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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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학계 인증이라는 정공법으로 그간 받았던 의심의 눈초리를 떨쳐내기 시작한 가운데, 한국코러스가 국내 기업 중에서는 독점적으로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코러스 측은 현재 연간 1억5000만 도즈 규모의 생산계약을 맺었고, 러시아 측의 추가 물량 요청에 따라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축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스푸트니크 V의 국내 유통 여부에 대해서는 자사의 권한 밖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 연구팀은 러시아 국부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임상3상 중간결과에 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 2월 2일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는 약 91.6%의 예방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백신들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스푸트니크 V는 지난해 8월 11일 러시아 보건부에 등록되면서 코로나19 백신 중에서는 전 세계 최초로 정식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임상2상 데이터만을 기준으로 사용을 승인한 데다, 승인 시점 당시 임상3상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던 까닭에 전 세계적으로 백신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스푸트니크 V는 이 문제를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권위 있는 학술지를 통한 데이터 공개로 의혹을 정면 돌파한 것. 일반적으로 과학 분야 학술지의 권위를 확인할 때는 과학인용색인(SCI) 포함 여부와 피인용지수(Impact Factor·IF)를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SCI 확장판(SCIE)에 포함돼 있거나, IF가 5 이상을 기록할 경우 해당 학술지의 권위를 인정한다. 랜싯의 경우 지난해 기준 SCIE에 등재돼 있고, IF도 60.392를 기록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 국제학술지는 대부분 객관적인 동료 평가를 거친 논문만 게재한다”며 “스푸트니크 V는 그동안 임상 1·2·3상 논문을 모두 랜싯에 공개해왔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 인정한 만큼 이제 백신의 신뢰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푸트니크 V의 예방 수치가 높게 나온 건 러시아 연구팀이 채택한 헤토로로고스 프라임 부스트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헤테로로고스 프라임 부스트는 2차 이상 접종이 필요한 백신에서 핵심 물질의 운반체로 서로 다른 벡터를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스푸트니크 V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마찬가지로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로 사용하는데, 1·2차 접종 때 운반체로 똑같은 종의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달리 스푸트니크 V는 1·2차 접종 백신의 운반체가 각각 아데노바이러스 26형(Ad26)과 5형(Ad5)으로 다르다.

김정기 고려대 약대 교수도 “랜싯 정도의 학술지에 정상적으로 게재됐다면 학계 신뢰성은 어느정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처음 발표 당시 절차를 무시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백신 자체를 깎아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 왔다. 이제는 다른 백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백신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푸트니크 V가 학계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기업 중 스푸트니크 V를 위탁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코러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코러스는 지엘라파 계열사로, 의약품 위탁생산 및 수출 전문기업으로 알려졌다.

한국코러스는 지난해 11월 러시아와 연간 1억5000만 도즈 분량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에서는 독점 생산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위탁생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국내 위탁 생산에 있어서는 현재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며 “연간 1억5000만 도즈 분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는 소량 생산 중인 상황으로 원액 생산에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다. 자세한 생산 사항은 러시아와의 계약 문제로 더 공개할 수 없는 점은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코러스는 타 업체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추가 생산을 준비 중이다. 러시아 측에서 물량 추가를 강하게 요청한 까닭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현재 계약한 물량은 본사 시설만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물량 추가 시 본사 시설만으로 감당하기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축해 생산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말하자면 위탁생산을 통해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푸트니크 V의 한국 내 유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한국 내 유통의 경우 위탁생산만 맡은 우리 업체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아직 우리나라와 러시아 간 협상 중인 상황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공급 협상이 이뤄진다면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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