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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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신용수 기자] 위약(placebo‧플라시보) 효과는 가짜 약을 먹었는데도 진짜 약을 먹었다고 느끼면서 약효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때로는 임상시험의 성공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제약사들을 괴롭히는 위약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는 걸까. 미국 연구팀이 대규모 실험을 통해 위약 효과가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쳐 통증을 줄이는지 확인했다. 수백 명 단위로 시험을 진행한 것은 최초의 사례다. 

미국 다트머스대 심리 및 뇌과학부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은 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위약 진통(placebo analgesia)으로 알려진 통증 감소를 위한 위약 치료가 뇌의 여러 영역에서 통증 관련 활동을 줄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3월 2일자를 통해 발표했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오랫동안 위약 효과와 싸워왔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이나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일반적으로 이중맹검법(double-blind trail) 등을 통해 약의 효능이 발현하는 데 위약 효과가 영향을 미쳤는지를 철저히 검증한다.

만약 신약후보 물질의 약효가 위약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해당 물질은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위약 효과가 임상시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결과는 위약 효과의 일종인 위약 진통이 어떻게 뇌에서 작동하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해, 결과적으로 위약 효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연구라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600여 명의 건강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20건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를 통계적으로 통합한 최초의 대규모 메타 분석 연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위약 효과가 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 결과, 위약 진통을 느낀 참가자들은 실제로 뇌의 여러 영역에서 통증 관련 활동이 국소적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중에서도 통증 감각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알려진 시상이 위약 효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상 외에도 동기 부여 및 통증-행동 간 연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저핵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대뇌 피질 중 통증 경험의 조기 구축에 관여하는 영역인 후뇌섬엽(posterior insula)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부위는 체성 감각 피질의 한 부위로, 대뇌 영역 중 통증을 자극하고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부위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촬영한 뇌 fMRI 영상. 파란색 부분이 뇌 활성이 감소한 부위다. [출처=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M. Zunhammer)]
연구팀이 촬영한 뇌 fMRI 영상. 파란색 부분이 뇌 활성이 감소한 부위다. [출처=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M. Zunhammer)]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들의 결과와 다른 점도 있었다. 그동안 소규모 연구에서는 위약 효과가 전두엽 피질을 활성화한다고 알려졌는데, 연구팀은 기존 연구들과는 달리 전두엽 피질 활성화가 일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 

연구를 주도한 토르 웨이저 다트머스대 심리 및 뇌과학부 석좌교수는 “전두엽 피질은 통증의 맥락을 추적하고 통증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전두엽 피질의 활성화가 이질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위약 효과가 전두엽 피질 활성화와의 연관성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으로, 사람에 따라 위약 효과에 따른 전두엽 피질 활성화 여부가 다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앞으로 임상시험 및 약물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의 웨이저 교수는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위약 효과가 단순히 감각이나 인지 과정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뇌신경학적 메커니즘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가 위약에 대한 개인 반응을 예측하고, 위약과 진통제 반응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뇌 바이오마커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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