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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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최근 급속도로 퍼지면서 의료 인력이 모자라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고 코로나19 현장으로 즉각 투입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은 반면, 전공의들은 ‘국시 면제’로 의대생을 구제해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사투 중인 감염내과 의료진들은 정부와 전공의가 내놓은 방안 모두 적절치 않다면서, 서로 앙금을 털고 열린 마음으로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 브리핑에서 “일부 전공의(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전문의 자격시험을 면제해주는 방안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전문의 시험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시험을 면제하는 대신 코로나19 대응 인력으로 투입하겠다는 것.

복지부 측은 “전문의 시험을 주관하는 의학회와 26개 전문학회, 전문의 자격을 인정심의하는 전공의수렴평가위원회 등과 논의할 것”이라며 “수련과정을 밟고 있어 의료법상 의무적으로 겸직이 금지된 전공의들이 코로나19 의료지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즉각 반발 의사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전공의의 전문의 시험을 면제가 아닌, 국시 면제를 통해 의대생을 구제하고 이들을 의료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공의들을 차출하겠다고 하는 것은 가혹한 환경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들에게 짐을 더 얹는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코로나19 방역 투입을 원한다면 정부는 의사와의 신뢰와 연대를 깨뜨렸던 이전 발언들을 사과하고, 의대생 국시 면제 및 코로나19 방역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 전공의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는 “자원의 형태라면 모를까 개인의 전공과 관계없는 차출의 형태라면 문제가 있다”며 “전문의 시험이라는 것이 합격률이 높기는 하지만 그동안 수련하면서 배운 것을 정리하고 나아가 전문의로서 기본적인 지식을 되짚는 데 의의가 있는 중요한 시험이다. 이를 면제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의료 인력 문제를 놓고 제2차 의·정 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감염내과 의료진은 정부와 전공의가 내놓은 주장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원에 의한 것이라면 모를까. 전공의를 차출하고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는 방안은 개인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우선 기존 의료인력과 함께 봉사자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의료 인력 2700명 공백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정부 말대로 의료 인력을 보강하자는 취지에서 벌어진 사태다. 물론 의대생들에게도 책임은 있지만, 잘못을 무조건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자세보다는 저들이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우 교수는 또 전공의가 제시한 국시 면제 방안에 대해서도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시스템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공의들이 의대생 구제를 요구하려면 국시 면제보다는 국시 재응시 기회를 주고 이들을 코로나19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이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사 파업 당시에 속으로 이번 겨울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분명 정부가 나중에 의료진의 도움을 필요로 할 텐데 왜 저렇게 의사와 전공의들을 몰아붙일까 생각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내년 2000명 이상의 인턴 공백까지 맞물리게 되면, 정부가 뒷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전문의 시험 면제 및 전공의 현장 투입 방안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래 전문의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서 돌아갈 수 없다. 또 자칫하면 2021년 전문의가 된 전공의들이 시험을 면제 받은 ‘코로나 전문의’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정부가 명분으로 말했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의대생들에게 진 마음의 빚이 크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국시 면제도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정부와 전공의들의 주장 모두 국민의 건강권을 놓고 거래를 하자는 것과 같다. 국민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현장 의료진들은 정부와 의사 사회의 대국적인 대타협을 촉구했다. 국민 정서를 비롯한 여러 측면을 모두 고려해 의료 공백을 메울 묘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의 김우주 교수는 “전문의 시험을 면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현장 투입에 자원한 전공의들에게 가산점 등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안 등은 고려해볼 만하다”며 “정부와 의대생, 전공의, 대학병원 등 4자가 머리를 맞대고 대타협을 이뤄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들의 경우에서도 국시 면제는 안 되겠지만, 이들을 코로나19 현장에 선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국시를 치러야 하는 의대생들은 대부분 임상실습을 마쳐 검체 채취 등 간단한 업무 정도는 현장에서 할 수 있다. 코로나19 현장의 부담을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의대생들이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의사 파업으로 분노했던 국민들의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의 시험 면제 방안이 논란이 되자, 복지부는 15일 브리핑을 통해 “전문의 시험 면제 및 전공의 차출에 대한 계획이 없으며 그런 입장을 의료계에 제시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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