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독감백신 사망사태의 여파는 국정감사 마지막 날을 집어삼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22일 종합감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독감백신 때리기’였다. 야당 의원은 모두 독감백신에 정조준해 융단폭격을 날렸고, 여당 일각에서도 백신 관련 주무 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K-방역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체면만 잔뜩 구긴 채 조기 퇴장했다.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19일 인천에서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오늘 독감백신 접종 사망자가 20명을 넘어서면서 모든 국민의 시선이 독감백신으로 쏠렸다. 특히 실온노출·백색입자 검출 등 독감백신 관리 문제와 맞물려 여론이 폭발했다. 국정감사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이날 야당은 마지막 날답게 아껴뒀던 화력을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선봉장은 재선 의원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국정감사 첫날인 8일부터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태를 놓고 강공 자세를 취해왔다. 특히 이번 주 독감백신 사태가 집단 사망 양상으로 번지자 그의 맹공이 날개를 달았다.

강 의원은 이날 오전 1차 질의에서 “국내 독감 바이러스 전문가에 따르면 백신 생산에 청정란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백신이 오염돼 톡신(독성물질)이 생길 수 있다”며 “톡신이 많은 백신을 맞으면 건강한 사람도 급사할 수 있다고 한다. 백신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문제가 됐던 백신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모두 검사하고 나서 이상이 없다고 검증해야 국민이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지 않겠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정 청장은 “앞서의 전문가가 말한 톡신은 백신 제조 및 식약처 검수 과정에서 걸러진다. 현재까지는 백신과 사망자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망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오후 2차 질의에서도 강 의원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인원이 몇 명인지 아는가”라는 질문으로 포문을 열었다. 정 청장은 이에 “오늘 아침까지 13명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고, 강 의원은 “사망자가 현재까지 17명이 나왔다”며 “아무리 국감에 나와 있다고는 하지만 돌아가신 분 숫자를 모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안일하게 대처하는가. 국민이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총괄 책임자로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숙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식약처장은 국제적으로 품질관리 인정받고 있다고 하고, 질병청장은 독감백신과 관련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1명만 돌아가셔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의 측면 공격도 빛을 발했다. 특히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 두 초선 의원이 날카로운 한방을 보여줬다.

김 의원은 독감백신 사망자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파고들었다.

그는 “9월 3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무증상자 비율이 39%에 달했다. 코로나19 무증상환자가 자신도 모른채 독감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감염자가 독감백신을 접종해도 문제가 없는지, 또 사망자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있었는지를 확인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관심이 현재 모두 독감백신에 쏠려있는데, 관련 안내를 질병청이나 복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가 없다”며 “마스크 때도 늑장 대응했는데, 지금부터라도 독감백신 사태와 관련해 제대로된 안내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의원의 공격로는 기저질환자에 대한 독감백신의 위험성이었다. 정확하게는 기저질환자가 복용하는 약과 백신 사이 상호작용 여부였다.

전 의원은 “독감백신 사용설명서를 보면, 독감백신이 폐질환, 간질환, 심근경색 등 기저질환자가 복용하는 약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며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기저질환자에게 독감백신 접종을 권장했다. 이에 관한 안내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진표를 통해 확인한다고 하지만, 글씨가 작아 어르신들이 작성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 이를 다 받지도 않고 있어 관리 부실이 심각하다”며 “현재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일주일 정도 독감백신 접종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청과 복지부에서도 이 부분을 꼭 확인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독감백신’ 공세에 가담했다.

김원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적이고 신속하게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 것이다. 청장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했다.

이어 “상온유통 사태 당시처럼 사망자가 맞은 백신과 같은 병원에서 접종받거나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접종한 시민들에 대한 전화 조사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가기관의 힘으로 전수적인 전화 조사를 해야 한다. 국민 불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백신 관리 체계의 일원화 문제를 제기하며, “지자체와 복지부, 식약처 등에 나눠져 있어 질병청이 백신 관리에 대한 권한이 없다”며 “체계적인 백신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콜드체인 인증제도 등을 통한 백신 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여야 공세에도 정 청장은 줄곧 원론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정 청장은 여야의 공세에 “현재로서는 독감백신과 사망자간 연관성이 확실히 발견되지 않아 중단할 수 없다”며 “추가 조사에서 연관성이 확인되면 중단 조치할 예정”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헀다.

이후 정 청장은 코로나19 및 독감백신 사태 관련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여야간 합의에 따라 오후 3시경 국정감사 현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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