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특허만료 블록벅스터인 비아트리스 코리아(구 한국화이자업존)의 신경병증 통증치료제 리리카(프레가발린)가 제네릭 공세에도 역주행 중이다. 제네릭 출시로 보험약가가 떨어졌지만 오히려 매출액이 올랐다. 영업·마케팅·임상 분야에서 이어온 노력을 의료현장과 환자들에게서 인정받고 있다.

이는 B형간염치료제, 항궤양제, 고지혈증치료제, 금연치료제 등 질환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오리지널 제품 위상이 특허만료로 흔들리는 가운데 '구관이 명관'이라는 격언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리리카는 지난 2017년 8월 특허만료 이후에도 제네릭 방어에 성공하면서 연매출 600억원대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경병증성통증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000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이중 리리카 연매출은 65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33%를 차지한다. 국내 출시 15년을 맞은 의약품이지만 1위 자리를 제네릭에 내주지 않고 있다. 

팜뉴스가  26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프레가발린 성분 현황을 확인한 결과 123개사 347품목이 품목허가를 받고 경쟁 중이다. 여기에는 캡슐형, 캡슐형 저용량, 서방정, 정제 등 다양한 제형이 포함돼 있다.

특허장벽으로 제네릭 공세를 위축시킨 뒤 제형·용량 다양화 전략으로 매출 감소를 최소화했다. 여기에 지난 15년 동안 쌓아온 임상데이터와 사회공헌 활동으로 '처방 충성도'를 확보한 점이 수세 성공 비결로 꼽힌다.

◆제네릭에 쫓기던 리리카, 특허장벽+저용량·서방정 다변화 모색

비아트리스 코리아(당시 한국화이자업존)는 2006년 3월 1일 국내에 리리카를 출시했다. 리리카 적응증은 ▲성인에서 말초와 중추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 ▲간질 ▲섬유근육통 치료이다. 리리카 처방의 90% 이상이 신경병증성 통증에서 나온다.

리리카는 통증 적응증 특허를 통해 지난 15년간 국내 시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다 지난 2017년 '신경병증성 통증치료 용도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제네릭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어오고 있다.

리리카와 제네릭 경쟁 구도는 이보다 앞선 2012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리리카 물질특허 만료로 씨제이헬스케어(현 이노엔, inno.N)가 제네릭 출시 포문을 연 이후 국내사들이 줄줄이 경쟁 노선에 뛰어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아트리스 코리아는 특허전략으로 제네릭 진입을 저지했다. 리리카 용도특허(만성통증, 2017년 8월 14일)가 남아있다며 제네릭 출시 제약사 13개사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비아트리스 코리아는 제네릭 허가·출시로 시장 독점권에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도 요구했다. 이 소송은 씨제이헬스케어가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국 리리카 특허침해 사실이 인정돼 종결됐다.

결국 국내사들은 리리카 용도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비아트리스 코리아는 제네릭이 확보하지 못한 용도특허를 활용해 후발 주자 시장 진입을 잠시 늦추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의 리리카 추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 이후 국내사들은 여러 전략을 동원했는데 삼일제약은 정제를, 씨제이헬스케어는 저용량 품목을 선점하며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씨제이헬스케어는 2017년 5월 카발린 캡슐 25mg·50mg 2품목을 허가받아 같은 해 8월 리리카캡슐 용도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출시했다. 프레가발린 저용량 시장에 먼저 들어가 종합병원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비아트리스 코리아는 저용량 제형을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었지만 국내에 출시하지 않고 있었다. 미국 등에서는 신기능 장애 환자에 저용량 제품을 우선 권고한다는 것을 파악한 씨제이헬스케어가 선수를 친 것이다. 
 
기존 리리카캡슐은 75mg, 150mg, 300mg 고용량 제품만 있었다. 비아트리스 코리아도 용량·제형 다변화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씨제이헬스케어 저용량 출시 이듬해인 2018년 2월 26일 25mg, 50mg 용량을 허가받아 당해 7월 선보이며 제네릭 방어에 나섰다.

저용량 시장에서 승기를 뺏겼지만 화이자는 서방형 시장에서는 앞섰다. 저용량 제형 출시 9일 만에 기존 캡슐제 용법을 1일 2회에서 1일 1회로 개선한 '서방정 리리카CR'을 패밀리 라인업에 추가했다. 서방형 시장에서 리리카캡슐 만큼 성과는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제네릭과 엎치락 뒤치락 하며 경쟁을 이어간 것이다.

비아트리스 코리아 관계자는 "리리카는 빠른 치료 효과는 물론 다양한 용량과 제제를 출시해 복약 편의성과 순응도를 개선하는 등 국내 출시 이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중"이라며 "이러한 장점을 내세워 국내 출신된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프레가발린, 가바펜틴, 듈록세틴) 170개 중 3년 연속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15년 임상데이터·사회공헌 활동 노력, 의료현장·환자는 알아봤다

특허전략과 제형 다변화로 제네릭 공격을 막아온 리리카지만 시장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임상데이터 확보에 공들인 비아트리스 코리아와 이에 대한 의료 현장의 믿음이었다.

만성통증 치료는 고용량 처방이 제한된다.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용량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용량과 많은 처방 경험이 있는 리리카가 제네릭과 경쟁에서 이점을 얻는 요소로 작용했다.

실제 리리카는 임상에서 투여 1주차부터 빠른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비아트리스 코리아에 따르면 투여 1시간 만에 혈액에서 가장 높은 농도에 도달해 보다 빠른 흡수력을 보이며,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환자,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 척추 손상 관련 중추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 대상으로 위약 대비 1주차부터 평균 통증 점수를 유의하게 개선했다.

먼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환자 146명 대상으로 8주간 진행한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주 임상시험 결과, 리리카 투여군(300mg/일)은 위약군 대비 평균 통증 점수는 6.5점에서 4점인 반면 위약군은 6.1점에서 5.3점으로 감소해 위약군 대비 유의한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리리카 투여군 40%는 평균 통증 점수가 50% 이상 감소했고, 위약군은 14.5%였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 173명을 대상으로 한 8주간의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시험에서도 유의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리리카 투여군(600mg/일-크레아티닌 청소율>60mL/min, 300mg/일-크레아티닌 청소율 30-60mL/min)의 평균 통증 점수(최소제곱평균)는 3.6점으로, 위약군 5.29점 대비 유의한 개선이 나타났다.
 
척수 손상 후 만성, 신경병증성 요통 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한 17주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 시험에서도 리리카 투여군 평균 통증 DAAC(최소제곱평균)는 -1.66으로, 위약군 대비(-1.07점) 유의한 통증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비아트리스 관계자는 "리리카의 효능과 안전성을 데이터에서 확실히 보여주고 있고, 의료 현자에서도 이 데이터에 믿음이 있다. 만성통증 치료제는 안전성 우려가 적지 않은데 리리카는 많은 처방 경험과 임상데이터를 통해 믿음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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