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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횡행하는 사후피임약·임신중단약 불법 유통 
여전히 횡행하는 사후피임약·임신중단약 불법 유통 
  • 신용수 기자
  • credit@pharmnews.com
  • 승인 2021.04.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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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약 사후피임약·미허가 임신중단 약물 미프진 판매 사이트 다수 발견
모바일 메신저로 상담‧지도하기도, 판매자는 “2년 동안 사고 없었다”
전문가들은 “불법 유통 막으려면 사후피임약·임신중단약 접근성 높여야”
사후피임약을 판매 중인 한 구매대행 사이트. [출처=해당 사이트 캡쳐]
사후피임약을 판매 중인 한 구매대행 사이트. [출처=해당 사이트 캡쳐]

[팜뉴스=신용수 기자] 임신을 방지‧중단하는 약물들의 불법적 유통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약인 사후피임약을 비롯해 아직 국내에서 허가가 완료되지 않은 임신중단약 ‘미프진’ 등을 판매한다는 홈페이지가 여전히 만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지도 상당한 시일이 지난 만큼, 사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거나 최소 사후피임약을 안전하게 응급 처방할 수 있는 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저기… 혹시… 사후… 약 받을 수 있을까요?”
 
부끄럽고 당황한듯한 목소리였다. 기자는 지난 주말 늦은 저녁 아내의 약을 사기 위해 심야까지 운영하는 약국을 방문했다가 한 남녀를 목격했다. 커플로 보이는 이들은 약사에게 사후피임약을 구매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약사는 “사후피임약은 전문약이라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처방전이 없으면 약을 줄 수 없다고 공지했다. 이들의 안색에 난감함이 비쳤다. 이내 이들은 황급히 약국을 떠났다.

문제는 당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후피임약은 관계 후 최대한 빠르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사후피임약은 합성 프로게스테론(여성호르몬의 일종)을 다량 복용해 착상을 방해하는 원리로 작용하는데, 관계 후 최대한 빠르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 후 24시간 이내 복용 시에는 성공률이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급속도로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관계 후 72시간 안에는 복용해야 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의사 진료가 어려운 주말에 관계했다면 사후피임약을 당일 처방받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이들 남녀처럼 사후피임약이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 처방 시 기록이 남을 것으로 생각하고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노린 이들이 바로 ‘불법 판매자’들이다. 인터넷에서 ‘사후피임약 직구(직접구매)’를 검색하면 사후피임약을 판매한다는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태국 물건 구매를 대행한다는 한 사이트에서는 “헝가리 제품으로 신뢰가 높은 약”이라며 “한국에서는 전문의약품이지만 태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구매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현재 국내에서 아직 허가가 완료되지 않은 임신중단 약물 ‘미프진’을 판매하는 업체도 여전히 횡행했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구매자와 상담도 진행하고 있었다.

팜뉴스 취재진은 미프진을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한 판매자에게 접근했다. 판매자는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임신 확인을 어떻게 했는지 물어본 뒤, 연령대를 비롯해 지병‧약물 복용‧모유 수유 여부 등을 차례로 질문했다. 판매자는 이어 다른 복용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보여주면서 취재진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해당 판매자는 “2년간 운영해오면서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며 “세계적으로 검증된 안전한 제품을 보내드리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24시간 복용 관리를 하니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연락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홈페이지에도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캡처한 후기를 볼 수 있었다. 

 

취재진은 임신중단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약물 불법 판매자와의 연락을 시도했다. [출처=카카오톡 캡처]
취재진은 임신중단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약물 불법 판매자와의 연락을 시도했다. [출처=카카오톡 캡처]

약사 사회는 이 같은 불법적인 임신 방지‧중단 의약품 판매에 대한 대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실제로 사후피임약을 구매하러 오는 사람 중 상당수가 처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온다. 심지어 처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서 사후피임약 구매를 시도하는 경우도 꽤 있다”며 “처방이 필요한지 모르거나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온라인 구매 같은 불법적 방법을 택할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반약도 일부 안전상비약을 제외하면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전문약의 경우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더군다나 사후피임약이나 임신중단 약물은 호르몬 체계를 교란하는 까닭에 여성의 몸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약물로 전문가의 지도가 꼭 필요하다. 임의로 판‧구매하는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임신중단 약물에 대한 허가를 최대한 빠르게 완료하고, 나아가 이번 기회에 과거 무산됐던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은 “사후피임약이나 임신중단 약물의 불법 유통을 막는 방법은 복용을 원하는 환자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사후피임약의 경우 일반약 전환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낙태죄가 사라진 현시점에서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청소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긴급처방 시스템이라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중단 약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허가가 완료되고 국가 관리하에 판매가 이뤄진다면 이런 음성적 판매 경로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며 “식약처가 최대한 빨리 허가될 수 있도록 심사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 허가 이후에도 최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정책팀장도 “현재 식약처가 임신중단 약물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데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야 하는 등 여러 제약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때 여성의 임신중단 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팀장은 아울러 사후피임약의 경우 제도 개선과 인식 개선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후피임약을 처방받더라도 건보공단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 

이 정책팀장은 “사후피임약의 경우 현재도 비급여로 구매‧처방하는 까닭에 건보공단에 기록이 따로 남지 않는다”며 “불법으로 유통된 약품들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사후피임약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병원을 최대한 빨리 방문해 처방을 받고 구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학계에서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고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피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여성 신체의 안전성 제고를 위해서 피임약 분류를 재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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