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삼성창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성민 교수
사진. 삼성창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성민 교수

OECD 국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 1위는 유방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방암이 갑상선암에 이어 여성암 발병률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생활양식의 서구화로 국내 유방암 환자의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유방암 환자 중 40대의 젊은 환자 비중이 가장 높으며,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40대 젊은 유방암 환자의 경우 한창 일상생활 및 사회경제적 활동을 영위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서 이전과 같은 삶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만약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전이성 유방암 환자라면 삶의 질을 유지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항암화학요법 시행이 불가피한데,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 삶의 질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환자 삶의 질에 대해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통해 가장 바라는 것은 생존기간 연장 외에 부작용 고통 경감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약 절반이 항암치료 중에도 직장생활 및 가사생활 등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할 정도로 기존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환자들의 바람이 컸다.

따라서 젊은 전이성 유방암 치료 시에는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단순히 생존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 환자 삶의 질 또한 최대한 오래 유지시킬 수 있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 및 치료 편의성은 좋으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치료법을 통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최근에는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삶의 질 유지에 도움 되는 치료법이 많이 나와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특히 단일항암화학요법(이하 단일요법)은 병용요법과 달리 독성이 비교적 적고 투약 편의성도 좋은 치료법이다.

한국유방암학회 진료권고안에서도 빠른 종양 축소가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일요법의 순차적 사용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병용요법은 단일요법보다 독성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에 비해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근거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를 위한 대표적 단일요법으로는 ‘에리불린(제품명: 할라벤)’ 등이 있다. 에리불린은 임상연구를 통해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확인했으며, 입원 없이 2~5분 만에 투약이 가능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젊은 환자일수록 치료 장기화를 대비하여 누적되는 치료제 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에리불린은 비교적 독성 프로파일이 양호한 치료제다.

실제로 필자의 환자 중 한 분은 2010년 우측 유방암 진단 후 수술, 보조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뼈와 폐에 전이가 발생했다. 이후 도세탁셀 치료로 완전관해에 도달한 적이 있으나 이후 뼈의 전이가 악화되었고 도세탁셀 재치료 시 신경독성, 부종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 많이 괴로워했다.

결국 2019년에 말초신경염으로 이어져 환자가 실족 및 골절 수술까지 겪게 되었고, 이에 심평원으로부터 탁산계 약물 유지 어려움을 인정받고 에리불린 치료로 변경하면서야 현재의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환자는 이전 치료와 달리 심각한 부작용을 겪지 않고 있으며 삶의 질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 특히 연령대가 낮은 환자들의 경우 기존의 삶을 모두 멈추고 치료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해 좌절감을 느낀다.

환자의 병기나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단일요법과 같이 좋은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도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치료와 일상생활을 잘 병행할 수 있는 시대다.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좋은 치료법에 대한 의료진의 상세한 설명과 격려의 말이 필요하겠다.
 
또한 환자가 치료제 부작용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면 질병 악화가 아니더라도 약제 변경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고식적인 항암화학치료제 공식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성 있는 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하여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받지 않고 더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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