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협 회장 후보(왼쪽)와 최대집 현 의협 회장 (출처=임현택 후보 페이스북,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의협 회장 후보(왼쪽)와 최대집 현 의협 회장. (출처=임현택 후보 페이스북, 의협)

[팜뉴스=신용수 기자] 대한의사협회의 새 수장을 결정할 41대 의협회장 선거 투표가 결선 투표로 향한다. 일단 의심(醫心)은 임현택 후보로 쏠리는 양상이다. 30%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것. 임 후보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극단적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오른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최대집 현 의협 회장과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파 성향에 극단적 발언으로 인지도를 끌어모으고 지지층을 결집한다는 것이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달 2일~19일 동안 실시한 우편투표 및 17~19일 전자투표 결과, 임 후보가 7657표(30%)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위는 6985표(27%)를 획득한 이필수 후보였다. 전자투표에는 선거인 수 총 4만7885명 중 2만5030명이 참여해 투표율 52%를 기록했고, 우편투표는 총 1084명 중 766명이 참여해 투표율 71%를 기록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이번 의협회장 선거의 최종 승자는 결선 투표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 까닭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에 실패할 경우 1·2위 후보자 간 결선투표하기로 정했다. 결선투표는 25~26일 양일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치러진다.

현재까지 결과만 놓고 볼 때, 41대 의협 회장에 가장 가까운 후보는 임현택 후보다. 임 후보는 현 소청과의사회장으로 정부 및 여당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면서 일약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임 회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한 비판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 1월 16일 조민 씨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 소식에 “의사 면허증과 가운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고 개탄한다”고 말했다. 앞서 임 후보는 조민 씨의 국시 필기 응시자격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임 후보는 조국 전 장관 이외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도 수차례 극단적 발언을 던졌다. 

그는 2월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강선우 민주당 의원에게 “브리핑할 때마다 수준 떨어지고 격 떨어지는 말만 하는지”라며 “이 ‘XX’ 여자가 전 의사를 지금 살인자, 강도, 성범죄자로 취급했다”고 힐난했다. 당시 강 의원은 민주당 대변인으로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는 살인자도, 성범죄자도 아닌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직무 관련 범죄가 아니면 사람을 죽여도, 강도를 저질러도, 성폭행을 해도 괜찮았다. 이게 정상이냐”고 말했다.

임 후보는 여당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날을 세웠다. 그는 2월 23일과 3월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표 장사를 한다”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 지사는 2월 23일에는 백신 파업에 대비해 의사 진료 독점 예외조치를 건의했고, 3월 8일에는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무산된 데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임 후보는 특히 이 지사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던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2월 22일에는 “형수 XX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참 세계적인 망신”이라고 말했고, 3월 8일에는 “이재명씨 본인 집무실과 관사 그리고 대면하는 여자 공무원들 몸에 지닐 수 있는 휴대용 카메라를 먼저 달라”며 “김부선 씨 집에도 하나 달아야겠다”고 비난했다. 

임 후보의 기행은 비단 정치인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다. 2018년 소청과의사회장 단독 출마 ‘회장 월급 세후 2000만 원 지급’을 비롯해 회장과 임원진의 교통비 등 활동비 지급 등 ‘셀프 수령’을 공약으로 내세워 논란이 됐다. 또 2019년 7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행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확대 필요성 논의를 위해 열린 포럼에서 강당에 누워 침묵시위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의 이런 행보가 최대집 현 의협 회장과 ‘판박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 후보가 최 회장의 생존전략을 ‘벤치마킹’해 의협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뜻이다. 최 회장도 그동안 임 후보와 비슷한 전략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해왔다. SNS 등을 통해 여당 인물과 날을 세우고, 의사 파업 등 무력 시위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자신의 입지를 확보해왔다.실제로 임 회장은 2018년 최 회장 체제 출범 당시 기획이사를 맡은 바 있다. 다만 임 후보는 지난해 9월 의사 파업 이후 최 회장에 대한 불신임을 주도하면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임 후보와 최 회장의 이 같은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보수진영에서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한 극단적 발언, 이른바 ‘트래시 토크’로 이목을 끌어모은 뒤 대규모 선거 행사 등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굳히는 방식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이 전략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대통령을 거머쥐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한편 임 후보의 선전에 의료계 일부에서는 염증을 느낀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는 “임 후보가 최 회장과 다르다고 하고는 있지만, 사실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임 후보가 의협 회장이 된다면 지난해 같은 파업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정부가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시국에서 또다시 파업으로 국민을 실망하게 할 수는 없다.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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