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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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대를 달여 먹였더니 코로나19가 나았다는 한의사 주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의료전문가 입을 통해 나온 얘기인 만큼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기만한다는 한의계 내부 성토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의계에선 고추대는 정식 한약재가 아닐 뿐더러 본초학과 대한약전에 수록되지 않은 ‘듣보잡’ 성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 당사자는 ‘요지부동’이다. 해당 한의사는 코로나19 중증환자도 위독 상황에서 2~3일 간 고추대 달인 물을 먹고 바로 나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사멸과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팜뉴스는 해당 한의사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취재한 팩트를 바탕으로 고추대 논란을 집중 추적했다.

‘고추대 코로나19 효능 논란’은 지난달 21일 강성천 여수한방한의원(구 여수한방병원) 한의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강성천한의사’에 ‘바이러스 예방 증상개선 특효 고추대차’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해당 영상은 7일 현재 14만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유튜브 약관 위반으로 삭제된 상태다. 영상에는 코로나19 완치자가 출연했다. 태릉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뒤 가슴이 갑갑함을 느끼던 그가 “고추대를 먹자마자 증상이 호전되고 완치됐다”며 복용을 찬양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논란이 촉발된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강성천 한의사 주장을 비과학적이란 이유로 평가 절하했다. 하지만 고추대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경동시장 한약방들은 이미 고추대를 한약재로 들여놓았고, 네이버 쇼핑몰에서도 고추대를 파는 한의사와 업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서울 경동시장 한 한약방 사장은 “유튜브에서 코로나19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찾을 것 같아 들여놨다. 하지만 차라리 쌍화탕을 먹는 게 낫다”고 권했다. 한약방조차 고추대 효능을 믿지 않지만 사람들이 무작정 찾는단 이유로 들여놓은 것이다.

사진. 네이버 쇼핑몰 고추대 판매물 캡쳐

네이버 쇼핑몰에서도 고추대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추대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적은 쇼핑몰 관계자도 고추대 효능에 대해선 “검증된 게 아니라 잘 모른다”면서 "유튜버가 한의사이고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짜 ‘진실’은 뭘까.

팜뉴스 취재진은 강성천 한의사 주장처럼 코로나19 예방 한약재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고추대를 심층 해부했다. 우선 다수의 한약학 전문가들은 한약재로서 고추대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한의사)는 “규격 한약재로 유통되는 약재는 아니기에 서울 시내 한의원에는 유통되지 않는다. 한의원은 대부분 규격 약재를 쓴다. 고추대 사용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본인이 직접 구해다 쓰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정식 유통 약재가 아니다 보니 한의원에는 없다”고 전했다. 고추대가 시중 한의원에서 결코 취급하는 정식 한약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뿐 만이 아니다. 고추대는 고추나무 줄기다. 한의약 약재로 사용하는 식물, 꽃, 잎, 씨앗, 줄기 등을 수록한 본초학은 한의학·한약학과에서 사용하는 교재다. 본초학에 고추대는 수록돼 있지 않다. 고추대는 의약품 품질 기준과 성분을 정한 대한약전에도 없다. 약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한의협 관계자는 “본초학은 서적에 따라 포함하는 약재 수가 다르다. 한의대 교육과정에 포함된 본초학은 대한약전에 있는 약재를 수록한 정도의 내용이 있는데 여기서도 고추대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가 먹는 쌀, 대추, 보리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망라된 책에서 찾아야 겨우 나오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아주 방대한 본초학에서 날초경(고추대)이란 이름으로 등재된 기록은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몸을 따스하게 하는 효과 정도나 동상 치료에 쓰이는 기록이 나오는 정도다. 코로나19는 아니지만 유사한 감염병이나 각종 바이러스 질환 등에 사용한 기록은 없는 약재”라고 전했다. 

그러나 강성천 한의사는 이러한 반응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가 기적과 같은 고추대 효과를 확인한 시기는 코로나19 창궐 초기였던 작년 2~3월이다. 확진자 10명에게 먹였더니 2~3일 만에 증상이 없어지고, 일주일 뒤 PCR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돼 완치됐다는 것이다.

그는 6일 팜뉴스와 통화에서 “고추대에 영양분이 많아 굉장히 많은 바이러스가 침입한다”며 “고추대로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물질을 만드는 원리에 착안해 탕약을 만들었더니 ‘드라마틱’ 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의협의 반박에 대해서도 “정부와 같이 답답한 소리를 한다”며 “민간요법을 공개할 경우 한의원에 환자들이 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며 정당한 반대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고추대의 항바이러스 효과에 대한 학술적인 근거조차 빈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2013년 전북대학교 생명공학부, 환경생명신기술연구소, 국립환경과학원 연구팀의 공동 연구 보고서인 ‘항진균 세균과 난용성 인산염 가용화 효모의 혼합 배양액을 이용한 고추 병해의 생물학적 방제’ 보고서에서는 고추대가 아닌 고추와 관련한 내용만 실려 있다.

결국 강성천 한의사 주장에도 불구하고, 고추대는 본초학과 대한약전은 물론 학술적 근거조차 전무하다는 한의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의계 내부에서조차 해당 고추대 코로나19 효능이 한의사의 개인적 주장일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지역의 한 한의사는 “해당 한의사의 주장이 너무 나간 느낌”이라며 “본인 생각에 코로나 치료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주장할 수 있지만 가설을 세울 수 있는 정도의 내용에 불과하다. 주변에 한 두 명 먹어서 좋다는 것을 가지고 예방이 된다는 식으로, 마치 검증된 것처럼 말을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약사는 “전문가는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주장하는 건 전문가로서 바람직하지 않게 보인다”며 “예를 들어 코로나19는 경미한 경우에 스스로도 완치가 되는데 그 사이에 녹차를 먹었다고 해서 녹차를 코로나19 치료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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