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최근 구직자들 사이에서 코로나 진단키트 알바가 각광을 받고 있다. 다른 알바에 비해 접근이 쉽고 비교적 작업이 간단하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시장 규모가 최근 정점을 찍으면서 아르바이트 수요 역시 폭증하고 있다. ‘진단키트 알바맨’들의 ‘웃픈’ 체험기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까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취업자 수는 595만6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사이 55만4000명(10.3%) 급증한 수치로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가 고용시장에 촉발한 유탄으로 실직자와 구직자들이 ‘알바’ 시장으로 내몰린 것이다.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아르바이트 소개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 공고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이유다. 구직자 A 씨는 “코로나 이후로 재계약에 실패해서 자격증 공부 중이다”며 “용돈이라도 벌고 싶어 아르바이트 관련 사이트를 들어가고 있는데 요즘에는 알바 구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 진단키트 아르바이트 시장은 전혀 다르다. 아르바이트를 체험한 구직자들이 너도나도 추천 후기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 B 씨는 지난 1월경 블로그를 통해 “2020년 말부터 코로나로 인한 집합 금지 명령으로 생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투잡’ 생활도 여의치 않아서 아르바이트 주선 관련 사이트에 들어갔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곳에서 ‘코로나 진단키트 알바 모집’이란 게시글을 보게 됐다”며 “공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일할 곳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기숙사에 바로 들어가서 알바를 시작한 이유다. 2,000명가량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고 덧붙였다.

B 씨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근무자는 먼저 코로나19 검사를 마친 뒤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 이후 제전복(정전기 방지옷)과 제전화 그리고 캡을 착용한 뒤 작업에 투입된다. 봉투에 키트와 방부제를 넣거나 라벨을 붙이는 포장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대규모 인원이 공장에 모여 진단키트를 조립하고 포장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것.

심지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구직자, 실직자는 물론 외국인 노동자도 진단키트 아르바이트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 A 씨의 전언이다. A 씨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며 “주간과 야간으로 구분돼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꺼번에 일한 적은 처음이었다. 퇴근을 해도 끝나지 않는 일만 하다가 몸만 쓰니까 여유도 생겼다”고 회고했다.

C 씨도 지난해 12월경 자신의 블로그에서 “사정상 알바를 오래할 수 없어서 단기 알바를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기 알바는 강도가 높은 ‘택배 상하차’ 알바가 대부분이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는 편의점, 마트 단기 근무는 지원하면 바로 마감됐다. 하지만 진단키트 알바는 1시간에 한 번씩 알바 공고에 도배될 정도로 흔해서 지원하기 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무도 단순했다”며 “마치 샤프에서 샤프심과 스프링을 분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종이를 끼우고 덮으면 끝이다. 너무 간단해서 누워서도 가능하다. 단순해서 실수도 잘 안 한다. 손가락 놀림 수준이라 ‘꿀알바’나 다름없다. 다만, 10시간 넘게 지루한 작업을 반복하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진단키트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진단키트 조립, 포장과 관련된 아르바이트 경험자들의 후기를 지역 커뮤니티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에서는 진단키트 인력 모집 공고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코로나 진단키트 조립 및 포장, 검사 주간 및 야간 전담 사원 모집”이라는 제목의 공고다.

생산 업체 관계자는 “공고를 올리면 근무 조건을 묻는 문의가 바로 올 정도로 인기가 많은 편”이라며 “남성들은 보통 진단 키트 관련 자제를 옮기고 여성들은 조립과 포장을 하거나 방진복을 입고 완제품을 검수한다”고 전했다.

이어 “공장 라인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눈과 손을 움직여야 해서 ‘꿀알바’ 느낌은 들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작업이 단순해서 꾸준히 3개월 이상할 경우 월 25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아주머니들과 방학에 들어간 대학생들의 참여가 이어질 정도로 관심을 얻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인건비를 더욱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보면 진단키트 산업 성장으로 비교적 쉬운 아르바이트가 늘었다는 측면에서 다행스럽다. 저조차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들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소 씁쓸한 시선도 엿보인다. 다른 취업준비생은 “코로나19로 잘린 사람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 산업의 부품으로 종사하는 셈”이라며 “직장을 대체할 정도로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애당초 코로나19가 초기에 제대로 잡혔다면 직장에서 잘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꿀알바’라도 좋은 모습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라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