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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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신용수 기자] 프랑스 제약사 세르비에가 500여 명을 죽음으로 내몬 다이어트약 ‘메디아토르’ 사태로 29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세르비에는 벌금 및 피해자에 대한 합의금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환자들이 업계를 상대로 이 같은 배상을 받아낸 사례가 드물다. 아직 국내에는 집단소송제가 금융권을 대상으로만 국한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부터 집단소송제를 전 업체 확대 추진하고 있어 제약업계가 현재 긴장하고 있다. 자칫하면 줄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작지 않은 까닭이다. 법조계는 소송에 패소해도 해외 수준의 금전적 손해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제약업계는 약을 다루는 업계 특성상 집단소송제 확대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파리 형사법원은 이날 심장 질환을 유발하는 당뇨병 치료제 ‘메디아토르’를 개발‧판매한 세르비에에 대해 살인, 과실치사, 기망 등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메디아토르는 애초에 당뇨병 치료제로 나왔지만,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체중 감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수 처방됐다. 

이후 메디아토르를 복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심각한 심장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프랑스 당국은 2009년 메디아토르의 판매를 중지했다. 현재 메디아토르를 먹고 숨진 사람은 500여 명으로 집계됐지만, 학계에서는 최대 2000여 명여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원은 세르비에에 이번 유죄 판결로 270만 유로(약 36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동시에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6500여 명에 대한 손해배상도 명령했다. 제약업체는 이미 다수의 피해자와 최소 2억 유로(약 2600억 원) 규모의 합의금 지급을 약속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약업계가 이 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을 치른 경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프랑스 사건이 곧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당정이 집단소송제 확대를 천명한 까닭이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금융업계에만 적용 가능한 집단소송제를 전 업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당은 이미 지난해 9월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백혜련 민주당 의원 명의로 대표 발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비롯한 기업계는 소송 남발로 인해 기업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상황이다.

특히 제약업계는 집단소송제 확대로 인한 여파는 제약업계가 가장 크게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물론 피해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집단소송제 자체 취지에 반대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다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제약업계는 약을 다루는 만큼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그만큼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집단소송제 도입 시 가장 먼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제약업계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의료계와 제약업계, 관계부처와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과 피해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논의해아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만약 전문의약품에 대한 소송이 불거질 경우, 처방한 의사들까지 확인해야 한다. 처방 전 환자 상태 확인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도 쟁점이 될 것”이라며 “또 항암제 등 부작용을 감수하고 먹는 약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처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환자가 동의했는지 등을 놓고 또 다른 책임 소재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 집단소송제 시행 전 반드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집단소송제 확대가 기업 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소송에 패소해도 해외 수준의 금전적 손해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냈다.

의료보건 분야 법조 전문가인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일단 집단소송제 확대가 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소송이 늘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들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다만 아직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어내거나 하는 등의 경우는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약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성격상 의료 소송에 가까운데, 의료 소송의 경우 변수가 많아 피해를 명확히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과거 에이즈 환자의 혈액으로 혈우병 제제를 만든 녹십자를 상대로 해당 제제를 투여받은 혈우병 환자들이 소송을 걸었을 때도 조정으로 끝난 바 있다. 소송으로 인한 업계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는 소송 자체가 기업 활동에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보다도, 소송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가 미치는 악영향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건강과 관련 있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송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집단소송제 존재만으로도 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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