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의 파급력은 미국 내에 그치지 않았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톡신 분쟁 관련 ITC 판결이 국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모양새다. 대웅은 이번 ITC 판결은 메디톡스가 아닌 미국 기업 보호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반면, 메디톡스는 ITC 판결 전문이 공개되면 대웅의 도용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소송 쟁점도 균주 도용 여부인만큼, 내년 1월 공개 예정인 ITC 판결 전문이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21일 성명을 통해 “균주 전쟁은 끝났다”라며 “ITC는 본사가 메디톡스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음을 인정했으면서도 단순히 공정이 유사하고 개발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침해를 인정하는 무리한 판단을 했다. 이번 판결은 메디톡스의 기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엘러간 등 미국 회사의 독점적 위치 보전을 위한 결정으로, 한국 법정이라면 절대 그렇게 판정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이번 소송 결과가 국내에서 악용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기술조차 없는 메디톡스가 기술 침해를 운운해 황당하다. 메디톡스가 말하는 공정기술은 이미 수십 년 전 논문에서 전부 공개된 비밀로 영업비밀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웅은 판단근거로 제시한 논문에는 ‘Malizio, Purification of Clostridium botulinum Type A Neurotoxin (2000)’ ‘DasGupta, Purification and amino acid composition of type A botulinum neurotoxin (1984)’ ‘Tse, Preparation and Characterisation of Homogeneous Neurotoxin Type A from Clostridium botulinum (1982)’ ‘Siegel, Toxin Production by Clostridium botulinum Type A Under Various Fermentation Conditions (1979)’ ‘Duff, STUDIES ON IMMUNITY TO TOXINS OF CLOSTRIDIUM BOTULINUM  I. A : Simplified Procedure for Isolation of Type A Toxin (1957)’ ‘Abrams, THE PURIFICATION OF TOXIN FROM CLOSTRIDIUM BOTULINUM TYPE A (1946)’ 등이 있다. 이들 논문은 모두 보툴리눔 균주의 독소 생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웅 측은 “메디톡스는 이미 검찰수사를 통해 원액 바꿔치기, 역가 조작 등이 밝혀져 형사재판 중에 있다”며 “우리가 메디톡스의 기술을 도용했다면 우리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고, 본사 제품이 미국 FDA의 허가를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민사소송에서 어떤 영업비밀이 있고 본사가 어떤 침해를 했는지 제대로 밝히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ITC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여부를 인정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ITC의 판결 전문이 공개될 때까지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겠다는 반응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본사의 ITC 소송을 대리 중인 미국 법무법인의 담당 변호사에 따르면, 대웅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는 사실이 ITC 최종판결문에 명확히 명시돼 있다”며 “판결문이 공개되면 국내 민‧형사 소송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동안 ITC에 제출했던 자료는 모두 재판부에도 제출한 상황이다. 국내 민사에서도 ITC와 동일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양측 회사의 입장대로, 국내 소송에서도 쟁점은 ‘균주 도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웅과 메디톡스 두 회사는 모두 ITC의 소송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웅 측은 ITC가 균주 도용과 균주 영업비밀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석한 반면, 메디톡스는 ITC가 균주 및 제조공정의 도용을 인정했다는 반응이다.

국내 소송의 쟁점은 결국 ‘ITC 판결 전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ITC의 최종판결 전문은 근무일 기준 10일 이내 공개 예정이다. 판결이 12월 16일(현지시간) 발표됐으므로 빠르면 올해 내에, 성탄절 휴가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공개가 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의 조사 결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질병청은 최근 보툴리눔 균주를 다루는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보툴리눔 균주 취득 경위, 보안 관리 현황, 병원체 특성 분석 여부 등을 비롯해, 균주 취득 경위나 염기 서열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현재로서는 누가 이겼는지 알기가 어렵다. ITC의 판결 전문이 나와야 최종 승자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ITC가 법률적인 위법 여부 등을 알리는 기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ITC 판결이 국내 소송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ITC 판결 전문과 질병청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소송전의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하지만 이번 소송전이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두 회사가 수년간 소송전을 진행했지만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적은 없었다. 메디톡스의 경우 식약처와의 허가 취소 분쟁도 겪었는데 여전히 시장에서 일정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하면 이번 소송전이 시장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지 의문스럽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성상 영업비밀 침해 등에 대한 형량이 약한 편이다. 예상 외로 큰 타격 없이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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