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웅 리틀베어 설명

국내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파마 베이비' 돌보기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한미약품이 신년사를 통해 어린이집 개설에 대한 비전을 선포한 가운데 제약사들의 어린이집을 향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맞벌이 부부 최고의 복지는 ’사내 어린이집‘이라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10년 전 제약업계 최초로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10년 뒤인 올해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직접 “주차장 부지에 보육·복지시설을 짓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앞서 종근당, GC녹십자, 유한양행 등 국내 굴지의 제약사들은 최근 어린이집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다.

그동안 신약개발을 위해 R&D를 부르짖었던 대형 제약사들이 어린이집 개설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뭘까.

제약사에서 워킹맘으로 일했던 A 씨(여·40)는 “직원 복지 중 가장 최고는 어린이집”이라며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퇴근할 때 찾아오는 것은 정말 편하다. 일부러 임신 시기에 맞춰 직장에 어린이집이 있는 제약사로 옮기는 직원도 봤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유한양행은 지난해 3월 서울 동작구 본사 1층에 49명의 영·유아를 돌볼 수 있는 어린이집 ‘유한버들새싹’을 개원하며 워킹맘 마음 잡기에 나섰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사내에 위치하다 보니 심리적 안정감이 크다”며 “아무리 집 근처에 어린이집이 있더라도 근무지 주변에 있는 것과는 심리적 차이가 있고, 이런 측면에서 만족도와 업무 집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한양행 어린이집은 회사 1층에 있고 출입구를 별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안전이나 보안 등 측면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1층은 대피가 용이하다. 외부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사진. 종근당 키즈벨 어린이집

제약사들이 그룹 차원에서 ‘파마 베이비’ 돌보기에 나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인구감소)가 올해 처음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데드크로스는 국내 출생아 수가 사망자 보다 적은 현상이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제약사들도 일터를 집처럼 만들어 육아로 발생 가능한 경력 단절 예방에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신년사에서 어린이집 개설을 직접 언급한 것도 데드크로스 현상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공개된 신년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여러분 아이를 내 아이처럼 키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겠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송 회장이 어린이집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웅제약은 2011년 제약업계 최초로 어린이집 ‘리틀베어’를 개원했다. 당시 원생은 13명이었지만 현재는 24명으로 늘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보통 어린이집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이지만 오후 9시 30분까지도 운영한다”며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며 교감하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가까이에서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야근이 많은 직원을 위해 야간까지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이점이라는 설명이다.

종근당도 다르지 않다. 종근당은 2019년 3월 천안공장 맞춤형 어린이집 ‘종근당 키즈벨’을 개원했다. 밤늦게 일하는 직원들이 편안하게 아이를 볼 수 있도록 공장 정문 앞에 위치한 게 강점이다. 이전까지는 공장에서 10Km 떨어진 시내에 아이를 맡겨야 했다.

종근당의 아기 돌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울 본사에 어린이집 개원을 검토 중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당장 본사에 어린이집을 개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복지 강화 일환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공장에 먼저 도입한 것은 원래 가지고 있던 부지가 있었기에 먼저 직원 복지에 신경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제약사 직원은 “맞벌이 부부는 아이와 같이 출근 할 수 없으니 사내 어린이집이 있으면 당연히 좋다"며 "물론 우수평가자 등 선정 기준이 있겠지만 일반 어린이집 당첨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회사로선 장기 근속 유도와 회사 이미지 개선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지 않는 이상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키우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사내에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굉장히 좋은 복지 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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