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등을 늘리며 그 가치를 입증했다. 그러나 1차 치료제로 투여 시 가격 대비 효능이 유용한지는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

15일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 FLAURA 중국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기존 표준치료군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을 현저히 개선하는 이점을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5일 표적 종양학(Targeted Oncology) 학술지 온라인에도 게재됐다.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과 2차 평가변수 중 주요 항목인 전체 생존율이 연장됐고, 표준치료군에서 T790M 변이가 발생한 환자는 타그리소로 교차투여한 결과 1차 치료요법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결과다.

연구 결과 타그리소 투여 환자는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17.8개월, 전체 생존 기간(Overall survival, OS)은 33.1개월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표준치료군의 PFS는 9.8개월, OS는 25.7개월이었다. 타그리소가 표준치료군 대비 PFS는 8개월(사망위험 44%↓), OS는 7.4개월(사망위험 15%↓) 더 연장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PFS의 경우 FLAURA 글로벌 임상 전체 PFS 개선 기간인 8.7개월과 유사하며, OS는 6.8개월보다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즉,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아시안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를 사용해보니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 임상지표인 OS 중앙값의 생존기간 위험비(Hazard Ratio, HR)는 0.85(95% CI 0.56-1.29)로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치인 1에 가깝게 나왔다. 표준치료군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해석에 따라 이번 연구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국내 진단의학과 전문가(의사)는 "통계에서는 HR이 1이면 대조군과 똑같다고 본다. 만약 어떤 약을 사용한 것과 안 한 것을 비교해서 10년 내 죽을 위험을 봤을 때 HR이 1보다 작아지면 위험이 감소하고, 높으면 오히려 위험이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예로 일반 치료제와 타그리소를 비교했는데 HR이 1보다 낮다면 타그리소 효과가 좋은 것이고, 1보다 높으면 효과는 없이 위험만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항암제 임상 최종 목표는 암이 걸리지 않은 사람의 평균 수명과 비교해 얼마나 유사한 기간을 사느냐를 보는 것과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기에 전체 생존율이 제일 중요한 지표"라고 덧붙였다.

다국적제약사 항암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한 관계자도 "미국은 OS HR이 0.8, 유럽은 0.7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 타그리소 중국 임상 HR이 0.85라는 건 이 기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가 2019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FLAURA 연구 아시아인 하위그룹 분석 결과로 타그리소는 아시안인에서 임상적 가치가 무의하다는 지적까지 받았었다. 1세대 표적항암제 대비 HR이 0.995(95% CI 0.752-1.319)로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1차 치료요법에서 급여 인정을 받지 못한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선택 시 한 달 치료비는 약 600만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EGFR 변이가 생기는 경우는 40~50%에 달한다. 약 18개월이나 되는 치료 기간 600만원대 타그리소를 쓸 경우 상당한 보험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심평원 암질심에 오른 타그리소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요법 급여 확대를 놓고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중국 임상의 HR은 앞선 ESMO에서 발표한 아시안인 하부그룹 HR보다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작년 8월 타그리소 급여 확대 신청서를 심평원에 제출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연구 결과를 추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 관계자는 "수치적인 면에서 0.995와 0.85는 차이가 있다. 0.995는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이 0.05%고, 0.85는 15% 정도가 되기에 차이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두 연구 간 차이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중국 임상의 가치와 의미는 좋은 데이터를 쌓아 약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라며 "적응증 확대와 관련 암질심에서 아시아 데이터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던 상황으로 중국 임상 자료를 통해 아시안에서도 그 효과를 입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임상이 글로벌 FLAURA 전체 3상 연구와 동일한 프로토콜로 진행된 배경을 보면 중국 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목적이 있다. 임상 참가자들도 FLAURA 전체 연구에 포함된 중국인 환자 19명에 더해 추가로 117명을 모집했다. 총 136명의 중국 성인 환자가 임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타그리소 투여 환자군 71명(1일 1회 80mg)과 1세대 EGFR-TKI(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 치료제 투여군 65명(게피티닙 250mg)으로 나눠 무작위 배정됐다.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치료 3년 시점에서 20%의 환자가 타그리소 1차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EGFR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특히 고무적인 결과"라며 "FLAURA 중국인 임상 결과는 1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의 임상적 가치와 사용 당위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명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항암사업부 전무는 "타그리소가 FPS와 OS에서 FLAURA 전체 임상 결과와 일관되게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을 보였다"며 "특히, 표준치료군에서 1차 치료 후 T790M 변이 환자가 타그리소로 교차 투여를 받았음에도 생존 연장 효과를 보여준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임상에서 타그리소 안전성과 내약성은 FLAURA 전체 연구와 일관됐고 안전성 관련 새로운 징후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Grade 3 이상의 이상사례는 타그리소(54%)가 표준치료군(28%) 대비 높게 나타났지만 대부분 실험실 또는 질병 관련 증상 보고 증가 등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료 지속율은 타그리소가 더 높게 나타났다. 데이터 확정 시점 (Data cut off, 2019년 6월 25일)에서 타그리소 치료 유지 기간 중앙값은 20개월(0.3-39.7)로, 표준치료군 13.6개월(1.1-39.1) 보다 6.4개월 길었다. 

투약 3년 시점에서 표준치료군에서 8%(5명)의 환자 만이 치료를 지속한 반면, 타그리소는 20%(14명)가 치료를 이어갔다. 치료 2년, 3년 시점에서 타그리소 생존율은 각각 64.3%, 38.6%로 표준치료군 54.2%, 32.6% 대비 높았다.

또한 표준치료군 환자 중 34%(22명)에게 2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교차투여한 결과타그리소 1차 투여와 같은 생존연장을 나타냈다.

중추신경계 전이가 나타난 환자는 타그리소 2명(3%), 표준치료군 13명(20%)으로 FLAURA 전체 연구와 일관됐다. 중추신경계 전이 동반 여부와 상관없이 낮은 중추신경계 진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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