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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불법’ 의약품인데...약사가 ‘야돔’ 권유
[기획] ‘불법’ 의약품인데...약사가 ‘야돔’ 권유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11.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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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쇼핑몰 ‘무차별’ 판매 but 효과 검증 ‘無’
약사 유튜버 노골적 권유, 연예인 투여 장면 방송도
약사 사회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
태국산 '야돔' 이미지

태국산 ‘야돔’이 ‘비염약’ 간판을 달고 무차별적으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의약품인데도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의사·약사 유튜버들이 노골적으로 야돔을 권유 중이다. 법조계와 약사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보건 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향한 전 세계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인류의 해묶은 난제는 ‘비염’이었다. 과거 없었던 질병이고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비염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신약’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증상 완화를 위한 약은 있지만 마치 ‘풍선효과’처럼, 코막힘, 콧물, 후비루 증상이 인류를 끊인 없이 괴롭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비염약’으로 둔갑한 약물들이 환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점이다. “코가 뻥 뚫린다” 또는 “콧물이 무조건 멈춘다”고 홍보하면, 비염 환자들은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비중격 만곡증, 축농증 등으로 수술해도, 종국적인 치유가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약물 투여를 시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태국산 ‘야돔’이 비염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비염 증상이 완화됐다는 내용의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임산부나 신생아가 야돔을 투여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게시물도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 H씨가 최근 야돔을 바르는 장면이 등장했다. H 씨는 “만병통치약으로 쓴다”며 “벌레에 물리고 두통이 올 때도 바른다. 골프를 칠 때도 담배를 피지 않고 야돔을 한다. 중독 증상이다”고 밝혔다. ‘야돔’이란 키워드가 그대로 노출됐다.

하지만 ‘야돔’은 불법 의약품이다.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야돔’을 검색하면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 태국 제품명 “포이시안(POY SIAN)”으로 찾아봐도 허가 의약품 목록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불법 의약품이 전문가 검증 없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정보도 ‘전무’하다.

태국산 야돔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연구 논문을 유명 학술 저널에서 찾을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처음 들어보는 제품명이다”며 “국내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투여나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제품들은 내약성이 있기 때문에 과다 복용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의약품 또는 의사가 처방한 비강 스프레이(전문의약품)과 전혀 다른 것”이라며 “코막힘 개선을 위한 일반의약품으로, 식염수로 구성된 스프레이와 비충혈제거제가 있다. 전문의약품은 스테로이드가 있는데 야돔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성분이다. 용법과 용량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없어 환자들이 과다 투여할 경우 안전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야돔 판매업자들은 용법·용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코가 뻥, 졸음 뚝” 또는 “멈출 수 없는 마성의 태국 야돔”과 같은 홍보 문구만 가득하다.

임산부, 노약자, 신생아 관련 문구도 찾아볼 수 없다. 식약처 인증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식품’, ‘의약품’ 관련 언급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단순히 코에 좋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과다 복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약사의 핵심 논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 유튜버들은 노골적으로 태국산 야돔을 홍보 중이다. 약사 A 씨는 최근 약사 가운을 입은 채로 “코가 막히거나 실내에서 답답할 때, 졸음이 올 때 야돔을 사용하면 좋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한의사 B 씨 역시 “태국 쇼핑 리스트에 야돔을 추천한다”며 “야돔의 효능을 정리했다”고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질병 치료 목적 또는 약리적 영향을 줄 목적으로 약물 소개 영상을 촬영하고 공개한 것은 약사법 위반이다”라며 “한의사와 약사는 전문가다. 과학적인 증거 없이 불법 의약품을 홍보하는 것은 불법 행위로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약사사회 내부에서조차 성토가 나오고 있다. 앞서의 약사는 “전문가인데 전문성이 전혀 없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약사도 “같은 약사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유튜브 광고 규제가 약한 틈을 타서 조회 수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영상 게시물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행 광고법의 규제에 따른 단속을 유튜브에서 일률적으로 벌일 수 없다”며 “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접근이 어렵다. 오히려 약사사회 스스로의 자정 작용이 중요한 부분이다. 불법 의약품에 대한 건별 단속도 힘든 상황인데 전문가 유튜버에 대한 광고 규제는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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