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작년 6월 인천의 한 동네약국에서 향정신성 진통 패취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해 검찰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약사 잘못이라는 환자 주장과 달리 검찰은 "복약지도와 부작용 발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복약지도를 잘해도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는 검찰 판단이다.

2일 팜뉴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19일 A씨가 B약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해당 약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이처럼 약국 내 조제나 복약지도를 빌미로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처방 의사가 아닌 약사만 고소해 일각에선 의심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 사건은 작년 6월 15일 A씨가 B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인 노스판패취를 처방받아 사용하면서 일어났다. 검찰은 복약지도와 부작용 간 인관관계가 있는냐를 핵심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노스판패취는 부르페노르핀 5mg 성분을 함유한 만성통증패취제로 비마약성 진통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등도·중증 만성 통증완화에 사용한다. 향정신성 전문약으로 분류하는 마약 성분인 만큼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게 규제하고 있다.
 
A씨가 검찰에 밝힌 주장에 따르면 그는 B약사로부터 노스판패취 복용법, 복용 횟수, 부작용 등 복약지도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의약품 정보가 부족한 A씨는 자신의 허벅지에 노스판패취를 부착했고, 이튿날인 17일 오전 어지러움과 오심·구토 등을 느끼며 쓰러졌다.

병원 응급실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은 A씨는 "약사가 복약지도를 게을리한 탓에 6일이나 입원 치료를 받는 상해를 입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로 B약사를 고소했다.

이같은 A씨 주장을 B약사가 전면 반박하고 나서며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B약사는 "A씨가 노스판패취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해 부착 부위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어지러워질 수 있는 약이다. 1주일에 1장씩 사용하는 약'이라는 설명을 했다"며 검찰에 밝혔다. 

그러면서 "내복약은 2주 분이 처방된 반면 노스판패취는 5주 분이 처방된 점을 상기시켰다. 약 봉투에도 상세한 투약방법이 적혀 있는 등 복약지도를 성실히 이행해 약사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B약사는 어지럼증 등 부작용으로 발생한 상해와 복약지도 간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 주장이 맞서자 검찰은 실제 B약사가 A씨에게 복약지도를 했는지를 조사했다. 먼저 약국 내 CCTV를 분석했다. CCTV 영상이 결정적이었다. 검찰이 확인한 영상에는 B약사가 노스판패취를 꺼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A씨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찍혀있었던 것이다. 약봉투에도 사용법이 적혀 있었다. '이 패취는 일주일에 한번씩 부착합니다' '한번 부착한 피부 위치는 3~4주간 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A씨가 이전에 노스판패취를 처방받은 기록도 찾아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B약사가 약사법이 규정한 방법으로 복약지도를 이행했다고 본 반면 A씨가 복약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복약지도 규정을 다루고 있는 약사법2조를 보면 의약품 명칭과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 방법, 부작용, 상호 작용이나 성상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그 방법은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복약지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복약지도와 부작용 발생 간 인과관계 명확해야

이번 사건 핵심은 약사 복약지도와 A씨가 겪은 부작용 간 인과관계를 증명하는데 있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약사가 복약지도를 불이행함으로써 발생한 환자의 상해 간 관계를 봤다. 대법원 판례는 의사의 의료행위로 환자에게 발생한 사망 또는 상해를 업무상 과실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검찰은 A씨가 노스판패취와 함께 처방받은 의약품(레일라정, 징코산캡슐)도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었다는 점과 A씨가 앓고 있는 목디스크 부작용에도 어지럼증이 있다는 점이 인정했다.

아울러 B약사가 A씨로부터 노스판패취 사용 경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전체적으로 어지러워질 수 있다는 약'이라는 취지의 부작용을 설명한 점, 투약 봉투에도 명확한 투약 법이 써있었다는 점 등도 인정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한 검찰은 A씨 주장은 믿기 어렵고, B약사는 약사법 규정대로 복약지도를 이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 주장으로만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복약지도와 부작용 간 인관관계가 없을 뿐더러 약사가 처방대로 조제했다고 해도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B약사 복약지도와 A씨가 입은 상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약을 처방한 병원은 배제한 채 조제한 약국만 고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업계 일각에서는 합의금 등 목적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약국에서 행해지는 불법 행위를 몰래 촬영해 현금을 요구하는 '약파라치(약국+파파라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규원의 우종식 변호사는 "약에 대한 복약지도만으로는 부작용(이상반응)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가능하면 전산봉투 등으로 2중 복약지도를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우 변호사는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은 용기나 봉투에 표시해두는 것이 환자나 약사 모두에게 안전하다"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대화로 접근하되 혼자서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은 가입한 약사회나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 변호사는 의사 처방이 적절했고, 약사도 처방대로 조제했음에도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이용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이 제도는 2014년 12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많은 국민이 모르고 있다.

우 변호사는 "이 제도를 모르는 환자가 많아 피해구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도 의약품 때문에 부작용이 생겼다고 판단된다면 약사를 고소하는 게 아니라 피해구제 제도를 이용해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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