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을 풍자한 ‘코로나송’이 유튜브 세상에서 ‘흥행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무너진 일상을 통쾌하게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세태를 비판하고 시민들의 응집된 분노를 담아냈다는 이유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대중문화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국민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풍자와 비판이 인기의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 배카인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 배카인 유튜브 채널 캡처

“음악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렇다고 침묵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위대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빅토르 위고가 남긴 말이다. ‘현대음악의 차르’로 군림해온 러시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도 “인간이 현재를 인식하는 유일한 영역”으로 음악을 정의했다.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현재’, 곧 우리네 일상을 날카롭게 찌르고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을 음악에 담아낸 인물은 누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로의 멜로디나 가사를 담아 노래를 발표한 대중음악의 유명 가수를 떠올리겠지만 유튜브 세상의  주인공은 ‘배카인’이라는 싱어송라이터 유튜버다.

배카인은 지난 9월경 “집 밖에 못 나가서 열 받은(빡친) 노래”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조회수는 100만 건을 돌파했다. 거친 가사를 수정한 뒤 ‘교육용’이란 간판을 달고 다시 공개한 영상도 150만 건을 뛰어넘었다. 발표하면 무조건 ‘초대박’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 이후, 배카인의 노래가 ‘역주행’을 거듭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는 점이다.

1절 가사 일부 대목은 아래와 같다.

“무너져 간다 무너져 간다, 4시간을 쌓아 올린 카드탑이
발효가 된다 발효가 된다 산채로 시체마냥 냄새가 XX
사람이 사는지 짐승이 사는지, 바깥 날씨가 어떤지 알 리가 없지
집에서 안 나간지 벌써, 반 년이나 지나갔네.” 

“뱃살이 는다 뱃살이 는다, 배달음식 시켜먹다 살이 찐다
바닥이 보인다 바닥이 보인다, 모아놓은 비상금이  사라진다 
알바에서 짤려 일자리는 없어, 방구석에 박혀 썩어가는데 
니들은 마스크 없이 나가고 앉았냐.”

사진1. 유튜버 '떠현' 채널 캡처
사진1. 유튜버 '떠현' 채널 캡처

다소 거친 표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배카인이 일부 집단의 일탈 행동을 비판한 대목이 시선을 끌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으로 인한 ‘집콕’ 생활을 시체에 비유할 만큼 처참한 일상을 초리하고 수많은 일자리가 잘려나가는 암울한 상황인데도 ‘노마스크’족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을 풍자한 것.

싱어송라이터 유튜버 ‘베카비’를 향해 관심이 폭발한 까닭이다. 한 시청자는 “가사가 우리 마음 속에 쌓인 분노를 대변하는 내용이다”며 “시의적절한 가사가 경쾌한 멜로디에 담겨 있어 너무 좋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다른 시청자도 “저 대신 시원하게 욕해주는 기분이 든다. 해당 영상을 보고 불편한 사람은 정부지침을 전부 무시하고 행동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2. 유튜버 '떠현' 채널 캡처
사진2. 유튜버 '떠현' 채널 캡처

평론가들은 ‘코로나송’ 특유의 가사가 인기 비결이란 입장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반적으로 가요에서 많이 듣지 못했던 가사다”며 “기존 가수들과도 문법이 다르다. 기존 가수들은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위로를 담은 가사가 많지만 코로나송은 코로나19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담고 있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통쾌함 때문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송’의 풍자적 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절의 일부 대목은 아래와 같다.

“무너져 간다, 무너져 간다, 8개월을 쌓아올린 카드탑이
난리가 난다, 난리가 난다, 지들끼리 치고 박고 난리다 난리
군 휴가도 못가, 대면 수업 못해, 방구석에 못 박혀 썩어가는데
니들은 마스크 하나도 제대로 못 쓰냐.”

”학교도 아주 그냥 휴학을 때리고, 겨우 잡은 티켓도 환불을 때리고
잡혔던 정모도 취소를 때려놓고, 최대한 집 안에서 박혀있는데
자가격리 무시하고 나가질 않나, 어디로 싸도는지 숨기지를 않나
조금만 조심해도 소용이 없네, 고마워라 이제부턴 못 나가겠다.”

코로나19의 거듭된 재확산 이후 국방부는 실제로 장병의 휴가와 외출을 통제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는 원격 수업에 대한 부담으로 겨울 방학을 앞당겨 실시했고 대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자가격리 이탈 사례는 속출하는 것은 물론 최근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도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송이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 것. 

다른 유튜버들이 ‘코로나송’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입혀 공개한 영상도 화제를 일으키는 중이다. 유튜버 ‘떠현’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상 조회수는 25만 건을 돌파했다. 피아노 유튜버 ‘김광연’은 피아노 연주를 통해 코로나 리듬을 재해석한 영상으로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송’이 코로나19 시국을 제대로 풍자하면서 유튜브 음악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송’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음악은 기본적으로 감성을 내포하지만 코로나송은 코로나19 시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풍자가 담겨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며 “밈 현상은 재밌는 말과 행동을 온라인상에서 모방하거나 재가공한 콘텐츠다. 자신의 어려움을 담은 솔직한 가사가 통하면서 다른 유튜버들의 ‘밈’까지 만들어 냈다. 그만큼, 이런 종류의 음악에 대한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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