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가 유럽의약품청의 긴급사용 승인을 얻어낸 가운데 셀트리온의 성공 요인에 대한 최고 석학(碩學)의 날카로운 분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대 의대 방영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셀트리온이 치밀한 임상 디자인으로 식약처와 EMA의 관문을 뚫어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이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자본주의는 ‘캐피털리즘(Capitalism)’이다. 사회주의 ‘코뮤니즘communism’이다. 한글로 ‘주의’ 또는 영어로 ‘ism’은 학설이나 사조가 단순히 사회 현상을 넘어서 일종의 패러다임에 변혁을 일으킬 때 사용된다. 그만큼 ‘이즘’이란 단어의 파급력은 막강하다

‘셀트리오니즘’은 한국경제신문 전예진 기자가 최근 펴낸 책의 제목이다. 한때 사기꾼 기업으로까지 취급받던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판도를 바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요인들을 분석한 책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셀트리오리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기자가 칭한 ‘셀트리오니즘’이란 키워드가 다소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셀트리온은 그야말로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식약처 조건부 허가는 물론 ‘통곡의 벽’으로 여겨진 유럽 의약품청(EMA)의 긴급 사용 승인을 얻어낸 ‘파죽지세’ 탓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30일 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에서 셀트리온이란 키워드가 수차례 등장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서울대 의대 방영주 교수는 “글로벌 3상 전주기 완주를 위한 도전과 전략”이란 주제 강의 도중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3상은 보통 기존 치료제보다 우월성을 보이는 것이 원칙이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월성을 볼 때 가장 유리한 것은 표준 치료가 없는 상황이다”라며 “표준 치료가 없는 경우, 위약과 비교하는데 그것은 굉장히 좋은 기회다. 표준 치료제 좋은 것이 있을수록 상황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방영주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는 주목할만하다”며 “ “아직까지 시중에 알려진, 특히 우리나라에 알려진 게 없었다. 임상에서 렉키로나주와 위약을 비교하는 우월성 입증 연구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임상 3상에서 신약은 기존에 표준 치료제 대비 ‘우월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해서는 표준 치료 라인이 없었다. 실제로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국내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일라이릴리의 항체 치료제 등이 있었지만 코로나19 관련 국내 ‘표준’ 치료제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셀트리온은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방영주 교수는 전세계가 인정하는 석학이다. 그는 글로벌 학술 정보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지난해 11월 논문 피인용 횟수가 많은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 HCR)에 포함된 한국인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4명 중 한명으로 최근 ‘노벨 생리학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그는 “임상 시험할 때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국가 선정이다”며 “글로벌 3상은 나라가 중요하다. 특정질환의 역학적 발생 숫자 때문에 일부 약제에서 나타나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인종적 차이, 임상시험 패턴, 보험 등에 이슈에 따라 나라를 설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같이 코로나 환자가 400명 정도 발생하는 나라에서는 경증과 중증 말고 중등도(moderate) 환자들은 매우 드물다”며 “더구나 부산에서 발생한 환자가 임상시험을 위해서 서울로 이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방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임상 시험 등록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얘기”라며 “하지만 셀트리온은 루마니아 등의 나라에서 임상을 진행하면서 결국 환자 등록 문제를 해결했다. 임상시험 도중 환자 등록이 늦어지면 3상이 종국적으로 실패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렉키로나주는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평했다. 

물론 셀트리온은 글로벌 2상 자료를 토대로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얻어냈다. 하지만 환자 모집이 미국, 루마니아 등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을 국내에서 진행하다가 환자 모집 난항으로 위기를 겪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영주 교수는 “렉키로나주는 중증 환자에서는 효과가 없다. 경증 환자에서도 효과를 보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중등도를 중심으로 적응증 설정을 한 것이 성공요인이다. 이처럼 어떤 적응증의 환자를 임상 시험에 등록할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식약처에 허가된 효능‧효과는 고위험군 경증에서 중등증 코로나19 성인 환자의 임상 증상 개선이다. 즉 일반 경증환자 또는 중증 환자가 아닌, 중등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환자 모집한 것이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이었다는 게 방 교수의 평가다. 

이날 열린 행사의 취지는 ‘K-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셀트리오니즘’의 분위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세계적인 석학이 공식 행사에서 K-블록버스터 임상의 롤모델로 셀트리온을 수차례 지목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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