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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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건의료계는 건국 이래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펜데믹 외에도 의·약업계 전체에 여러 사건이 있었던 까닭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의사-한의사 간 직능 갈등도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약침 제조에 철퇴를 가한 것이 그 이유다.

이후 의료계는 국민동의청원 등을 통해 약침 퇴치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의사 사회는 한의사의 약침 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간주해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의사 사회는 약침도 한의학에 근거해 처방하는 합법적인 의료행위라면서 맞섰다. 다만 한의사 사회 내에서는 약침 제조에 대한 관리를 제도권 내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약침의 불법성 여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무허가약물을 인체에 주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면서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청원을 올린 이는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으로 알려졌다. 해당 청원은 6일 오후 7시 기준 458명이 동의했다.

유태욱 회장은 청원을 통해 “최근 대법원에서 무허가 약물을 불법 제조한 범죄자에게 1년 6개월의 징역형과 벌금 206억 원이 확정됐지만, 아직도 산삼약침·비만약침 등 약효와 성분이 불분명한 주사제를 인체에 투여하고 있다”며 “의료법과 약사법에 ‘허가받지 않은 천연물·합성물·약물 및 기타 물질을 배합·조제해 인체에 침습적인 방법으로 투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원에 언급된 판결은 지난해 10월 29일 대법원이 대한약침학회 대표에 내린 판결로, 대법원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한약침학회 강모 대표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인 징역 1년 6개월 및 3년간 집행유해, 벌금 206억 원 판결(미납 시 500일 간 노역장 유치)을 확정했다.

의사 사회는 이번 기회에 한의사들의 약침 행위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주사라는 행위는 주사하는 약물의 안전성과 약효가 검증됐다는 전제하에 시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약침의 경우 안전성과 약효는커녕 성분조차 불분명하다. 한의사의 주사행위도 면허범위 내 의료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여러모로 볼 때 약침은 불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의사 사회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로서 약침을 놓고 약침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2차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것.

익명을 요구한 한의사는 “약침 요법은 본인을 포함한 수많은 한의사들의 오랜 임상경험에서 그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의사도 교육과정을 통해 현대의학에 대해 충분히 학습한다. 한의사에게 주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직능 이기주의”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약침 행위 자체를 당장 불법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의사·한의사·치과의사 모두 면허범위 내에 속하는 행위에 대해 의료법에서 선제적으로 일일이 열거해 규정하지는 않는다”며 “한방의 원칙에 따른 행위라는 대원칙 하에 문제가 되는 행위가 생길 때마다 후속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는 시스템이다. 약침 행위 자체를 선제적으로 불법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의사 사회에서는 약침의 관리를 강화해 약침요법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한의사는 “이번 사건을 토대로 앞으로 약침 요법을 어떻게 합법적으로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약침에 쓰이는 주사제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리 하에 운영 중인 원외탕전실에서 성분 및 공정 등을 보건당국에 검증받아 제조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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