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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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최근 A형 간염 무료 접종 안내 메시지를 보낸 직후, 이를 정정하는 촌극이 벌어져 일부 환자들이 황당한 일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닌데도, 의료기관을 찾아 항체검사를 받거나 백신 주사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황당 해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A 씨(50)는 지난 6일 오후 3시경 질병관리청이 보낸 ‘A형 간염 무료접종 1회 안내’라는 제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사진. A씨가 받은 문자
사진. A씨가 받은 문자

질병관리청은 당시 “건보공단에 등록된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귀하의 정보를 수집하였음을 알린다”며 “만성 간 질환이 있을 경우 A형 간염 감염 시 합병증으로 인한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 예방을 위해 무료 접종을 실시한다. 기간 내에 받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A 씨는 19일 오전 팜뉴스 취재진과 만나 “만성 간 질환이 없었다. 스팸 문자인지 알고 의심한 이유”라며 “하지만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질병관리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게다가, 건강검진을 통해 고지혈증으로 간 수치 조금 올랐다고 들었다. ‘중증’이란 문구에 화들짝 놀라서 빠르게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자를 받은 당일 퇴근 직후 병원을 가서 곧장 피를 뽑은 이유”라며 “병원에서도 항체 검사 비용(1만 9천원)을 받지 않았다. 무료라서 기분이 좋았다. A형 간염 예방 접종 비용은 8만 원이었기 때문에 합치면 약 10만 원이었다. 정부가 내준다는 생각에 부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이 보낸 문자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틀 뒤 A 씨는 자신이 A형 간염 무료 예방 접종 대상자가 아니라는 내용의 ‘정정’ 메시지를 받았다.

질병관리청은 10월 8일 “귀하는 6일 ‘성인 A형 간염 고위험군에 대한 무료 예방접종 안내’ 문자를 받으셨지만 관련 사업 대상자가 아니다”며 “전화번호 변경, 통신사 변경 등의 기타사유로 문자가 잘못 보내졌다. 혼선을 드려서 매우 송구하다”고 설명했다.

A 씨가 분통을 터트린 대목이다. A 씨는 “병원에 도착하기 직전 문자가 왔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번호를 바꾸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다. 전화번호 변경도 핑계에 불과하다. 자신들이 실수해놓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병원에 문자를 보여줬더니 ‘검사 비용을 어떻게 해야 하냐’라며 제게 알아보라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의 잘못된 안내 때문에 불필요한 피검사를 받고 검사 비용까지 다시 지불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 A 씨는 그날 이후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결국 5일이 지난 이후 질병관리청 측과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지만 A 씨는 또 다시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관리과 관계자는 12일 “검사비용은 낼 필요가 없다. 그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처리하겠다. 병원에 가셔서 ‘보건소에 비용을 청구하시면 된다’고 말씀하시면 된다”며 “다만,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도 무료접종 비용은 지원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질병관리청이 A 씨에게 검사 비용 관련 안내 사항을 병원 측에 전달하라고 떠넘긴 것.

A 씨는 “질병관리청이 병원에 연락을 취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제가 해야 했다”며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질병관리청 입장을 전했는데 너무 찝찝했다. 제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항체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고, A 씨는 결국 8만 원을 들여 예방접종을 마쳤다. A형 간염 백신 특성상 6개월 이후 A 씨는 백신을 다시 접종해야 한다. 검사 비용을 포함해 총 20만 원의 가까운 비용을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A 씨는 “질병관리청의 엉터리 문자로 생돈을 날렸다”며 “저 같은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 사이에 백신을 맞은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코로나19 관리 잘해서 청으로 승격이 됐는데 A형 간염 예방접종 대상자 선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피해를 준 것이다. 문자가 오지 않았으면 병원 갈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약사사회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A형 간염은 전체 감염 환자 중 2% 비율로 걸리는 수준”이라며 “B형이나 C형 간염보다 감염 확률이 낮을뿐더러 만성화가 되지도 않고 급성간염으로 중태에 빠질 확률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상자가 아닌데도 문자를 보내고 검사를 받게 한 것은 질병관리청이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더구나 대규모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최초 문자가 발송된 이후 민원전화가 많이 온 것은 사실이다. 최초 메시지를 받은 인원 수는 내부사정상 밝힐 수 없다”라며 “하지만 전산 시스템 착오였기 때문에 정정문자를 보내 빠르게 조치했다. 검사 비용도 지원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팜뉴스 취재 결과, 질병관리청의 잘못된 공지를 보낸 기간 동안 4명의 ‘멀쩡한’ 국민들이 예방접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A 씨와 달리, 문자 안내를 받기 직전에 항체검사와 예방접종을 전부 마친 것.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대상자가 아닌데 예방 접종을 맞은 사람은 4명이다”라며 “저희 시스템 쪽에서 꼬인 것이기 때문에 예산으로 비용 처리를 해서 무료로 할 것이다. A형 간염은 지난해 17000명 중에 사망자 4명이 나왔다.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어쨌든 혜택을 드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진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자신들이 실수를 해놓고 혜택이라고 하는 것은 품격이 없는 태도”라며 “잘못된 문자 안내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현해야 하는데 이런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시민 B 씨(31)도 “혜택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얘기”라며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었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정도다. 질병관리청이 기본적으로 대상자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도대체 청으로 승격된 이후 무엇이 달라진 지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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