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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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달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전 국민에게 접종될 경우 개발 중인 K-백신이 사면초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절대적으로 임상 참여 가능자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월부터 글로벌 제약사 등이 개발한 56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 전 국민 대상 무료 접종에 나선다.

무료 접종은 올해 1분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2000만 회분)을 필두로 2분기 얀센 600만 명(600만 회분)·모더나 2000만 명(4000만 회분), 3분기 화이자 1000만 명(2000만회분)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4600만 명, 코벡스퍼실리티 1000만 명(2000만 회분) 등 순차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노바백스의 NVX‑CoV2373 1000만 명 분량 도입 계약 체결 임박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 R&D, 임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가 감소할 경우 K-백신 개발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백신 개발 과정을 잘 아는 국내 한 전문가(의사)는 “국민 전체가 글로벌 백신을 맞았는데 나중에 굳이 국산을 맞을 이유가 없지 않냐”고 반문하며 “백신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 1·2상에서 백신 효과를 완전히 검증하는 것이고, 그다음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지금 임상 참여자를 빠른 시간 내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 백신 접종 투여로 앞으로 코로나19가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되면 임상 참여자 부족으로 국산 백신 효과를 테스트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을 형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고 집단면역에 도달할 경우 K-백신 개발 업체들은 국내 임상 참여자를 구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K-백신을 둘러싼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FDA는 코로나19 백신 허가 신청에 최소한 3만 명의 임상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임상 전문가는 "3만 명이란 숫자는 감염역학 연구자들이 임상 데이터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아스트라제네카에 재임상을 요구한 것을 보면 실질적 지켜야 할 기준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백신 개발 전문가는 K-백신 임상 핵심은 임상에 참여하는 코로나19 환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문가는 “국산 백신은 3만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수천 명 대상 임상을 해야 하고 다국적 제약사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 효과가 확인되면 국내 환자 모집이 어렵다. 더구나 그 결과를 몇 개월 동안 지켜봐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뢰도 면에서 임상 참여자가 많은 글로벌 백신을 더욱 신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아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총 6개다. 모두 1·2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먼저 DNA백신 플랫폼으로는 국제백신연구소 INO-4800((1·2상)와 제넥신 GX-19N((1·2상), 진원생명과학 GLS-5310(1·2상) 등이 있다. 재조합 백신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NBP2001(1상)과 GBP510(1·2상)가 있으며, 바이러스 벡터 백신으로 셀리드의 AdCLD-CoV19(1·2상)가 있다.

◆K-백신, 허가 과정 산 넘어 산

코로나19 백신은 그 긴급성을 인정받아 1·2상은 소규모로 이뤄진다. 수십에서 수백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3상은 규모와 기간이 다르다. 2상에서 확인된 용법·용량을 수 천에서 수 만명에게 투여, 허가 근거인 예방 효과를 확보해야 한다. 최소 6개월 이상 추적관찰이 요구된다. 국내 백신 개발 업체들이 해외 임상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지만 3상은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임상전문가(의사)는 “만약 전세계서 집단면역이 생기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환자군은 이미 면역이 된 상황이라 국외에서도 항체가 없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환자 모집이 더 복잡해지고 실질적으로 백신 효과 평가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앞서 백신 전문가도 “만약 임상환자 3000명을 모아야 하는데 면역원성이 생겨 모집하지 못하는 경우 해외로 나가 임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에게 맞추는 백신인데 전부 외국환자만 참여하면 이 또한 허가해줘야 하냐는 딜레마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백신 개발업체들은 해외 3상을 준비 중이나 정확한 계획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1·2상 단계에서 3상을 얘기하기에는 이른 시기라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연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으로)국내 집단면역 수준이 높아지면 임상 대상자 선정이 어려울 수 있지만, 아직 1상이기에 많은 임상 참여자가 필요하지 않다. 3상이 어렵다는 얘기는 시기상조로 본다. 당연히 모든 R&D 활동에 여러 플랜을 가지고 있고 해외 임상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넥신 관계자도 "현재 1상은 20명, 2상은 150명 정도의 임상참여자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임상참여자 모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상 계획은 1~3만 명 사이가 될 것 같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불가하다. 백신 3상은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환경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감염률일 상당히 낮은 상태기에 다양한 국가가 물망에 오르고 있고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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