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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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신용수 기자] 여성에게 제약업계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기울기는 오히려 가팔라졌다. 지난해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남녀직원 간 임금 격차가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보다 더 벌어진 것. 여성 고용비율도 여전히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그쳤고, 기업별 평균 여성 임원 수도 2019년도에 이어 여전히 2명에 머물렀다. 

13일 팜뉴스는 지난해 매출 기준 상위 50곳 제약‧바이오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임직원의 성별 고용비율과 임금을 심층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1인당 연평균 급여는 급여 총액을 직원 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별 급여 규정상의 인건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선 50곳 대형 제약사의 남녀 간 평균 연봉은 남직원 7350만 원, 여직원 평균 5030만 원으로, 여직원 임금이 남직원 대비 72.3%에 그쳤다.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2220만 원을 더 가져간 것이다. 2019년도 상위 39개사 평균인 2000만 원과 비교했을 때도 더욱 벌어졌다. 임금 측면에서 볼 때 운동장의 기울기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남녀간 임금 격차가 매우 심각했다. 남직원 평균 연봉이 3억2900만 원인 반면, 여직원은 9700만 원에 그치면서 격차가 2억 원 이상 벌어졌다. 비율로 따지면 남직원 평균임금이 여직원 대비 3배 이상인 셈이다. 월급으로 따져도 1930만 원으로 2000만 원에 가까운 수치다. 평균 근속연수는 남녀 각각 4.1년, 3.5년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어 씨젠 4800만 원(월 400만 원), 하나제약 4400만 원(월 370만 원), 이연제약 3500만 원(월 290만 원), 유한양행 3300만 원(월 280만 원), 일양약품 3300만 원(월 280만 원), 동국제약 3200만 원(월 270만 원), 테라젠이텍스 3200만 원(월 270만 원) 순으로 연봉 격차가 크게 났다.

반면, 지난해에는 여직원 평균임금이 남직원 평균임금보다 높은 기업도 2곳 존재했다. 지난해 상위 39개 제약사에서는 1개의 기업도 나오지 않았던 점과 비교했을 때 고무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조사대상 기업 중 셀트리온과 명문제약 2곳에서 여직원 평균 연봉이 남직원보다 각각 200만, 300만 원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은 남직원과 여직원 평균 연봉이 각각 연봉 7900만, 8200만을 기록했고, 명문제약의 경우 남직원과 여직원 평균 연봉이 각각 3800만 원, 4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에 남녀 간 연봉 차이가 1000만 원이 넘지 않는 제약사는 코오롱생명과학 400만 원(월 30만 원), 콜마비엔에이치 500만 원(월40만 원), 알리코제약 600만원(월50만 원), GC녹십자 800만 원(월 70만 원) 등 총 4곳이었다. 이외에도 동구바이오제약 1100만 원(월 90만 원), 바이넥스‧안국약품‧휴젤 1200만 원(월 100만 원) 등 4개 기업도 남녀 간 평균 월급 격차는 100만 원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근속기간의 경우 남녀간 격차가 2019년 조사보다 조금 좁혀졌다. 지난해 남직원 평균 근속기간은 7.6년으로 2019년 기준 8.0년보다 0.4년가량 감소했다. 여직원의 경우에도 6.1년으로 2019년 6.3년보다 0.2년가량 감소했지만, 남성보다는 근속기간의 감소 폭이 작았다. 연봉의 폭은 커졌지만, 근속기간은 줄어든 셈이다.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근속연수가 많거나 차이가 없는 기업도 상당수 존재했다. 동구바이오제약(1,2년)과 알리코제약(0.2년), 일동제약(2년), 콜마비엔에이치(0.3년)는 오히려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많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씨젠은 남녀간 평균 근속연수 차이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놓고 볼 때, 근속연수의 격차는 줄어들었는데 연봉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가파른 기울기는 여성 임원 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상위 50개 제약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7.2%로 지난해 7.8%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감소했다. 거의 남성 임원 14명당 여성 임원이 1명꼴로 있는 셈이다. 

비록 평균 여성 임원 수는 2명으로 전년(1.6명)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남성 임원 대비 한참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었다. 국내 제약업계에 진입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여성 임원 비율과 비교했을 때 국내 제약업계는 여전히 여성 임원 선임에 냉정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기업이 두 자릿수를 넘겼다. 경동제약, 국제약품, 대웅제약, 대한뉴팜, 대한약품, 바이넥스, 삼천당제약, 씨젠, 안국약품, 알리코제약, 일양약품, 종근당바이오, 테라젠이텍스, 환인제약, 휴온스, JW생명과학, JW중외제약 등 17개 기업이 여성 임원 ‘제로(0)’를 기록했다. 

여성 임원이 단 1명인 기업도 많았다. 경보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메디톡스, 명문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신풍제약, 영진약품, 유나이티드제약, 유한양행, 이연제약, 일동제약, 제일약품, 코오롱생명과학, 콜마비엔에이치 등 16개 기업이다. 여성 임원이 없거나 1명인 기업을 모두 합치면 33개로 상위 50개 기업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반면,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여성 임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약품은 10명의 여성 임원을 보유해 50개 기업 중 유일한 여성 임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여성 임원 비율도 24.4%로 높은 편이었다.

여성 임원 비율로 봤을 때 1위는 부광약품이었다. 17명 임원 중 여성 임원 6명으로, 임원진의 35.3%를 여성으로 채웠다. 이외에도 종근당 6명(14.6%), 셀트리온 6명(12.2%), 한독 5명(31.3%), 하나제약 4명(19.0%), 대원제약 4명(12.1%) 등이 여성 임원을 다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 고용비율은 평균 31.1%로 지난해 29%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여성 고용비율이 49.6%로 절반에 육박했다. 사실상 남성과 거의 같은 비율을 기록한 것. 여성 임원을 1명 고용한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였다.

이외에도 대한약품, 휴젤, 한독, 메디톡스, 씨젠, 셀트리온, 명문제약, 알리코제약, 테라젠이텍스 등이 40%가 넘는 여성 고용비율을 나타냈다. 30%가 넘는 기업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광약품, 한국콜마, 동구바이오제약, 휴온스, 바이넥스, 동국제약, 일동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환인제약, 신풍제약, 콜마비엔에이치, 대원제약, 유나이티드제약, 보령제약으로 두 자릿수 이상이었다.

반면, 14.3%로 최하위를 기록한 종근당바이오를 필두로 코오롱생명과학, 광동제약, 안국약품 등의 경우 여성 고용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성차별 면접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동아에스티는 여성 고용비율 28.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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