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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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가 제약업계 리베이트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 리베이트의 주요 우회로로 지목된 ‘CSO(영업대행사)’에 대한 규제를 비롯해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리베이트 관련 처벌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제약업계와 의료계 전반적으로 모두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세를 보였지만, 대체적으로 제약업계와 의사 사회는 반기지 않는 모양새를, 약사 사회는 동의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국정감사에 대한 후속 조치로 CSO 관리문제, 지출보고서 내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불법행위 적발 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CSO와의 거래를 확대했다. 현행법으로도 제약사가 CSO를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될 경우 처벌이 가능하지만, 리베이트 사실을 숨기기 용이한데다, CSO는 리베이트 제공 금지 주체에 포함돼있지 않아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허점이 있었다.

복지부는 “CSO도 의약품 공급자와 동일하게 리베이트 제공금지 주체에 포함될 수 있도록 내년에 약사법과 의료기기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또 CSO의 지출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의약품 제조사가 의무 제출하는 지출보고서를 대국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관련 법안 개정이 국회입법으로 발의된 만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법 개정을 통해 의료계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쌍벌제의 실효성을 키울 계획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약사가 리베이트 수수 이후 적발될 경우, 300만 원 미만 소액이고 1차 위반이면 경고 처분에 그친다. 이에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소액 리베이트가 1차 적발될 경우에도 최소 ‘자격정지 1개월’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제약업계와 의료계 간 고질적인 리베이트 행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제약업계는 대체적으로 사안을 관망하겠다는 모양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정부 방침에 큰 틀에서 공감하며, 음성적인 부분을 양성화하기 위한 대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ISO37001 도입 등 리베이트 근절과 자정 노력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기업의 역할 분담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CSO 본연의 순기능을 잘 발휘할 수 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출보고서 대국민 공개에 대해서는 “지출보고서 대국민 공개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일단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후 공개 수위나 범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법 개정에 대한 제약업계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출보고서 대국민 공개 등 일부 개정안은 제약업계 입장에서 다소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지만 제약업계가 반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사들도 이번 법 개정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SO 규제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의 경우 개인사업자도 많고, 부업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법인카드도 없는데,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출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다고 해도, CSO들은 특성상 ‘영수증 갈이’ 등 방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금을 전달하기가 용이하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경우 자격 정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의사 사회는 차후 법안 통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을 꺼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약품 리베이트 관련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을 복지부와 국회가 입법 준비 중인 상황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의협 측 입장은 없다. 법안 진행 상황에 따라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약사 사회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익명을 요구한 약업계 관계자는 “약사회 내부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원래부터 약사회는 불법 리베이트 자체를 뿌리 뽑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었다. 법안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약사회 차원에서 리베이트 처벌 강화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선 약사는 오히려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개국 초기 당시 주변 의사와 제약업체 간 리베이트로 인해 고생한 적이 있다”며 “처방권이 의사에게 있는 까닭에 제약업계 리베이트는 주로 의사-제약사 간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약사 입장에서는 의료계 전체에 리베이트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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