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황지만 딜로이트코리아 파트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외출을 할 수 없고, 악수와 포옹과 같은 인사 ‘접촉’ 인사 대신에 간단한 목례만 하는 ‘비접촉’ 인사를 하는 세상이다. 전례 없던 감염병이 바꾼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은 ‘뉴노멀 시대’다.

이러한 ‘뉴노멀 시대’의 여파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벼운 감기나 몸살 기운만 있어도 동네 의원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1차의료기관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전통적인 ‘관계 중심’의 영업‧마케팅 활동을 펼쳤던 제약사들도 비대면‧원격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까. 팜뉴스는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을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만나 심층적으로 들어봤다. 그 세 번째 주인공은 황지만 딜로이트코리아 파트너다. 본지는 황지만 파트너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 딜로이트코리아에 대한 소개와 현재 속해 있는 ‘생명과학(Life Sciences) 섹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딜로이트(Deloitte)는 19세기 중반에 영국 런던에서 창립된 회계법인으로, 현재는 런던에 본사가 있다. 소위 ‘빅4(Deloitte, PwC, EY, KPMG)’로 알려져 있는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이며 전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회계감사와 세금자문, 경영 및 금융자문, ERM (Enterprise Risk Management)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딜로이트코리아는 지난 1987년 설립돼 현재 약 28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6대 산업’을 선정해서 해당 산업의 전문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소비자 부문(Consumer), 금융 부문(Financial Services), 첨단기술‧미디어 및 통신 부문(Technology, Media & Telecommunications), 에너지‧자원 및 소비재 부문(Energy, Resources & Industrials), 정부 및 공공 부문(Government & Public Services), 그리고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부문(Life Sciences & Health Care)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딜로이트는 업계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전문팀을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조직이며, 생명과학 섹터에는 의사 및 약사 출신을 비롯해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상황’ 속에 올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친 영향을 언급하자면

코로나19가 글로벌 산업 전반에 미친 여파는 상당했고, 제약‧바이오 산업도 그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우선, 전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원격의료나 언택트에 대한 지표를 언급할 수 있겠다.

원격의료와 관련된 온라인상 방문 증가량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388%’ 증가했다. 그야말로 ‘폭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전문가(HCP, HealthCare Professional)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마케팅‧영업 규모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30년까지 원격의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은 약 15.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의 원격의료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38.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규모도 7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임상시험을 위한 환자 모집이 실패할 확률이 약 8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병‧의원 등에 내원해서 대면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비율도 기존보다 75% 정도 감소했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으로 인해 대면 접촉은 자제하고 원격이나 비대면 접촉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제약‧바이오 산업에 속해 있는 하위 산업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아 왔던 분야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2016년 8.6조 달러에서 2025년 14.4조 달러로 연평균 6% 수준의 고성장이 전망되고 있지만, 국내 바이오산업은 전체 시장의 2% 수준에 불과하며 바이오산업 국가 경쟁력도 2018년에 26위를 기록하며 2009년 15위에서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지난해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연구개발(R&D) 지원 비용을 오는 2025년까지 연간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고, 바이오산업의 범위도 식품과 바이오 연료, 에너지 분야 등으로 확장해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러한 관심에 더해, 제약‧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 이후에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산업으로 부상하게 됐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산업에 걸린 기댓값이 높은 상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화이자‧모더나 등이 필두가 돼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산업이나 K-방역이라 일컬어지는 체외진단시장 등이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는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한 추세로 판단된다.

실제로 국내 진단기기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수출량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일을 기준으로 수출용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총 221개 제품이 허가된 상태이며, 전세계에 약 5억명 분이 수출됐다.

올해 초부터 지난 11월까지 집계된 총수출 금액은 약 22억 7000만 달러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출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10월과 11월에 연이어 월별 수출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 국가 수도 3월에는 83개국에 불과했지만, 11월에는 총 170여개 국가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딜로이트법인 쪽으로 국내 체외진단 업체에 대한 ‘딜(deal) 관점’에서의 문의도 다수 들어오고 있다.

≫ 체외진단시장처럼 매출이 증가한 분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제약‧바이오 산업 내에서도 하위 산업별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위험 노출 가능성이 다르며, 그 정도에 따라 크게 3개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매출에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인공호흡기(ventilator)나 심장 모니터(cardiac monitor), 산소포화도 측정기(pulse oximeter), 수혈 장비(blood transfusion equipment) 등과 같은 필수장비 관련 분야다.

또한 응급 사망과 관련된 영역이나 당뇨병, 고혈압, 천식과 같은 만성질환 의약품 영역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으로는 매출 영향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위험 노출 가능성이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분야다.

세부적으로는 무릎 임플란트와 같은 선택적 수술과 관련된 장비(surgical equipment for elective procedures)나 보청기, 안구 보조기와 같은 비외과적 의료 장비(non-surgical medical equipment) 영역을 꼽을 수 있다.

일례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보청기 시장의 규모가 상반기에 다소 감소했지만, 하반기에 바로 반등을 했다. 다음 해인 2009년에는 매출이 8% 이상 늘어나며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이외에도 백신에 대한 개발 동기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기존 치료약에서 예방약을 중심으로 신약 개발이 강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로는 건강보조식품 관련 산업과 도수치료 및 물리치료, 라식‧라섹 수술과 같은 비(非)필수 치료영역이 언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치과치료 분야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에 치과 치료 중 에어로졸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을 경고하며, 치과의사들에게 필수적이지 않고 시급하지 않은 치과 치료는 미룰 것을 당부하는 지침을 배포하기도 했다.

≫ 그렇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준비해야 할 전략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우선, 기존에 전통적인 제약기업들은 예전에도 계속 강조됐던 것들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이 새로운 오리지널 신약을 국내에 도입할 때, 꾸준히 강화해 온 부분이 바로 ‘시장 진입(market access)’을 세밀화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욱 정밀하고 세밀화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신약을 국내에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어느 질환을 어떤 환자와 의료진에게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지 ‘프리 마케팅 액티비티(pre-marketing activity)’ 단계에서부터 논의가 돼야 한다. 또한 국내 허가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약가에 대한 전략이나 건강보험 급여권에 안착하기 위해 어떤 프로세스를 가져가야 하는지도 중요하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대면 접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전처럼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적인 마케팅 활동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다양한 연구와 많은 사례들을 통해 이러한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입증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시장에 새롭게 들어가기 위한 신규 진입자들에겐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다 세밀하고 정밀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한 까닭이다. 과거의 처방 실적이나 처방패턴, 매출액, 시장 상황 등과 같은 데이터 중심의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제약 마케팅‧영업은 ‘관계 중심’의 방식이 강조됐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이러한 관계 중심의 영업이 상당히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올해 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병원 및 의료기관들은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의 영업사원들에 대해 원내 출입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영업 활동보다는 마케팅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시되는 상황인데, 국내 제약사들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작위적인 마케팅 활동이 아니라 정밀화되고 타겟화된 ‘멀티채널 마케팅(multi channel marketing)’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는 제약사의 영업사원들이 의료진을 직접 방문해, 의약품에 대한 정보나 학술정보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향후에는 제약사가 주도적으로 과학적인 데이터를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로운 분야로의 신규 진입 역시 힘들어질 것으로 관측되며 이에 따른 내부적인 분석도 필요한 상황이다. 대면 영업이 축소됨에 따라 어느 정도의 영업 인력이 필요한 것인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적응력이나 조직 효율화를 위해 어떤 점들이 변화해야 할지 연구가 돼야 할 시점이다.

≫ 끝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회장이자 CEO였던 잭 웰치는 “시장의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고,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가장 강한 자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어떻게 변화(change)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유연성(flexibility)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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