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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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신용수 기자] 2월 26일 요양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3월 접종 예정인 의료진들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배정받은 의사들이 접종을 피하겠다는 모양새다.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접종 배정이 계속 바뀌고 있어 의료진들이 불안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 만큼, 의료계는 동요하지 말고 솔선수범해 백신을 접종받을 것을 권고했다. 

백신 접종을 처음 개시한 이날, 팜뉴스 취재진은 고려대안암병원에 근무 중인 한 전공의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현재 병원 내 의료진들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기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공의는 “현재 우리 병원에서 의료진들은 3월 중 접종이 예정돼 있다”며 “의료진마다 배정받은 백신이 다르다. 일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일부는 화이자 백신을 배정받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배정받은 의료진들 사이에서 접종에 불안을 느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공개된 수준의 정보밖에 접하지 못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현재 백신 접종 배정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점”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에서 화이자로, 또는 화이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배정이 바뀐 의사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제는 고려대안암병원만의 일은 아니었다. 팜뉴스 취재 결과, 여러 대학병원 의료진 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경희대병원에 근무 중인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는 “우리 병원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만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하지만 다들 백신 접종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컸다. 의료진들도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맞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일부 의료진 사이에서는 접종을 미루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서는 백신 배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분당차병원에 근무 중인 한 전공의는 “우리 병원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들어온다. 그런데 공립 병원인 성남의료원에는 화이자 백신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공립 병원에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인가 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며 “현재 의료진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관련 수요 조사 중인데, 이번에 접종을 미루겠다는 전공의들도 상당수 있었다. 본인도 이번에는 접종을 미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에서 화이자 백신에 대해 16세 이상 접종을 권고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코백스 퍼실리티 물량에 이어 화이자 백신의 본격적인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굳이 당장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오일환 중앙약심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화이자 백신은) 국내 코로나19 예방 목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효과성 검증 자문단의 자문 결과를 종합할 때 품목허가 할 수 있을 것으로 자문했다”며 “신청 효능‧효과와 동일하게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허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의료진들을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되자, 전문가들은 동요하지 말고 의료계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에 대해 현재로서는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며 “코로나19 사태의 빠른 해결을 위해서라도 의료진들이 동요하지 않고 백신을 접종받기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에서 대규모 접종 이후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인 상황”이라며 “효능 측면에서는 화이자 백신보다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아나필락시스 등 안전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화이자 백신보다 나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의료진들이 효능이 조금 더 좋은 것으로 알려진 백신을 맞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의료진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최우선 이유는, 개인의 감염 예방이 아닌 다른 환자에 대한 감염과 전파를 막기 위한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봉사와 희생을 약속한 의료진들은, 동요하지 말고 백신 접종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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