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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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로 백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암에 대항하는 항암 백신 분야에도 눈에 띄는 연구가 등장했다. 분자 2개를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치료용 암 백신의 효능을 2배로 끌어올린 것. 임상2상에서 유용성을 입증한 만큼 앞으로 치료용 암 백신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마운트시나이 병원 아이칸 의대 티쉬 암 연구소 및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소, 제약사 셀덱스 등 공동 연구팀은 임상2상을 통해 특정 분자를 추가하면 흑색종 치료용 암 백신의 효능을 2배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 11월 16일자에 발표했다.

치료용 암 백신은 일반적인 백신과는 같은 듯 다르다. 기본적으로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다는 점은 같다. 체내에서 항체 생산을 유도해 항원을 제거하는 백신의 기본 원리를 따른 것. 다만 치료용 백신의 경우 예방 목적의 기존 백신과 달리, 이미 발병한 암을 치료하는 데 쓴다는 차이점이 있다.
 
연구팀은 종양 치료용 암 백신인 CDX-1401의 효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CDX-1401은 셀덱스의 치료용 암 백신으로 흑색종을 비롯한 여러 암에서 발견되는 NY-ESO-1 항원을 인간 수지상세포에 발현된 DEC-205를 인지하는 항체에 융합시켜 제작했다. 수지상세포는 면역계에서 항원물질을 T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로, 백신은 수지상세포를 인식해 결합함으로써 수지상세포가 NY-ESO-1 항원을 인식할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팀은 CDX-1401의 효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Flt3L’와 ‘폴리(poly)-ICLC’라는 2개의 분자를 이용했다. Flt3L는 조혈전구세포 표면에 주로 발현되는 단백질인 Flt3((fms like tyrosine kinase)에 달라붙는 리간드(수용체 등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의 일종이다. poly-ICLC 역시 리간드의 일종으로 면역 자극제로 쓰인다.

연구팀은 2·3기 흑색종 환자 중 제거 수술을 마친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했다. 환자를 절반씩 2개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CDX-1401 백신만 단독으로 접종했고, 다른 한 집단에는 백신과 함께 Flt3L과 poly-ICLC를 병용해 집단 별로 4개월간 4회씩 접종했다. 이후 연구팀은 두 집단의 T세포 및 항체 생성 효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CDX-1401 백신과 Flt3L, poly-ICLC을 병용한 환자 집단은 백신 단독 접종 집단보다 면역반응이 더 일찍 나타났고, 항체 생성량도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병용요법을 시행한 환자 집단은 백신 단독 접종 집단보다 그 효능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다만 12주 이후 항체 유지력 면에서는 두 집단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논문 제1저자인 니나 바드와즈 마운트시나이병원 아이칸 의대 혈액학 및 종양의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Flt3L의 추가를 통해 암 백신의 면역 반응을 강화할 수 있는 최초의 무작위 임상시험”이라며 “치료용 암 백신을 이용한 면역요법은 증상이 심각한 전이성 흑색종에 상당히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앞으로 치료 효과를 더욱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스티브 플링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NY-ESO-1가 흑색종뿐만 아니라 여러 암에서 발현되는 항원인 만큼, 이번 연구는 앞으로 다른 치료용 암 백신의 효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연구를 암 백신 개선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다른 백신 플랫폼에도 적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연구팀은 임상2상에 참가한 환자들을 추적해, 암 재발 여부를 측정하고 백신 효능의 지속성을 확인하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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