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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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최선재·김응민 기자] 중견·중소 제약바이오사들의 실적 악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3월 말이 다가올 때마다 이들 기업 임원과 공시 담당 직원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다. 악화된 실적을 숨길 수도 실적 공시를 미룰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해는 어땠을까. 이들의 실적은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이 부실한 기업들이 상당수였다. 중견·중소 제약바이오사들의 올해 과제가 수익성 개선으로 떠오른 까닭이다. 

하지만 일부 진단키트 기업들이 코로나 훈풍을 타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점은 그나마 희망적이었다. 팜뉴스가 심층 기획으로 중견중소 제약바이오사들의 2020년 영업실적을 ‘현미경’ 분석한 결과를 전격 공개한다. 

2일 상장 중견·중소 제약바이오사 54곳 (누계 매출 기준)의 공시자료를 자체 분석 결과, 전년에 비해 대부분 외형 확대에 성공했지만 수익성 지표는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몸집’은 커졌다. 전체 54곳 중 40곳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7곳 이상의 중견·중소 제약바이오사들이 매출 성장 가도를 달렸다. 특히 증가세를 보인 40곳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3,892.2%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피씨엘(153,277.1%)을 제외하면, 나머지 39곳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61.8%였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사들 대부분이 매출이 증대됐다는 측면에서 회사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커진 2020년이었다. 다만, 쎌바이오텍 등 14곳은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영역의 전년 대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기업은 절반에 달했다. ‘적자지속’ 또는 ‘적자전환’ 기업이 54곳 중 21곳이었다. 이중 ‘적자지속’ 기업은 제넥신 등 13곳, ‘적자전환’ 기업은 차바이오텍 등 8곳이었다.

오스코텍 등 8곳은 영업이익 부분에서 ‘흑자 전환’을 이뤄냈지만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그 이상이라는 점에서 올해는 중소·중견 기업들의 내실 다지기가 절실하다.

수익성의 또 다른 지표인 당기순이익 측면에서도 절반 이상의 기업이 저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전체 54곳 중 23곳의 기업이 전년대비 ‘적자전환’ 또는 ‘적자지속’을 기록했다. ‘적자지속’은 오스코텍 등 14곳, ‘적자전환’은 국전약품 등 9곳이었다.  

결론적으로 조사대상 54곳 중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기업은 14곳이었다. 영업이익 적자전환·지속을 기록한 곳은 21곳,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지속으로 집계된 기업은 23곳이었다.

≫ 매출 역성장에 수익성 악화까지…‘실적 쇼크’

‘트리플 악재’로 곤혹을 치룬 기업들도 있었다. 지난 한 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외형이 줄어든 것도 모자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마저 적자로 돌아서거나 적자를 지속하는 기업들이 6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매출 역성장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은 셈이다.

그중에서도 네이처셀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4억원, -18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네이처셀 측은 이 같은 실적 악화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 여파가 컸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장기화 및 경기 침체의 여파로 해외 관계기업의 실적이 악화했고, 이로 인해 관련 매출이 크게 줄었다”라며 “매출 감소에 따라 일부 사업부 자산에 손상차손을 반영했고, 이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손상차손이란 당해 자산의 가치감소가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 당해 자산가액을 감액해 당기손실로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다른 표현으로 ‘평가손실’이 있다.

이외에도 레고켐바이오, 유바이오로직스, 한국유니온제약 등의 기업들이 매출 역성장과 영업이익 적자전환을 기록했고, 조아제약과 엔지켐생명과학은 매출액 마이너스 성장, 영업이익 적자를 지속하며 부진을 겪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당기순이익에서도 적자적환·적자지속을 겪으며 ‘실적 쇼크’에 빠졌다.

≫ ‘진단키트’ 4형제 ‘빛나는 활약’

하지만 암울한 그림자만 드리운 것은 아니었다. 진단키트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압도적인 매출 성장 곡선을 보여줬다. 

피씨엘은 15만 3277.1%의 성장률로 전체 54곳 중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매출액은 불과 3500만원에 불과했지만 1년만에 536억으로 급성장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도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단숨에 올라선 것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 1호 기업’ 바이오니아도 다르지 않다. 바이오니아의 매출 성장률은 470.3%로 전체 54곳 3위를 차지했다. 2019년 매출액은 362억었지만 지난해는 2069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분자진단 원재료, 진단장비 등 매출이 단기간에 증가하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지표도 흑자도 돌아섰다. 

인트론바이오와 녹십자엠에스도 매출 성장률 측면에서 각각 4위와 9위를 꿰찼다. 인트론바이오의 매출 성장율은 444.3%, 녹십자엠에스는 39.1%를 기록했다. 이들 역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도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단키트 4형제’는 실적 뿐 아니라 주가에서도 두각을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직전(2월 1일) 피씨엘 주가는 9320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기준 피씨엘 주가는 5만 3400원으로 뛰어 올랐다. 473.0%의 주가 상승률이었다. 

바이오니아와 인트론바이오의 주가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60.6%와 119.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니아는 6600원에서 1만 7200으로, 인트론바이오는 1만 1750원에서 2만 5800원으로 올랐다. 녹십자엠에스는 4975원에서 9960원으로 100.2%의 상승률을 보였다. 

시가총액 곡선도 주가 상승과 비례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피씨엘과 바이오니아의 시가총액은 각각 5382억원, 4322억원이었다. 인트론바이오와 녹십자엠에스의 시총 규모도 각각 8636억원과 2103억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진단키트 기업들이 중소·중견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분위기 속에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인 것. 코로나19 훈풍을 타고 주가와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중견·중소 제약바이오사들이 진단키트 4형제의 경영 전략을 참고한다면, 내년 3월 말, 우울한 실적 공개 시즌을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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