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1차요법 급여 확대 기회가 무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고배를 마신 원인은 임상 데이터 통계의 함정이었다. 서양인에서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있는 반면 아시안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1차요법 급여로 인정할 만큼 아시안 임상데이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준의 매력적인 제안이 필요하게 됐다. 업계는 암질심을 설득할 아시안 데이터를 가져오거나, 1·2세대 TKI 치료제 수준의 약가를 제시해야만 가능하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 이는 다른 의미로 당분간 1차 급여는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다.

심평원은 지난 7일 암질심을 열어 EGFR-TKI 저해제 타그리소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S) 환자에서 1차치료 급여 적용이 적합한지 심의해 '부적합' 결론을 내렸다.

작년 5월 급여 확대안이 암질심에서 부결된 지 1년 만에 되풀이된 결과다. 1차급여 확대 관문에서 미끄러진 큰 이유로는 “아시안 대상으로 타그리소 1차 투여 시 서양인과 달리 효과가 부족하다”는 질문을 반박할 데이터를 내지 못한 점이 꼽힌다.

2019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EGFR 환자에 타그리소를 1차 투여 시 전체 생존기간(OS) 최종 데이터를 담은 '글로벌 FLAURA 3상' 결과가 공개됐다. 내용을 보면 서양인에서 무진행생존기간(mPFS)은 43.3개월, 대조군(1·2세대 TKI치료제 이레사·타쎄바)은 24.3개월로 명확한 개선 효과가 있었다. 생존기간 위험비(Hazard Ratio, HR)도 0.542%로 유의했다.

그러나 아시안은 타그리소(37.1개월)와 대조군(35.8개월) 간 큰 차이가 없었고 HR도 0.995로 사실상 임상적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사용 시 서양인은 효과가 있지만 아시안에서는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암질심은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2019년 10월과 2020년 5월 타그리소의 1차요법 급여 적용을 심의해 부적합 또는 보류 판정을 내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작년 아시안 임상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중국인 대상 'FLAURA China' 연구를 암질심에 추가 제출했다. 그러나 이 데이터 또한 국내 폐암 전문가로부터 그 유효성과 임상적 의미를 인정받지 못했다. FLAURA China OS 중앙값(33.1개월)이 대조군(25.7개월) 대비 7.4개월 연장 효과를 보인 반면 HR은 0.85로 높았고 95% 신뢰구간도 0.56~1.29였기 때문이다. 통계적 의미가 없다고 해석됐다.

타그리소 중국 연구결과

 

장기 생존율(3년 시점)도 ‘글로벌 FLAURA 3상’은 타그리소(54%)와 대조군(44%)이 10%라도 차이를 보인 반면 FLAURA China는 타그리소(38.6%)와 대조군(32.6%)이 6%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아시안 EGFR 변이 NSCLC 환자에 1차 투여 시 효과가 있냐는 부분에서 글로벌 FLAURA 3상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FLAURA China 임상 마저도 “앞선 결정을 뒤집을 만한 데이터가 아니다”는 결정이 이번에 내려진 것이다. 

국내 폐암 전문가인 A교수는 “타그리소 글로벌 임상에서 아시안은 효과가 없었다. 중국 임상을 추가 제출, 급여 신청을 했음에도 앞선 암질심 결정을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던 게 가장 큰 부결 이유”라고 전했다.

다국적사에서 항암제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중국 임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왔다고 해서 1차급여 협상 테이블에 앉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해당 데이터로만 급여 확대는 부족하다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시한 약가로는 급여를 못 주겠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만큼 타그리소를 1차급여에 넣고 싶다면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아시안 데이터를 제시하거나,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약가로 내리는 등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600만원대 타그리소, 1·2세대 TKI 약가 수준이면 1차 가능할까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요법 급여 적용을 위해 정부가 요구하는 재정분담안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제 고가의 타그리소 치료 비용과 국내 건보 재정, 항암제 약제비를 고려한 묘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타그리소 1싸이클 치료비는 대략 600만원대이다. 1세대 EGFR-TKI 표적치료제 이레사·타쎄바는 100만원대, 2세대 지오트립은 13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FLAURA 3상' 연구에서 대조군인 이레사·타쎄바 PFS는 10개월이고 타그리소는 18.9개월이었다. 타그리소가 이레사·타쎄바 대비 약 9개월의 PFS 개선 효과를 보였고, 약가 차이는 6배다.

이는 타그리소의 임상적 유용성을 떠나 PFS 개선 효과로만 약가 적정성을 따졌을 때100만원대인 이레사·타쎄바 보다 9개월의 PFS 개선 효과를 보이는 타그리소의 적정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지난 2019년 ESMO에서 글로벌 FLAURA 3상 OS 최종 결과 발표 이후 국내 폐암 전문가들은 전문지와 인터뷰에서 타그리소 1차요법 진입 시 적정 약가를 밝힌 바 있다. 여러 폐암 전문 교수들은 200만원~300만원이 적정하다고 봤다. PFS 10개월 개선 효과를 보인 이레사·타쎄바가 100만원대라면 이보다 9개월 더 질병 무진행을 보인 타그리소 적정 약가는 600만원이 아닌 대폭 낮은 약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동일한 시각이다.

그러나 이같은 약가는 영국 본사의 가격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법인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타그리소의 국내 매출액은 115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인 이레사·타쎄바, 2세대 지오트립을 사용 후 T790M 변이가 확인된 환자 치료에 사용된 비용이다. 이레사·타쎄바, 지오트립 투여 환자를 타그리소로 전환할 경우 그 비용은 약 3000억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3000억원대 규모는 현재 국내 건보 재정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효율화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건보 항암제 약제비는 1조2079억원을 넘어섰다.

폐암 전문가 A교수는 "국내 건보 등록 항암제가 200종이 넘는다. 재정 환경을 고려하면 3000억원 이상이 타그리소 약제비에 쓰이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암질실에서 아시안 임상데이터를 부족으로 여러번 부적합 판정을 내린 만큼 1차급여 해결책은 약가를 낮춘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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