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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약사 포함? 약사들 “파악 힘들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약사 포함? 약사들 “파악 힘들다”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1.01.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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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문진하면 약사법 위반, 마스크 더해져 외관상 학대 확인 어려워
일선 약사 “아동학대 분노 공감… 학대 파악 및 신고의무는 무리 있어”
국회 상임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확대는 2월 재논의 결정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일명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는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약사를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약사들은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약사들이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일단 약사를 포함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확대에 대해서는 2월 재논의하기로 했다.

여·야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 이후 며칠 동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44개를 대거 쏟아냈다. 정부도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아동학대 대책 장관회의에서 24개 신고 의무자 직군에 약사와 위탁가정 부모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그동안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약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서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아동학대 현장에 대한 수사 범위를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진 약국·병원으로까지 확대하고, 미신고 적발 시 과태료 한도를 현행 500만 원 이하에서 최대 1000만 원 이하로 상향한다.

일선 약사들은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취지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약사의 근무환경 특성상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인면수심의 아동학대 살인 범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법안의 취지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만 약사들의 경우 의사와 환경이 달라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법안에 실효성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약사들이 지적한 가장 큰 어려움은 약사법상 규정된 약사 직능의 한계다. 약사법에 따라 문진을 할 수 없는 까닭에,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앞서의 약사는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문진이다. 배를 눌러보거나 다친 부위를 확인하는 식으로 아이들의 학대 정황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약사법상 약사의 문진은 불법이다. 결국, 외관상으로만 학대 여부를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약사들이 외관상으로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약을 처방할 때 보호자가 대신 약을 받는 까닭이다.

앞서의 약사는 “보호자와 아동이 약국에 방문했을 때, 처방전을 내고 약을 수령 하면서 복약지도를 듣는 것은 대부분 아동이 아닌 보호자가 한다”며 “약국에서 학대 행위를 직접 감행하지 않는 한, 아동학대를 파악할 방법은 외관상으로 확인하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아동과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탓에 아동학대 여부를 외관상으로 파악하는 것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은 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약사는 “몸에 난 상처는 옷으로 가릴 수 있다. 결국 확인할 방법은 얼굴에 난 멍이나 상처밖에 없다”며 “이마저도 보호자가 모자 등을 씌우면 확인이 어렵다.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보호자가 작정하면 학대 여부를 숨기기가 너무나 쉬운 상황이다. 문진을 위해 옷을 벗게 되는 병원이면 모를까, 약국에서 학대 정황을 포착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약사들은 억울하게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

앞서의 약사는 “정인이 사건 같은 아동학대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동학대가 또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약사들이 신고 의무자가 된다면 단순히 피해 아동이 약을 처방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받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 정서상 누군가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힘든 환경에 있는 약사들에게까지 책임을 떠안긴다는 것은 다소 가혹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신고의무 위반 여부는 지자체가 조사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아동권리보호원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의무보호자가 아동학대 정확을 파악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는 지자체 조사 결과에 따른다”고 말했다. 만약 정인이 사건처럼 전국적인 이슈가 될 경우, 부담을 느낀 지자체가 일선 현장들에 책임을 떠안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회는 일단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약사를 추가하는 법안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애먼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회의에서 아동학대처벌법 관련 9개 개정안을 묶어서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과태료 한도를 올리는 내용의 법안은 포함됐지만,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확대 법안은 제외됐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확대 여부는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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