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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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혈장치료’가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개발 중인 ‘혈장 치료제’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개발 기업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혈장치료와 혈장 치료제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25일 기준, 6천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14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라 기존에 사용하던 약물이나 치료법을 코로나19 환자에 적용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혈장치료’다.

혈장치료(Convalescent plasma)란 코로나19 완치자로부터 회복기 혈장을 채혈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수혈요법이다. 이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대안으로 평가받는 옵션으로, 스페인 독감과 에볼라 때도 사용됐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혈장치료로 완치한 사례가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인하대병원 연구팀이 지난 6월, 대한의학회지(JKM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한 논문(doi.org/10.3346/jkms.2020.35.e239)에는 지난 3월 27일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8세 남성에 대한 사례가 실려 있다.

이 환자는 입원 첫날부터 폐렴 증상을 보였고 입원 3일째에 흉부 X-ray를 통해 폐렴이 관찰됐다. 또한 5일째에는 호흡곤란 증상으로 산소치료를 받았고 이후 상태가 심각해져 입원 9일 차에 혈장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이틀 연속 250mL의 회복기 혈장을 투여받았고 3일 동안 발열 및 호흡곤란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4일 후부터는 다시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났고 12일 동안 ECMO(체외막형산소공급)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 퇴원 시, 환자에게는 별다른 합병증이 없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검출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월에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법을 긴급사용승인(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했다.

당시 FDA는 “지난 4월부터 회복기 혈장을 토대로 약 7만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고 항체 역가가 가장 높은 혈장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최대 35%까지 개선됐다”며 “이는 FDA가 발표한 기준을 충족하는 수치이며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후 3일 이내에 치료를 받은 환자가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다. 80세 미만 연령군에서도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까지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표준 치료법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혈장치료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군다나 이번 임상시험은 앞서 FDA가 지적한 무작위 배정(randomized controlled), 이중맹검(double-blind), 다기관(multicenter at 12 clinical sites)으로 진행됐다.

아르헨티나의 연구진은 지난 24일,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의 혈장치료 무작위 임상시험’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세계적인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New Englna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했다.(DOI: 10.1056/NEJMoa2031304)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중증 폐렴을 앓고 있는 입원 환자 333명을 2:1 비율로 무작위 배정해서 228명(실험군)에게는 혈장치료를, 105명(위약군)에게는 위약(식염수 및 표준 치료법)을 투여했다.

표1. 혈장치료를 받은 환자들과 위약을 투여 받은 환자들의 임상적 결과

치료 시작 30일 후에 실험군과 대조군 간의 서열척도(ordinal scale)에 따른 임상 결과 분포를 분석해보니 두 집단 간의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오즈비, 0.83; 신뢰구간 95%, 0.52~1.35; P=0.46).

또한 이상 반응과 심각한 부작용도 양쪽 모두에서 비슷하게 발생했으며, 전체 사망률은 실험군 10.96%, 위약군 11.43%로 위험차(risk difference)는 –0.46%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혈장치료로 치료받은 환자들과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들 사이에서 임상적 상태(clinical status)나 전체 사망률에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혈장 치료제가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A씨(31세‧남)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이 너무 피폐해지고 지치는 느낌이다”며 “최근 발표되는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소식에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혈장치료가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소식에 한숨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현재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제약회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혈장치료’는 의료행위의 일종이며, ‘혈장 치료제’는 의약품인 만큼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개발 중인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장치료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Convalescent Plasma)을 수혈하듯 환자에게 투여하는 ‘의료행위’의 일종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장치료는 환자에게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혈장 내 중화항체 여부나 함량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며 “투여하는 혈장에 따라 코로나19 치료효과가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 속에 있는 항체 단백질(면역글로불린)을 따로 분리해 이를 고농도로 농축시켜 만든 ‘항코로나19 고면역글로불린(anti-SARS-CoV2  hyperimmune immunoglobulin)’ 의약품이다”고 전했다.

이어  “혈장 치료제의 경우 여러 환자의 혈장을 통합해 고농축의 면역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또한 혈장 치료제의 성분인 면역글로블린은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 감염·면역 이상·특발성 질환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GC녹십자의 혈장 치료제 ‘GC5131A’는 중앙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2개 병원에서 고위험군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아 위급한 환자 치료를 위해 임상 현장에서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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