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차관급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김강립 신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향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당국 내부에서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식약처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사진.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취임식

약사사회에서도 김강립 신임처장이 식약처와 복지부의 ‘꼬인 스텝’으로 야기된 문제를 풀 수 있는 적임자라는 반응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약학 관련 전문성 부족이 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일 ‘파격 인사’가 식약처장으로 임명됐다. 청와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김강립 보건복지부 1차관을 내정하는 등 12개 차관급 인사를 단행한 것. ‘식품’ 또는 ‘의약품’ 전문가도 아닌 보건복지부 고위 관료가 식약처장으로 승진한 셈이다.

식약처 내부 직원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만해도 식약처 직원들은 당연히 내부 승진 인사가 처장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기류가 매우 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의경, 류영진 전 처장은 외부 인사에 속했다”며 “하지만 손문기, 김상희 전 처장등 내부 인사 승진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식약처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일요일에 갑자기 청와대에서 인사를 발표해서 직원들이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김강립 신임 처장이 임명된 순간, 식약처 직원들의 어안이 벙벙했다는 것.

실제로 지난 주말, 이의경 전 처장의 후임으로, 이동희 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과 최성락 전 식약처 차장이 하마평에 올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1일 김강립 신임 처장이 두 사람을 제치고 청와대의 부름을 받은 것. 

정치권에서는 김강립 신임 처장이 정부의 인사 정책 변화의 수혜를 입은 것이란 관측도 들리고 있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의 인사 정책 기조가 변했다”며 “‘리스크’보다는 안정감 있는 인물이 차관급 이상 공직으로 임명하는 추세가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의약업계에 발을 들인 인물을 식약처장으로 임명할 경우, ‘이해충돌’ 문제가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행정부 고위 관료인 김강립 처장의 임명으로 임기 말 리스크를 줄였다는 얘기다. 전문성보다는 일종의 ‘안정’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했다.

보건당국 일각에서 김강립 신입처장을 향한 기대감이 엿보이고 있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당국 관계자는 “행정 고시 출신 관료다. 어디에 내놓아도 잘하실 수 있는 분”이라며 “무엇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필적할 만큼 국민적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다. 팬들의 트위터 계정이 있을 정도다. 식약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강립 신임처장은 고위공무원 중 유일하게 팬 트위터 계정을 지닌 인물이다. 김강립 신임처장이 팬 계정의 이름은 ‘식약처장 스트롱맨 덕질계’다. 트위터 계정 운영자는 “변방에서 김강립 식약처장 ‘앓이’를 하는 ‘얼빠’ 계정이다”며 “김 처장은 미중년 만능 캐릭터다. 참고로 저는 정부 공무원도 아니고 식약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11월 2일 오후 6시 현재, 트윗 게시물은 무려 1만 건에 달한다. 그만큼 김강립 신임 처장이 차관 시절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온 것. 팬들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리트윗 건수도 30건 이상일 정도로 김강립 신임 처장의 팬층도 상당한 수준이다. 김강립 신임 처장의 임명 소식이 알려진 순간 일부 팬들은 “제가 살면서 식약처장 덕질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내용의 게시물도 올렸다.

김강립 신임 처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 조정관을 맡아 매일 브리핑에 나섰다. 그 이후 국민들의 주목을 받아오면서 팬들이 급증했다. 탄탄한 그의 ‘국민적 인지도’가 향후 식약처장 직무를 수행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약사사회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식약처의 내부 승진 인사보다는, 외부의 시선으로 식약처를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 식약처장이 되기를 원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김강립 처장은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복지부와 식약처의 스텝이 많이 꼬였다”며 “예를 들어, 치매 예방 효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에 대해서도 전임 식약처장은 약효가 있다고 했지만 복지부는 오히려 급여 삭감을 추진했다. 김강립 신임 처장이 복지부 출신이기 때문에 두 기관의 입장이 엇갈려 야기된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김강립 신임 처장을 향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의약품 허가권자가 전문가가 아닌 행정관료 출신일 때 잘못된 허가를 밀어붙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의사 또는 약사 출신 식약처장은 직업적 양심이 있기 때문에 의약품 허가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가능하다.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김강립 신임 처장은 전문가도, 과학자가 아니다”며 “의약품 관련 경험이 없는 고시 출신 행정관료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청와대가 그에 걸맞지 않은 식약처장을 임명했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강립 신임 처장은 2일 취임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안전의 위기와, 이 여파로 인한 경제의 위기가 동시에 전 세계를 관통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위기를 잘 관리해왔지만 앞으로 더욱 현명한 대응이 요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분간 코로나는 우리와 함께할 것이고, 우리 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임무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저는 우리 처의 힘과 역량을 믿고 있으며, 직원들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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