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을 주요 거래처로 두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가 서울지역서 발생한 의료기관 코로나19 집단감염에도 대면 워크숍을 열 계획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기로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것이다.

팜뉴스 취재 결과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이비인후과를 주요 거래처로 두는 A사는 오는 20일 서울시 강남구 O호텔에서 영업·마케팅 워크숍을 열어 식사까지 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워크숍은 A사가 매월 1회 진행하는 행사다. 지난 한 달 동안 거래처 현황을 보고하고 향후 영업계획과 매출 등을 발표하는 자리로 전해졌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워크숍을 취소하거나 화상회의로 진행해왔지만 이번에 대면 행사를 하는 것이다.

◆종합병원 집단감염에도 거래처는 워크숍...서울대병원 등 빅5 담당자 참여

A사 워크숍이 지적받는 건 현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직장과 병원, 가족 등 모임을 통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확진자 73%가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상급종합병원인 순천향대서울병원(용산구)과 한양대병원(성동구)에서 발생한 집단감염도 진행 중이다. 18일 기준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 누적 확진자는 171명을 넘어섰다. 감염 전파는 경기도까지 이어졌다. 방역당국은 이와 관련해 총 231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실시했다. 한양대병원 집단감염 누적환자도 109명이며,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에서는 소아마취과 의사(1명)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사 영업담당자는 주요 거래처로 서울시내 빅5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을 두고 출입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주요하게 포함돼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600명대를 기록 중인데 종합병원 출입이 잦은 의료기기 업체 영업담당자들이 모이는 행사가 열리니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A사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600명인 상황에서 서울시내 빅5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지방병원까지 담당하는 직원들이 워크숍에 참여한다. 충분히 다른 채널을 활용한 워크숍이 가능한데도 굳이 대면 워크숍을 강행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기 영업 특성상 병원 의료진과의 직·간접적 접촉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그는 "의료진이 만진 컴퓨터나 물건 등을 사용하면서 접촉할 여지가 많다"며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순천향대에도 A사 직원이 다녀갔다"고 설명했다.

최근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보면 의료공백 위험은 물론 고위험군 환자와 의료진, 직원, 보호자 등 다양한 계층으로 전파되고 있다. 방역당국도 "의료기관 집단감염 주요 전파 경로는 간병인, 보호자, 종사자 등 외부 유입된 바이러스에서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15일 이후 전국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건수는 총 14건(522명)으로 수도권(9건, 64.3%)이 비수도권(5건, 35.7%)보다 많았다. 이를 상세히 보면 종합병원 5건(246명), 요양병원 2건(105명), 재활병원 3건(77명), 병원·한방병원 3건(76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57곳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결국 A사 내부에서도 원성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 업체 한 관계자는 "A사 직원의 불만이 많지만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다. 사실상 해고 대상자로 분류돼 그만두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역수칙상 기업활동도 '5인 이상' 식사 금지인데 일정 포함

A사 워크숍의 또 다른 문제는 일정에 있다. 약 15명 가량의 영업담당자가 참여하는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중간 점심 시간과 마지막에 2시간 30분 가량의 저녁 식사가 예정돼 있다. 

지난 15일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지침에 따르면 "직원 간 점심 식사도 사적모임에 해당해 5명부터는 함께 식사할 수 없다"고 명확히 적시하고 있다. 

서울시 질병관리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수본에서는 기본 방역 수칙 준수와 명부 작성, 거리두기를 지킨 상황에서 기업 모임 활동이 가능하지만 단체식사는 못하게 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활동을 위한 모임 성격만 허용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5인 이상 식사는 사적 모임과 기업 경영 활동 모두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A사 일정에서 점심·저녁 식사는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나 이같은 지침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팜뉴스가 해당 O호텔에 식사 여부를 확인한 결과 호텔 관계자는 "사적 모임이 아닌 기업 경영 활동은 진행할 수 있다. 4인 이상 식사 시 거리두기를 지킨다면 가능하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A사 직원들의 불만과 걱정이 커지고 있음에도 마땅히 제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앞서 서울시 질병관리과 관계자는 "종합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회사 측이 선제적으로 코로나19 선별검사 없이 모임 활동을 한다는 그 자체는 도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서울시가)어떻게 하라고 사전에 통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한편 중수본 지침에 따라 기업의 필수경영 활동은 수도권의 경우 99명까지 대면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한이 정해져 있어 취소·연기가 불가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또는 구상권 청구 등 처벌을 받는다. A사 워크숍이 이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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