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기세가 매섭다. 레고켐바이오의 지난해 ADC 플랫폼 관련 라이센스 아웃(기술 수출) 건수는 무려 4건이다. 계약 규모도 1조 5000억원으로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부터 해마다 라이센스 아웃을 멈추지 않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태풍을 몰고온 이유다. 그렇다면 레고켐바이오의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 레고켐바이오가 수천억대의 기술수출 ‘맛집’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뭘까. 레고켐바이오의 사업 전략의 ‘숨은일인치’를 공개한다.

대한민국 신약 개발상 기술수출상은 전통 제약사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변이 일어났다.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오릭스 등 바이오 3사가 대한민국 신약상 기술수출상을 수상한 것. 

한미약품이 기술수출상을 수상하면서 전통 제약사의 체면은 지켰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바이오사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레고켐바이오는 압도적인 기술수출 성적으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라는 플랫폼을 지닌 회사다. ADC는 항체, 링커, 약물로 구성된다. 약물(톡신)에 특정 암세포의 항원 단백질을 공격하는 항체를 붙인 것으로, 항체에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을 링커로 연결하는 차세대 플랫폼 기술이 ADC다. 

항체와 약물이 암세포의 항원 단백질을 향해 안정적으로 날아가서 꽂히는 ‘링커 기술’이 레고켐 바이오 기술이전의 요체라고 볼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일종의 유도 미사일, 즉  ‘항체-약물 접합체(ADC)’가 암세포를 찾아 적절히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링커의 혈중 안정성을 글로벌 차원에서 인정받았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기존의 항체 의약품들은 대부분 약효가 약하다”며 “말 그대로 폭탄이 아니고 몸에 있던 항체인데 개량을 해서 치료 효과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ADC라는 개념은 항체 폭탄을 달아 약효를 더욱 세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링커와 톡신 영역에 독자적인 기술을 지니고 있다”며 “링커는 항체와 톡신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항암제 주사를 맞고 나서 항체-약물 접합체(ADC)가 혈중을 돌아다니다가 링커가 끊어지면 큰일 난다. 말 그대로 독이기 때문에 정상세포를 공격하면 부작용이 크다. 링커의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고 덧붙였다.

레고켐바이오 IR 자료
레고켐바이오 IR 자료

주목할 만한 사실은 레고켐바이오가 항체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제욱 레고켐바이오 전무는 “항체 스크리닝 등 모든 것은 항체 기업에 전부 맡긴다”며 “우리는 후보물질 단계의 항체만 받아서 그것으로 ADC 플랫폼을 만든다. 항체를 스크리닝하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항체를 스크리닝해내고 개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후발주자로서 수십년 업력을 지닌 항체 전문 기업들을 쫓아가기 어렵다. 우리가 공동개발을 통해 최고의 항체를 받는 전략을 고수해온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떤 항체가 필요할까. 업계에 따르면 암세포에 특이적이고 정상세포로 가지 않으면서 약동력학도 훌륭한 항체가 필요하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미 독보적인 링커 기술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항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고의 항체를 들여온다. 

채제욱 이사는 “저희는 단순히 괜찮은 항체 기업을 만나서 ADC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전 세계에서 저희가 필요한 항체를 보유한 회사 수십 군데를 만나서 그중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고른다. 코로나 직전 3년간, 1년에 출장을 다닌 항체 기업 개수는 약 100개였다”고 밝혔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레고켐바이오의 “Risk-sharing, Profit-sharing” 전략이다. 위험을 나누고, 수익도 공유하다는 뜻이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개발을 위해 항체 기업들과 공동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기술수출로 창출된 수익을 나눌 수 있도록, 계약서에 조건을 명시했다.

또 다른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우리가 처음부터 돈을 줄 수 없지만 앞으로 잘됐을 때 아주 만족할 수 있도록 항체 회사들에게 그 이익을 나눠주도록 계약을 했다. 비율이 구체적으로 명시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초 기술료는 물론 임상이 진행될 때마다 발생한 마일스톤도 전부 나눠준다. 항체 기업들이 기쁜 마음으로 가장 좋은 항체를 제공하는 이유다. 공동연구를 위한 계약서에 비율을 넣어놓고 성공적으로 기술이전을 하면 돈을 나눠 갖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Risk-sharing, Profit-sharing’을 통한 ‘오픈이노베션’ 전략. 이것이 레고켐바이오 기술수출의 힘이다. 

실제로 레고켐 바이오는 2017년 7월 당시 스위스 항체 전문 기업 노브이뮨과 ADC 후보물질 공동개발에 나섰다. 레고켐바이오는 고유 ADC 기술 ‘콘쥬올’에 노브이뮨이 보유한 혈액암 특이적 항원을 공격하는 항체를 접목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와 4억 725만 달러(약 4963억 원) 규모의 ADC 원천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레고켐바이오는 중국의 시스톤파마수티컬스(시스톤) ADC 항암제 후보물질에 대한 4099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에 성공했다. ADC 플랫폼에 적용된 항체는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연구를 통해 제공됐다. 항체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한 ‘Risk-sharing, Profit-sharing’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지면서 ‘역대급’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뤄낸 것. 

앞서의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항체를 스크리닝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싶지 않았다”며 “그 대신, 항체 기업에게 기술 이전이 잘됐을 때 우리가 받은 돈을 나눠준 것으로 보상하는 ‘Risk-sharing, Profit-sharing’ 전략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 전략이 문제 없이 작동을 해왔다"며 "지금도 수많은 유럽 미국 항체 기업들이 저희와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 논의 중인 항체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기술 수출 건수가 향후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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