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온라인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서울형 상생방역 ‘서울형 상생방역’에 대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출처=서울시 유튜브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은 12일 온라인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서울형 상생방역 ‘서울형 상생방역’에 대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출처=서울시 유튜브 캡처]

[팜뉴스=신용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역에 있어 정부 지침과 독자노선을 택했다. 업종별 영업시간을 완화하는 대신 자가진단 키트를 도입하겠다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발표한 것. 오 시장은 방역당국과 협의 이후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오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독자적 방역 노선을 강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의료계에서는 업종별 영업시간 완화 및 자가검사 키트 도입 모두 무리수라면서 오 시장이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훈 시장은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온라인 코로나19 브리핑을 열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 ‘규제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면서 ‘서울형 상생방역’에 대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서울형 상생방역의 핵심은 크게 ‘자가진단 키트 도입’과 ‘서울형 거리두기 추진’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자가진단 키트를 도입해 유흥업소‧노래방 등 고위험 업소 출입 전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것.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가진단 키트 관련 “오늘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중앙정부가 자가진단 키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한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형 거리두기는 ‘업종‧업태별 맞춤형 방역수칙 완화’을 골자로 한다. 업종에 따라 방역수칙을 완화해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이번 주말까지 매뉴얼을 마련하고 다음 주에는 시행 방법 및 시행 시기 등에 대해 중대본과 협의를 시작하겠다”며 “전면 시행 전 시범 실시하는 경우에도 중대본과 협의를 거쳐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의 서울형 상생방역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정부 지침과 서울시의 대책이 상충해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중대본이 12일부터 수도권 및 부산 지역 내 유흥업소운영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만약 오 시장이 방역수칙 완화에 나선다면 정부와 서울시의 지침 중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법조계는 우선 오 시장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해석했다. 현행법상 광역지자체장에게 독자적 방역수칙을 시행할 권한이 있다는 것.

의료법 전문가인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보면 집합금지 등을 규정한 49조를 포함해 대부분 조항이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도 독자적인 방역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서울시장이 중대본 등 정부의 입장과 다른 독자적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불법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 내 유흥업소는 12일부터 중대본 조치로 영업 정지됐지만, 오 시장이 서울형 거리두기 시행을 통해 영업정지를 풀고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한다면 영업 재개 및 영업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정 변호사는 “만약 오 시장이 중대본과 협의에 실패해 독자적으로 방역수칙을 완화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조정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헌재가 권한쟁의사건 심리에 소극적인 편이라 현실화될 가능성이 아주 크지는 않겠지만, 오 시장이 독자적 노선을 강행할 경우 정부가 당장 제지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방역대책에서 정부와 지자체 간 충돌은 주로 서로 챙기지 못해서 충돌하는 경우였지만, 이번 사례는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엇박자 행보를 보인 최초의 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사실 이같은 충돌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행정력 낭비고 정치 실패다. 정부와 서울시의 현명한 조율로 더 이상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는 오 시장의 서울형 상생방역을 ‘어불성설’로 규정하고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매일 확진자가 수백 명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방역 강화에 고삐를 좨야 할 시기라는 것.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하루에도 600명씩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국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거리두기 등 방역단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오 시장은 방역단계를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주점이나 유흥업소 등 고위험군 업종에 대해 영업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한다. 이건 다 같이 죽자는 ‘공멸방역’이지 결코 상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자가진단 키트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진단의 정확성이 떨어져서 방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 

김 교수는 “자가진단 키트는 현재 국내 허가된 제품도 없거니와, 설사 도입을 한다고 해도 정확도 또한 기존 RT-PCR(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 대비 확연히 떨어진다”며 “자가진단 키트를 통해 고위험군 업소를 방역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말했다. 

신속진단키트의 유효성에 대한 문제는 최근 국내 학계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이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입원 전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국내 1호 신속진단키트인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제품을 RT-PCR 검사와 비교한 결과 민감도는 17.5%, 특이도는 100%로 나왔다. 민감도는 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할 확률로, 민감도가 낮으면 감염자를 음성으로 판정하는 ‘위음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에는 여야도 없고 정부와 지자체의 구분도 없다. 모두가 합심해서 코로나19 차단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오 시장은 부디 위험한 실험을 중단하고 과학적 판단에 바탕을 둔 방역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꼭 정부와 차별화된 방역대책을 세우고 싶다면 차라리 짧고 굵게, 단기적인 초강력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길 추천한다. 이것이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를 차단할 진정한 ‘상생방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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