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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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놓은 가운데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여파가 진단키트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위기가 반영된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신을 개발해도, 펜데믹의 시대가 종식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진단키트 업체들의 활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일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가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 참여한 이들 중 94명에 대한 ‘중간분석’을 진행한 결과, 백신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전한 것.

그 이후 주요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는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팜뉴스가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4일 간의 주가 증감액과 상승률을 살펴본 결과, 진단키트 ‘대장주’로 꼽히는 씨젠의 주가는 27만5100원에서 22만5700원으로 18%(4만9400원↓) 하락했다. 랩지노믹스도 3만1250원에서 2만4550원으로 21.4%(6700원↓) 떨어졌다.

수젠텍 역시 3만3400원에서 2만8050원으로 16%(5350원↓) 하락했고 EDGC는 1만3350원에서 1만1950원으로 10.5%(1400원↓) 떨어졌다. 바이오니아의 주가도 2만6850원에서 21.4%(5750원↓) 하락한 2만1100원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피씨엘, 오상자이엘, 디엔에이링크 등 다른 업체들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표1 참고)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최종 개발할 경우 진단키트 시장이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백신 개발로 종식된다면 코로나19 진단 키트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코로나19 펜데믹을 끝낼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감염병이 종식되려면 감염병에 변이가 없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백신 항체가 영구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RNA 백신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변이가 너무 심해서 백신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독감 바이러스도 RNA백신의 일종이기 때문에 변이를 계속 한다”며 “유행했던 바이러스 유형이 바뀌기 때문에 비교적 흔한 바이러스를 ‘커버’할 수 있도록 독감 백신을 해마다 만드는 이유다. 그마저도 항체 유지 기간은 3개월 정도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는 지속적으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다양한 변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은 결코 쉽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될 가능성은 ‘제로’다”고 지적했다.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를 당장에 잡을 수 었어 펜데믹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진단키트 업체들의 실제 성적표가 주가와는 달리,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까닭이다. 분자진단 기업 씨젠은 11일 올해 3분기(연결기준) 매출액을 326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99억원과 1525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941%, 영업이익은 2967%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2486% 늘어났다.

바이오니아도 기록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회사의 올해 3분기(연결 기준) 매출은 7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63.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24억원과 32억으로 같은 기간 대비 흑자 전환했다. 진단키트 업체들이 수출 실적을 토대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단기적인 호재도 남아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미국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무료로 시행한다는 공약으로 주목을 끌었다. 미국의 확진자가 기록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인 오상자이엘, 피씨엘 등 업체에 이목이 집중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에도 진단키트의 중요성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오히려 백신 개발보다 키트 개발이 더욱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의 전문의는 “백신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어떤 백신이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백신이 코로나19 변이에 따른 트렌드를 따라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진단키트는 변이가 생기더라도 바로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생한 순간 바로 진단키트가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단키트가 변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일상 안에 자리잡을 수 있다. 물론 확진자가 지금보다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검사의 속도와 정확성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을 수밖에 없다. 진단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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