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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아파도 안심하고 먹을 진통제 없다
임산부, 아파도 안심하고 먹을 진통제 없다
  • 신용수 기자
  • credit@pharmnews.com
  • 승인 2020.10.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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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비스테로이드 진통제 양수감소증 유발해 사용 금지 권고
아세트아미노펜도 태아 생식기능·뇌기능 관련 악영향 보고 있어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열이나 몸살, 두통 등 증상이 조금만 발생해도 진통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임산부는 두통이나 몸살이 생겨도 믿고 먹을 약이 없다. 미 보건당국에서 20주 이상 임산부에게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를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가운데, 그나마 안전하다고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도 각각 태아의 생식 기능과 뇌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2018년과 2019년 각각 제기된 까닭이다.

15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향후 제약사들은 NSAID의 복약 설명서에 20~30주 사이 임산부를 위한 경고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 30주 이상 임산부에 대한 경고 문구가 이미 삽입된 가운데, 20~30주 임산부도 복용을 하지 말 것을 추가 권고한 것이다.

FDA가 복용 중단을 권고한 NSAID는 이부프로펜을 비롯해 나프록센, 디클로페낙, 셀레콕시브, 아스피린 등을 포함한다. 다만 아스피린의 경우 저용량(81mg) 제품은 FDA 권고에서 제외됐다.

이번 FDA의 권고는 임신 중 NSAID를 복용한 뒤 태아의 신장 이상이나 양수 과소증이 나타났다고 호소한 사례가 2017년에만 35명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이들 중 5명의 태아는 사망에 이르렀다.

양수 과소증은 양수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상태(300mL 이하)로, 양수를 만드는 태아의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양수 과소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양수 과소증은 산모의 건강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태아의 폐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형·조산·저체중 등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유산할 가능성도 있다.

FDA 관계자는 “NSAID를 이틀만 먹었는데도 양수 감소증이 나타난 사례도 있었다. 다만 양수 과소증이 나타나도 NSAID 복용을 중지하면 양수 과소증은 사라진다”며 “임산부 환자들은 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을 수 있다”고 선택했다.

하지만 FDA의 말과 달리, 학계에서는 임산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태아의 생식 기능이나 뇌 기능에 관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로드 미첼 영국 에든버러대 생식건강센터 교수는 시험관 실험과 동물시험을 통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이부프로펜 등 진통제를 사용하면, 자녀의 생식 기능에 장기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가 발행하는 ‘환경 보건 전망(EHP)’ 2018년 4월 1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태아의 고환과 난소 조직을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이부프로펜에 일주일간 노출하는 시험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난소 조직은 난자를 만드는 난모세포가 40% 이상, 이부프로펜에 노출된 경우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고환 조직도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에 노출된 경우 정자를 만드는 정세포가 4분의 1가량 감소했다.

또 인간 태아의 고환조직을 쥐에 이식한 뒤 아세트아미노펜을 투여하는 동물실험에서도, 이식된 고환조직의 생식세포가 하루만에 17%, 일주일 뒤에는 3분의 1 가까이 줄어든다는 점을 확인했다.

미첼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등 진통제는 난소와 고환에서 분비하는 프로스타글란딘에 작용해 태아의 생식 기능을 약화시킨다”며 “임산부는 진통제 사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경우 보건당국의 지침에 맞게 최저 용량을 최단 시간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태아의 뇌 기능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아이들이 주의력 결핍이나 자폐증을 겪을 확률이 크다는 것.
 
왕샤오빈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출산 여성 996명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임산부는 출산 이후 아이에게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자폐스펙트럼장애(ASD·자폐증)이 나타날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의사협회지 정신의학(JAMA Psychiatry) 2018년 10월 3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에 강하게 노출된 아이들이 약하게 노출된 아이들보다 ADHD 진단율이 2.86대 높았고, 중간 정도로 노출된 아이들은 2.26배 높았다. ASD 진단율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도 상위 그룹이 하위 그룹보다 3.62배, 중위 그룹은 2.14배 높았다. 상위 그룹의 경우 ADHD와 ASD 동반 진단 위험성도 하위 그룹의 3.38배를 기록했다.

이같은 사실들이 알려지자 약사 사회는 임산부 복약 지도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NSAID의 경우 일반적으로 임산부에게 권장하지 않지만, FDA에서 부작용을 공인한 만큼 더욱더 조심할 것”이라며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우선 안전하다고는 알려졌지만, 임산부에 대한 위해성을 경고한 연구가 있는 만큼 섣불리 복용을 권유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첫 번째 연구의 경우 프로스타글란딘에 작용하는 부작용이라면 태아의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임산부에게는 되도록 진통제 복용을 권유하지 않아야겠다.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최소 용량을 가능한 단기간 복용하라고 지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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