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규제 고삐를 죄어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작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목적으로 내세웠던 대국민 정보 제공 서비스 관리는 뒷전에 놓고 있어 부실 운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팜뉴스 취재 결과 식약처가 운영하는 '제네릭 묶음정보'와 'K-오렌지북' 서비스에서 지연 접속과 정보 제공 불가 등 잦은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불순물 발생 사태 이후 국민 누구나 제네릭 의약품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실질적인 기능 구현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발사르탄 불순물 사태 이후 만든 '제네릭 묶음정보'...느리고 먹통

지난 27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식약처 제네릭 묶음정보 서비스는 정상 기능을 하지 못했다. 먼저 성분 검색창에 고혈압치료제 '텔미사르탄' 제제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5~10초 이상의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팜뉴스가 구글이 제공하는 '페이지스피드 인사이트’를 통해 의약품안전나라 속도를 측정한 결과 51점이 나왔다. 네이버는 79점, 팜뉴스는 61점이었다. 페이지스피드 인사이트는 웹페이지 콘텐츠를 분석해 성능과 속도를 평가해준다. 총 페이지 용량이나 다운로드 속도 통계는 표시하지 않는다. 데스크톱 PC로 접속하는 페이지 성능을 측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속도 점수는 인터넷 트래픽 환경과 데스크톱 PC 조건, 바이러스 백신과 같은 소프트웨어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식약처가 가장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특히 핵심 기능인 묶음품목 제공은 그 자체로 먹통이었다. 텔미사르탄 제제 묶음정보를 통해 총 35품목이 검색됐고 이중 '텔미사르탄80mg'은 제조소가 3곳인 것까지 공개됐다. 하지만 서비스 핵심 기능인 '묶음품목' 제품명과 업체명은 확인이 불가했다. 검색 결과가 공란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에러였다.

묶음품목 공란 그림

텔미사르탄80mg 제제는 작년 8월 31일 식약처가 묶음정보 서비스 제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밝힌 성분이기도 하다. 주무과인 의약품정책과(과장 채규한)는 당시 “고혈압약 성분인 텔미사르탄80mg 성분을 함유한 제네릭 의약품은 68품목으로 68개의 서로 다른 제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제네릭 의약품 묶음정보가 소비자나 의·약사가 더욱 편리하게 의약품 선택·사용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허가심사와 품질관리, 회수· 폐기 등 안전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해 지속 공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검색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묶음정보는 식약처가 전문가인 의·약사는 물론 일반 국민의 의약품 정보 제공 확대 차원에서 만든 서비스이다. 불순물 사태 발생 시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가 크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민은 부정적인 의견이다.

묶음정보 그림

충북에 거주하는 A씨(IT업체 직장인)는 “생색내기용 성과가 필요해서 그런 것 아니냐. 사이트 속도가 느린 이유는 외주업체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고, 자체적으로 관리 중이라면 관리를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해당 정보는 공공재인데 정보 검색이 잘 안 됐다면 공지를 띄워 알리는 게 맞다. 아예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제약사에서 일할 당시 식약처 정보제공 서비스를 통해 의약품을 자주 검색했다는 B씨도 “일부러 보여주기식으로 만든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운영할 거면 차라리 민간업체가 운영하도록 외주를 주던가 폐쇄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직 제약사 직원인 C씨도 “묶음정보가 도움이 많이 되기는 하지만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국민에게 생색내기용으로 만든 것 같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수탁사 제조원과 위탁사가 동일하면 한 번에 묶여지도록 시스템이 구현돼 있다. 새로 품목 정보 등을 추가할 때 제조원 정보가 바뀌는데 보여지는 과정에서 원활히 작동이 안 되는 것 같다. 정보 자체는 입력돼 있으니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팜뉴스 취재 이후 묶음정보 제공 기능은 개선 조치가 이뤄졌다.

◆의약품 정보 더 알기 쉽게 하겠다던 K-오렌지북, 접속 불가 ‘답답’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식약처가 올바른 제네릭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만든 'K-오렌지북'은 접속조차 불가했다.

K-오렌지북 에러 그림

2019년 2월 식약처는 K-오렌지북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나아가 안전과 품질이 확보된 의약품이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제네릭 목록, 대조약 정보, 생동성 시험 정보, 허가사항(효능·효과, 용법·용량, 사용상 주의사항) 연계 등 정보를 제공한다. 각각 사이트로 흩어진 정보를 한데 모아 쉽게 보여준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종일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안내 문구만 나왔다.

아울러 생동성시험 제공이 핵심인데도 그 정보가 어느 부분에 있는지 알기 힘든 상황이다. 의약품 상세정보란에는 생동성이 아닌 '약동학적 정보'라는 단어로 표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보건의료 단체 관계자는 “생동성시험과 약동학적 정보는 같은 이야기임에도 다른 용어를 사용해 일반 국민으로서 알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품목명 바로 아래 생동성시험 정보를 보는 배너가 있음에도 클릭 시 무응답 상황이 벌어졌다. 제네릭 생동시험 정보를 알기 쉽게 한다고 만들었지만 이날 만큼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셈이었다.

의약품 정보 접근 장벽을 낮춘다며 만든 K-오렌지북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행안부가 만든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 준수하고 있나

이 같은 K-오렌지북 오류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최신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 같다”며 정비 과정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생동시험 정보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에 “일반 국민도 보기는 하지만 전문적 용어가 많아 실제 생동시험을 하는 기관이나 제네릭 개발업체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작년 7월 30일 전자정부서비스 호환성 준수지침을 개정한 '전자정부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각 정부부처와 행정기관들은 웹사이트 품질관리자 지정과 계획 수립, 자체 품질진단을 시행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별 사이트에서 다루는 세부적인 내용이 많다 보니 한군데로 모아 지침을 개정했다. 지침에서 정하는 품질 수준을 준수하기 위해 관리를 해야 한다. 당연히 사이트는 오류가 생겨선 안 되며 문제없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침에서 정한 '웹사이트 품질관리 원칙(4조)에 따르면 웹사이트가 웹브라우저에 표시되기까지 응답시간, 속도, 용량, 링크 연결 등을 최적의 상태로 제공하여 접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웹사이트에 공개된 정보 오류, 개인정보 노출 여부, 게시판 등 점검과 개선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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