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전경(사진제공=국회사진공동취재단)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전경(사진제공=국회사진공동취재단)

21대 복지위 건보공단·심평원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재선 의원들이었다. 초선·중진 의원들이 만들어낸 ‘맹탕 국감’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키는 시간차 공격을 선보이면서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과 김선민 심평원장은 이들이 매서운 창끝을 보일 때마다 진땀을 흘렸다. 팜뉴스가 그 생생한 현장을 공개한다.

“3선 의원은 대한민국 최고 직업”, 여의도 정가에서 오랫동안 회자하는 말이다. 적어도 의원 금배지를 세 번 이상 달면,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중진’ 국회의원 반열에 오르면, 국회 각종 상임위원회장은 물론 장관, 원내대표, 당대표를 겸직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중진 의원이 평소 재선 의원을 ‘올챙이’로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다르다. 재선 의원들이 압도적인 모습으로 국감 스타에 등극하는 경우가 있다. 타성에 젖은 중진과 신출내기 초선보다, 탁월한 전문성과 화려한 언변으로 피감기관을 향해 난타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다. 재선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최소 4차례 정도 경험한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권칠승은 테스형? ‘소크라테스식’ 질문세례 ‘눈길’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캡처)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국회의사중계시스템캡처)

20일 열린 건보공단 심평원 국감장도 다르지 않았다. 먼저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3년간 건보 청구 건이 1건도 없는 병원이 8곳, 의원 949곳, 치과 25곳, 한의원 6곳 등 총 988곳에 달할 정도다”라며 “의원급이 압도적으로 많다. 80%가 넘는다. 의원급만 꾸준히 증가 추세다. 성형외과가 다수다. 의료인이시니까, 잘 아실 텐데 병원을 비급여로 운영 가능한가“라고 질의했다.

김선민 심평원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사진제공=국회사진공동취재단)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사진제공=국회사진공동취재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기존의 다른 의원들의 질의를 듣다가, “비급여로만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형태의 질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의료인 출신인 김선민 심평원장의 ‘입’을 통해 자신의 논리를 탄탄하게 끌고 가려는 권 의원의 승부수였다. 결국, 김선민 원장은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대단히 어렵다”고 답변했다.

권 의원의 지적에 수긍한 것. 권 의원이 곧바로 “숫자와 규모가 상당히 크게 보이지 않는가. 처치나 진료행위에 따라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질문한 순간, 김선민 원장은 “전체 기관 수를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크게 나타났다. 건보 적용 의약품이라고 하더라도 비급여로 의료기관에서 사용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선민 원장이 재선 의원 특유의 노련한 언변에 당한 것.

권 의원 질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건보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김용익 이사장으로서는 좋은 건 아닌가”라고 물은 순간 김용익 이사장의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초선 중진의원들이 이날 건보재정 손실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김용익 이사장은 한결같이 “건보재정에 영향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던 탓이다. 김용익 이사장도 결국 “건보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권 의원이 일선 현장에서 건보료 청구를 한 건도 하지 않고도,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문제를 공론화하는 동시에,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감시가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 권 의원의 질의 차례가 올 때마다 김용익 이사장과 김선민 심평원장이 식은땀을 흘렸던 까닭이다.

#이용호 최종병기는 ‘참고인’, 종양 내과 명의의 ‘날카로운 창’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국회의사중계시스템캡처)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국회의사중계시스템캡처)

이용호 무소속 의원의 필승 카드는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교수였다. 국감 참고인으로 나온 강 교수는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오래 걸린다”며 “암 환자들이 신약을 사용하지 못하고 질병이 악화하고 있다. 우수한 항암제도 건강보험 급여 접근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 대상으로 면역항암제를 1차 요법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좋지만, 지난 3년 동안 급여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형 교수는 국무총리상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종양내과 전문의로, 폐암, 식도암, 두경부암, 악성흑색종 치료의 권위자다. 20여 년간 200여 개의 임상연구를 진행하며 350여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하면서 암 환자들과 평생을 함께 지내온 명의다. 이 의원이 강진형 교수를 향해 질문을 던질 때마다 김용익 이사장과 김선민 원장의 표정에 긴장감이 서렸던 배경이다.

이 의원은 곧이어 “신약 접근성 강화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강 교수는 “효과가 좋은 우수 항암제도 급여권에 들어오지 않으면 처방을 하지 못한다. 경제성 평가가 경직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를 거쳐 공단과 약가협상을 해야 하는 데 기간이 오래 걸린다. 항암제 급여 등재에 350일이 소요된다고 하지만 보완에 필요한 시간까지 합치면 실제 환자들이 체감하는 기간은 더욱 길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RSA(위험 분담제)의 급여 등재화 속도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선급여 후 기준마련 제도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중증질환, 암,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를 법적 토대 안에서 먼저 적용하고 사후 정산하는 방법이다. ICER값을 희귀질환과 암에 대해 밴드 형태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CER 임계값은 신약에 대한 경제성평가 기준이다.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사진제공=국회사진공동취재단)
사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사진제공=국회사진공동취재단)

김용익 이사장은 ‘선급여 후기준’ 대해 “그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며 “여러 가지 검토는 해보겠지만 약가 설정에 대한 우려와 건보 재정의 문제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급여 후기준’ 도입이 ‘왜’ 어려운지, 건보재정에 ‘어떤’ 문제가 초래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피한 것.

김선민 원장의 태도도 다르지 않았다. 김선민 원장은 “ICER값은 효과의 차이 대비 비용의 차이를 뜻한다”며 “추가적인 비용을 들였을 때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를 수치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신약 등재 여부 결정할 때는 항암제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신약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ICER 밴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우회적인 답변으로 일관한 것.

이날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는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문재인 케어와 관련된 ’헛방‘을 연발하면서 ’맹탕 국감’을 연출했다. 초선 의원들도 지난 20대 국감에서 이미 논의된 의료쇼핑. 건보료 인상 등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재선 의원들은 빛나는 전략으로 국감 현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이들이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 수장들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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