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당근마켓 대표가 의약품 불법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여성 호르몬 질정제가 여전히 거래 매물로 올라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당 제품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개인 거래를 통한 투약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도 당근마켓 측의 부적절한 처신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식약처 국정감사 현장에서 “당근마켓과 같은 새로운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다수의 사용자가 의약품 판매에 대한 위법성과 부작용 우려 없이 당근마켓을 통한 거래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간의 의약품 거래가 엄연히 불법인데도, 당근마켓 측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등 중고 의약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방치해왔다는 문제의식이다.

당시 증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는 “운영 초기부터 신고기능과 제재 기능을 통해 의약품 거래를 차단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이용자 수와 거래량이 증가하며 인력이 부족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근마켓발’ 중고 의약품 불법 거래 차단을 ‘호언장담’한 것.

하지만 16일 팜뉴스 취재결과, 당근마켓 앱을 통해 여성호르몬 질정제 ‘크리논겔’이 버젓이 판매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자 A 씨는 9월 15일 “시험관 시술 이후 처방받은 질정제를 판다”며 “14개로 개당 5000원으로 총 7만 원이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김재현 대표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한 국정감사 당일은 물론 그 이후에도 당근마켓 측이 불법 중고 의약품 거래를 수수방관해왔던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 당근마켓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약대 교수는 “당근마켓 측이 질정제 판매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질정제가 중고거래 매물로 올라왔다면 당근마켓, 직접판매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법으로 마약이나 향정신성 의약품을 파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성토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는 크리논겔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경우 환자들이 상당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부인과 의사는 “크리논겔과 같은 프로게스테론 성분 질정제는 사용 목적이 제한적이다”며 “시험관 시술 이후, 인위적 배란으로 프로게스테론 결핍이 생겼을 때 착상과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쓰인다. 극소수의 난임 환자를 위한 보조적 수단이기 때문에 의사의 진단 없이 투약하면 절대로 안 되는 약”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거래를 통해 돌려 사용할 경우 월경 과정에서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더구나 피를 끈적하게 만들기 때문에 심장질환, 뇌질환 등 혈관 계통 기저질환자들이 투약해서는 안 된다. 주된 목적에 맞게 쓰이지 않으면 부작용 ‘필터링’이 어려워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당근마켓을 통한 불법 거래의 또 다른 문제는 중고 의약품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크리논겔은 실온(1-30℃) 보관이 원칙이다”며 “난임 병원 근처 약국에서 일했을 당시, 환자들이 질정제 환불 요구를 자주 해왔지만 응해줄 수 없었다. 환자가 질정제를 제대로 된 환경에서 보관해왔다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약국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냉동 보관할 경우 질정제의 화학구조가 깨져버린다”며 “약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 중고거래 앱으로 올라온 질정제를 구매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당근마켓의 소극적 대응이 더욱 아쉬운 이유”라고 우려했다.

한편, 당근마켓은 16일 팜뉴스 측에 “크리논겔 게시물을 비공개 조치했다”며 “의약품 거래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일부 사용자들이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팜뉴스 취재가 시작된 이후 뒤늦게 불법 게시물을 삭제한 것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어 “당근마켓은 서비스 운영 초기부터 신고 기능 등을 통해 의약품 거래를 제재해오고 있다”며 “우선 식약처로부터 제공받은 모든 의약품 리스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사전 필터링 하는 기술을 개발해 9월 말부터 적용해오고 있다. 또한, 연내 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의약품 거래가 원천 차단될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의 약대 교수는 “문제 제기 이후, 게시물 삭제조치를 하는 것은 뒷북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런 식의 소극적인 태도라면 향후 질정제를 포함한 전문의약품 거래가 당근마켓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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