장 제제 등장과 함께 혈우병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 반감기 연장 제제가 등장한 이후 모든 예방요법에 연령, 체중, 출혈 유형에 따른 환자별 맞춤 치료가 권고되고 있다. 항암제처럼 '제대로 된 최적화 치료'가 필요하게 됐다. 혈우병A형 치료에서 ▲반감기 연장 ▲치료 순응도 개선 ▲표적 관절 출혈 보호 ▲개인 맞춤형 예방요법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혈우병A형 환자 63.7%가 1% 이상의 응고인자 활성도 유지를 목표로 치료받는다.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은 개인 맞춤형 예방요법을 위한 최적화 치료 시기와 반감기 연장 제제를 놓고 고민할 수 밖에 없다.

◆개인 맞춤형 혈우병 최적화 치료, 왜 필요한가

올해 3월 18~20일 열린 아시아태평양혈전지혈학회(Asian-Pacific society on thrombosis and hemostasis, APSTH) 온라인 연례학술대회에서 혈우병 최적화 치료 전략과 반감기 제제가치가 거론됐다.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이 참고할 만한 발표였다.

WFH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주요 저자로 참여했던 스티븐 파이프(Steven Pipe) 미국 미시건대학교 소아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관절을 보호하는 것이 환자를 보호하는 것: A형 및 B형 혈우병 개인 맞춤형 예방요법'을 주제 발표했다. 

스티븐 파이프 교수는 혈우병 치료 표준을 예방요법이라고 소개했다. 더 높은 혈액응고인자 최저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적화 예방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적화 예방요법에는 반감기 연장 혈액응고인자 8인자 또는 9인자 사용을 고려할 수 있음을 조언했다.

스티븐 파이프 교수는 그 이유를 "전통적 예방요법이 아닌 최적화 예방요법을 시행할 경우 혈액응고인자 최저치 3~5%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반감기 연장 제제는 투여 횟수 감소로 치료 순응도를 높이면서 연간 관절출혈 횟수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스티븐 파이프 교수는 반감기 연장 제제 혜택이 큰 환자 유형 3개를 들었다. ▲치료 순응도 개선 필요 환자 ▲표적관절 출혈 보호가 필요한 환자 ▲개인 약동학적 프로파일에 맞춘 예방요법 필요 환자 등이다.

◆혈액응고인자 유지 전략에 '반감기 연장 제제'가 최적화인 이유

혈우병 치료에서 혈액응고인자 최저치 3~5% 유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활성도 1% 미만 중증환자는 잦은 출혈로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어서다. 1~5% 중등도와 6~25% 경증 환자는 중증환자처럼 출혈이 심하지 않다.

스티븐 파이프 교수는 “현재 혈우병 환자 목표인 혈액응고인자 최저치 1%는 출혈 위험이 있다”면서 “지난해 업데이트한 가이드라인은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를 3~5% 이상 또는 그보다 더 높게 유지해야 한다”며 3% 이상의 응고인자 유지가 환자 사망위험을 낮춘다고 봤다.

혈우병 혈액응고인자와 치료제 투약 시간에 따른 반감기 변화(자료: 한국혈우재단)
혈우병 혈액응고인자와 치료제 투약 시간에 따른 반감기 변화(자료: 한국혈우재단)

문제는 기존 치료제로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3~5% 수준으로 적정하게 유지하기가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근래들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감기 연장 제제가 속속 개발돼 최적화 치료요법 대안으로 떠올랐다.

혈우병은 근본적 치료가 불가하다. 매번 혈액응고인자를 정맥 주사로 보충해줘야 한다. 혈액응고인자 보충량도 환자별로 다르다. 예로 응고인자 활성도가 1% 미만의 중증환자는 관절·근육 내 자연출혈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많은 응고인자 보충이 필요하다. 적정 수치를 유지하기 위한 응고인자 보충 기간과 투여 횟수가 환자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응고인자는 투여 후 활성도 수치가 점점 감소한다. 혈우병 8번 인자는 처음 투여했던 수치에서 절반으로 떨어지는 '반감기'가 12시간 정도다. 혈우병A 환자에게 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해 100%가 된다고 해도 12시간 뒤 50% 밖에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때 응고인자 수치를 적정하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면 투여 횟수를 줄이면서 출혈예방 위험도 함께 낮출 수 있다.

혈우병 치료는 부족 인자를 보충하는 게 핵심이다. 혈액응고인자 유지를 위한 최적화 예방요법에 반감기 연장 제제가 필요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다. 반감기 연장 제제는 혈액응고인자 투여 횟수를 줄여 예방요법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스티븐 파이브 교수는 예방요법 시행 전후 치료 순응도 변화를 분석했다. 혈우병A형 환자 30명에게 기존 치료제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한 결과 순응도는 60%에서 82%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예로 사노피젠자임이 지난 2020년 하반기 국내 선보인 반감기 연장 제제 ‘엘록테이트’의 경우 기존 치료제 대비 1.5배(50 IU/kg 기준 19시간) 연장된 효과를 보였다. 혈우병A 환자에게 표준 예방요법을 시행하면 주 3회 35~40 IU/kg의 8인자를 보충해야 한다. 52주 기준 연간 156일이다. 엘록테이트는 연장된 반감기를 통해 투여일 122일, 기존 치료제 대비 34일을 줄일 수 있었다. 엘록테이트를 3~5일 간격으로 1회 투여 시 50 IU/kg을 보충하면 혈액응고인자 3~5%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다케다제약 혈우병A 반감기 연장 제제 애디노베이트와 동일한 효과다. 엘록테이트 출시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확대됐다.

스티븐 파이프 교수는 "WFH는 관절 보호를 위해 3세 이전에 예방요법 시행을 권장한다. 예방요법은 모든 출혈을 예방하고 더 높은 혈액응고인자 최저치(trough level) 유지를 위해 시행하기에 어린 나이에 할수록 효과적"이라며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조기 시행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반감기 연장제제 반가운 또 다른 이유 “관절출혈에 효과적”

혈우병 환자에게 무서운 건 관절출혈이다. 국내 혈우병A형 환자 약 60%가 혈우병으로 인한 관절병증을 앓고 있다. 이 질환은 통증은 물론 관절 가동 범위를 제한해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린다. 

관절출혈은 무릎, 발목, 허벅지 등 체중 압력을 받는 관절에서 주로 발생한다. 성장기인 소아는 어깨, 팔목, 팔꿈치에서 잦은 출혈을 겪는다. 동일 관절에서 출혈이 반복되면 관절을 편하게 움직일 수 없는 '혈관절증(hemarthrois)'으로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에 스티븐 파이프 교수는 반감기 연장 제제를 사용할 경우 혜택으로 관절출혈 예방을 들었다. 스티븐 파이프 교수는 “표적관절에 일시적 문제가 있는 환자나, 활동적 일상을 하는 환자는 혈액응공인자 최저치를 더 높게 유지해 관절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1년간 주 2회 엘록테이트 10 IU/kg을 투여한 A형 혈우병 소아 환자 30명에게 예방요법으로 투여한 결과에서 확인됐다. 연간출혈률 중간값(MAJBR)은 14.5에서 2.2로, 학교 결석 일수는 17.38일에서 2.42로 현저히 개선됐다.

혈액응고인자 수준을 높게 유지하면서 관절출혈을 막기 위해선 반감기 연장 제제가 필요하지만, 이를 선택하는데 있어 약동학적(PK) 프로파일링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 PK 분석을 통해 혈액응고인자 보충 횟수와 보충량, 반감기 연장 제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파이프 교수는 “개인 PK 프로파일에 맞춰 반감기 연장 제제를 투여하면 주당 투여 횟수와 매주 투여 용량은 줄이는 대신 혈액응고인자 최저치 수준을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혈우병은 혈액을 굳게 하는 응고인자가 부족해 생긴다. 선천성이거나 유전성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총 12개의 혈액응고인자 중 혈우병A형은 8인자 결핍(Factor VIII deficiency)으로 발생한다. 신생아 남아 4000~1만 명당 1명꼴로 혈우병을 겪으며, A형 환자 20~30%는 가족력과 무관한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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