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실 교수(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사진. 임성실 교수

의약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해당 약제가 얼마나 뛰어난 효능이나 효과를 가졌는지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약사들에게 했을 때, 상당수의 약사는 ‘복약순응도’를 강조한다.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약이라도 환자가 ‘일단’ 복용을 해야지만 약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간 제약업계에서는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다. 가령, 소아 환자들은 약이 크거나 써서 먹는데 어려움을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 약의 맛을 개선하거나 시럽제 등으로 제형을 변화시켜 복약순응도를 끌어올렸다.

이외에도 여러 성분을 복합해서 하나의 단일제로 만들거나, 하루 세 번 복용하는 것 대신에 하루 한 번만 복용하는 약, 또는 먹는 것 대신에 몸에 붙이는 약과 같이 다양한 제형과 방법의 약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식용 필름 스티커’를 활용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특허’로 등록됐다. 팜뉴스는 해당 특허를 출원한 임성실 교수(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최근에 출원하신 특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지난 2017년에 출원해서 올해 10월 12일에 등록하게 된 특허의 정식 명칭은 「약 복용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식용 필름 스티커를 이용한 고형의 약 표면에 문양을 형성시키는 방법」 이다.

이 특허는 어린이나 노인 환자들의 순응성 향상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식용 가능한 필름으로 만든 스티커를 고형 약에 붙여 어린이의 약 복용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약에 문양을 찍어 내기 위한 추가적인 제조공정을 거치지 않아 작업의 생산성과 편리성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중에는 캐릭터나 색깔 등을 활용한 제품들이 다양하다

유아나 어린이 또는 정신 질환자나 노인 환자들은 저항력이 약해 건강한 성인보다 질병에 걸리기 쉽다. 이에 따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지만, 약이 주는 ‘공포감’과 쓴맛 등으로 인한 ‘거부감’ 때문에 환자가 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호감도 증대와 긍정적 마인드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 등을 활용해 약 제품의 케이스나 포장지에 활용해 왔다. 환자에게 약 복용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 최적의 약포지 사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캐릭터 디자인의 약포지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제품 그 자체’에 다양한 그림이나 문자 또는 캐릭터를 연출하지 않고 약 제품의 케이스나 포장지에 인쇄됐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일단 포장지가 개봉되면, 약 자체가 주는 시각적인 미감은 현저하게 떨어져 복약순응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 약 제형을 변화시켜 복약순응도를 올리는 방안도 있던데

올해 초,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0 A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인’상을 받은 작품이 바로 ‘알약 디자인’에 대한 작품이었다. 기존의 동그란 알약 모양에서 벗어나 심장병약은 심장 모양으로, 폐 질환약은 폐 모양으로 제형을 만든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우리나라 대학생이 출품한 디자인이라 더욱 화제가 됐었다.

출품서에 따르면 이 약의 기대효과로 시각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효능을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고, 약별 효능을 착각해서 오남용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나 역시 노인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임상적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모든 약에 있어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임상 현장에서 약을 조제하다보면, 환자의 연령이나 상황 등에 따라 알약을 반으로 쪼개서 분배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은 조제 과정에서 정확한 용량 분배가 어렵다.

또한 질환마다 약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제형의 불안정성(파손‧깨짐)이 높을 수 있고, 약효를 결정하는 ‘약동학적 결과’를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디자인의 약은 환자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모형화 작업이 이뤄져야 하므로 실제 제품 출시를 위한 금형 제작에 필요한 비용적 측면이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량생산이 쉽지 않고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이번 특허가 앞서 언급한 방법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들이 있다면?

먼저 안전성에 대한 측면이 있다. 인체에 무해한 식용성분으로 만든 스티커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다.

또한 경제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는데, 기존에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던 약에 직접 부착하거나 담아 먹기 때문에 약제를 다양한 형태로 제작하거나 별도의 문양을 새겨 넣기 위한 제조공정 상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 저렴한 비용으로 환자가 원하는 모양의 약제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아 및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캐릭터가 인쇄된 식용 스티커를 약에 직접 부착함으로써 어린이들이 갖는 약에 대한 공포감이나 거부감을 해소하기에 용이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많은 약을 복용해야 하는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알약에 요일이나 날짜를 표기한 스티커를 부착해서 투약 시 겪을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약들은 요일에 맞춰 함께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약들은 같이 먹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럴 때 전자의 경우에는 같은 색깔의 스티커를 붙여 함께 복용할 수 있도록 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반대되는 색깔(예: 빨강-초록)의 스티커로 구분해 복용 실수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약제의 정확한 복용 유무를 기능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환자의 복용 실수를 해결해 이로 인한 좌절감이나 우울감도 극복할 수 있다.

≫ 정신‧신경과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앞서 언급한 환자군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이 바로 ‘정신‧신경과’ 환자들에 대한 기대효과다.

우울증이나 치매, 파킨슨과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들은 집착이나 부정적 감정 등으로 약물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이러한 환자들의 경우 색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데 예를 들어 어두움이나 칙칙함을 연상하는 ‘검은색’, ‘빨간색’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색깔로 확인됐다. 반면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초록색’이나 ‘파란색’은 긴장감을 완화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정신‧신경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긍정적인 색깔의 스티커를 붙인 알약과 그렇지 않은 알약을 제공해 비교를 한 결과, 전자의 복약순응도가 훨씬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색깔을 부착한 알약을 환자들에게 제공한다면, 약물에 대한 집착과 민감성에 대한 반응에서 오는 치료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제약업계의 반응이 궁금하다

상품성과 경제성, 실효성 등이 높은 기술이라 업계에서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비용으로 손쉽게 다양한 제형의 약물에 활용할 수 있고 모든 질환의 약에 적용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저비용‧고효율’로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제조공정도 비교적 간단하고 실생활에서 구하기 쉬운 원료로 구성돼 있어 즉각적인 제품화가 가능하며 생산비용 역시 매우 저렴한 편이다. 또한 사용자들의 구입 및 사용방법이 쉬워 대중적인 제품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고, 특히 외국인들의 감성에 매우 적합해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소비지가 완제 의약품을 구입한 뒤에 ‘스스로’ 제품에 적용시켜 투약하는 방법이므로 제조사 입장에서 약물복용에 대한 책임에 자유로운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이 특허는 개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출원한 것이 아니다. 약사로서, 약학자로서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일 뿐이다.

실제로 이번 특허는 소아와 노인, 만성질환자, 정신‧신경과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고민하다 나온 기술이지만, 해당 특허를 발전시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스티커를 개발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복약 지도용 점자 스티커를 제작해 약제에 붙인다면, 시각장애인들의 복약순응도가 지금보다 더욱 상승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식용 스티커 기술이 제약사와의 협업이나 라이선스 아웃 등을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면 수익금의 일부는 장학금으로 활용하고 싶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평소에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나 힘든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베풀려고 노력해왔다. 결코 많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나의 작은 나눔이 몇 배나 더 큰 행복이 돼서 다시 내게 돌아왔다. ‘나눔에서 오는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면, ‘돈이 없어서’ 공부를 포기해야만 하는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후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들이 받았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임성실 교수 주요 경력 및 학력-
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임상약학/사회약학)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조교수 및 부교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
대한약사회 및 한국의약품안전원, 전문위원
한국임상약학회 부회장
한국병원약사회 병원약사회지 편집간사
대한약학회 약학회지 편집간사
삼성서울병원 및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자문교수
특허 출원 및 등록(출원번호: 10-2017-0059201)
The Kroger Co., U.S.A. 약사(팀장)
The United Samaritans Medical Center,
U.S.A. 병원약사
B.S.(약학사): Butler University, College of Pharmacy, U.S.A.
Pharm.D.(임상약학박사): Butler University, College of Pharmacy, U.S.A.(임상약학)
Ph.D.(약학박사) :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생물약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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