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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증상 환각제로 ‘이이제이’ 치료할 수 있을까
중독 증상 환각제로 ‘이이제이’ 치료할 수 있을까
  • 신용수 기자
  • credit@pharmnews.com
  • 승인 2020.12.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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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팀, 환각제 이보가인 유사체 합성… 효과 유지하고 독성 줄이고
신경세포 구조 변화 유도해 알코올‧아편 등 중독 및 금단증상 완화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환각제의 일종인 이보가인(ibogaine)은 중독 증상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지만, 약물 자체의 독성과 심장 부정맥을 유발하는 등 안전성 문제로 그동안 치료제로서 개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연구팀이 이보가인 분자 구조의 일부를 교체해 유사체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독성은 제거하고 효능은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중독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UC데이비스) 화학과 연구팀은 이보가인의 분자 구조 일부를 바꿔 중독 치료의 기능은 유지하고 독성은 제거한 이보가인 유사체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12월 9일자에 발표했다.

이보가인은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다년생 열대관목으로 아프리카의 전통 의학 및 의식 등에서 환각 용도로 쓰이던 타베르난테 이보가(Tabernanthe iboga)의 뿌리에서 발견된 알칼로이드 성분이다. 아편 중독 환자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각 및 심장 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고 이로 인한 사망사례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통제물질관리법에 따라 5단계 중 가장 높은 ‘스케쥴(Schedule) 1’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연구팀은 ‘타베르난타로그’(tabernanthalog, TBG)라는 이보가인 유사체를 합성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보가인의 분자 구조 일부를 교체해 합성한 TBG는 이보가인과 달리 수용성 분자로, 한 번에 합성할 수 있어 합성 과정도 간단하다.

연구팀은 먼저 세포배양 및 제브라피쉬 동물실험을 통해 새로 합성한 TBG가 이보가인보다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 독성이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연구팀은 생쥐(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TBG와 이보가인의 약리적 효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TBG는 생쥐의 신경세포에서 새로운 수상 돌기의 형성과 함께 수상 돌기의 새로운 가지 형성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케타민과 LSD, MDMA, DMT 등 마약류 물질이 신경 세포 간 연결에 미치는 영향과 유사한 현상으로, 항우울제와 비슷한 기전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약물과 달리, TBG를 투여한 생쥐에게서는 머리 경련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약물을 투여한 쥐의 머리 경련 반응은 인간의 환각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추가실험을 통해 TBG의 중독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 음주 훈련을 통해 알코올 중독을 유도한 생쥐에게 TBG를 1회 투여한 결과, 생쥐의 알코올 섭취량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TBG는 쥐(래트)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아편 성분에 대한 중독 완화 효과를 보였다. 먼저 쥐에게 빛과 소리 신호가 있을 때 레버를 누르면 헤로인(아편의 주성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이때 쥐는 헤로인 공급 중단 시 금단증상을 보이면서 빛과 소리 신호가 주어질 때 레버를 반복적으로 누르면서 헤로인을 찾는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TBG를 투여한 쥐의 경우 이런 금단증상이 상대적으로 완화됐다.

연구를 주도한 올슨 UC데이비스 화학과 교수는 “환각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약물 중 뇌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약물”이라며 “TBG는 주요 뇌 회로의 뉴런 구조를 변경함으로써 우울증이나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중독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번에 하나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집중해왔지만, 사실 정신질환의 경우 여러 질병이 한번에 겹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앞으로 하나의 약으로 중독을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에겐 사람들이 약장에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약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가 그 방향으로 나가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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