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승흠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
사진. 유승흠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많은 의료기관들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병원경영학회가 최근 진행한 추계 학술대회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학술대회에서 전대미문의 감염병 상황을 맞아 병원들의 경영 패러다임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는 이유에서다. 팜뉴스가 그 생생한 현장을 단독 공개한다.

11일 오후 1시경 한국병원경영학회가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국제홀에서 ‘2020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 대회의 주제는 ‘감염병 시대, 병원경영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유튜브 실시간 중계로 진행됐다. 비록 온라인 중계였지만 장장 5시간 3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열띤 토론과 발표가 이어졌다.

보건당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한국병원경영학회는 1995년 창립한 이래 병원 경영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온 학회다”며 “코로나19로 의료기관들이 급격한 환자 감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시대의 불확실성과 의료환경이 급변하면서 병원 경영의 전문화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병원 경영과 관리에 대한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유승흠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연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의 기조연설이었다. 유승흠 이사장은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조카로, 치료비가 없어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아픈 이웃들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인물이다.

유승흠 이사장은 환자에 대한 문병과 간병이 가능한 병원 구조를 총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참석자는 물론 유튜브 시청자들의 수많은 공감을 얻었다.

#‘문병’과 ’간병’ 시스템 개선, 최우선 혁신 과제

유승흠 이사장은 “인류 역사상 바이러스 감염을 박멸한 사례는 단 한번 뿐이다”며 “1977년 마지막 환자가 발생해서 1979년에 WHO가 천연두(두창) 박멸 선언을 했다.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인류의 역사다. 바이러스 시대 아래 살고 있다는 얘기”라고 운을 띄웠다.

사진. 유승흠 이사장
사진. 유승흠 이사장

그러면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핵심적인 혁신 과제는 환자 안전 관리다”라며 “병실에 환자들이 있는데도 문병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병실에 갈 수 있는 것은 환자 중심 병원이 아니다. 간병도 다르지 않다. 원칙적으로 병실은 환자 아니면 의료진밖에 출입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유승흠 이사장은 “의료인 의외에 병실 출입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간병인들은 병실에서 자고 먹는다. 하지만 환자와 간병인은 서로 병을 옮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병과 간병을 통한 접촉이 이뤄지는 병원 구조가 바이러스의 감염에 가장 취약한 공간이란 뜻이다.

실제로 로타 바이러스는 병원 감염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2013년 당시 메르스 사태도 병원 감염으로 촉발됐다. 코로나19 사태 역시 병원 집단 감염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문병과 간병이 자유로운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유승흠 이사장의 논지다.

유승흠 이사장은 “물론 팬데믹 상황상 지금은 문병이 어렵다”며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병실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간병인도 병원에서 상주하면서 먹고 자는 것이 아니라 간병 전문가의 개념으로 병원 직원으로 고용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욱 적게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단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다. 매년 겨울이면 바이러스 감염으로 최소 2000명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사망한다는 게 통계청 통계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이번 기회에 병원의 문병과 간병 시스템을 혁신하는 체계를 만들면 국민들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학회가 앞장선다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감염병 시대, 듀얼 트랙이 대안”

사진. 이왕준 명지재단 이사장

다음 순서는 이왕준 명지재단 이사장이었다. 그가 등장한 순간, 학술대회 열기는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명지병원은 코로나19 대확산 초기 호흡기질환자와 그 외 질환자를 분리해 진료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축한 병원이다. 2015년 메르스 상륙 당시 1년 전부터 비상대응팀을 꾸려 완벽한 대응으로 화제를 일으킨 감염병 거점 병원으로 명성을 날렸다. 명지병원의 수장이 이왕준 이사장이다.

이왕준 이사장은 “우리 병원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선봉에서 활동하면서 주목을 받았다”며 “감염병 시대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감염병 거점 병원들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에서 명지병원의 사례를 발표하겠다”이라고 전했다.

이왕준 이사장은 이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급성기 병원의 필수의료서비스 지속제공’이란 연구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이왕준 이사장이 책임저자를 맡았고 이기덕 교수(감염내과) 등 명지병원 의료진 7인이 참여했다. 국제학술지인 병원감염저널(Journal of Hospital Infection)에 실려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왕준 이사장은 “병원 감염 저널에 우리 병원 사례를 듀얼 트렉 헬스케어시스템이란 이름으로 보고했다”며 “명지병원의 코로나19 핵심 대응 전략이다. 코로나19 환자와 비코로나 환자에 대해 2대 8의 비율에 맞추어서 배분하고 운영하는 원칙이 근간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비드 존에 병상수나 전체 인력수의 20%를 배정했고 나머지 80%에 정상진료를 유지했다”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두 마리 사냥개 전략을 듀얼 시스템에 넣은 것이다. 그 결과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확진환자를 치료하면서 일반 환자 수는 감소했지만 중증 및 응급 환자 수는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환자들의 진료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왕준 이사장은 “따라서 향후 감염병 시대의 상설화가 예상된다고 하면 다른 병원도 감염병 ZONE과 비감염병 ZONE으로 구분한 듀얼 트랙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또 응급실, 외래, 중환자실, 수술실 등의 내부도 전부 듀얼 트랙을 갖춰야 한다. 이런 구조를 갖춘다면 감염병 거점 병원의 성공적인 모델이 정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행사에서는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오승민 명지병원 버추얼케어센터장 등 각계 각층의 인사가 발제자로 참석하면서 비대면 진료,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열띤 논의의 장이 열렸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라이브 채팅방을 떠나지 않은 까닭이다. 한 시청자는 “온라인 학회인데도 상당히 의미가 큰 학술대회였다”고 평했다. 다른 시청자는 “어려운 시기에 알찬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학술대회를 열어 주셔서 감사하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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