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현장. <출처=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1대 국정감사 첫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비롯해 공공의료·독감백신 파동 등 여러 의제에 대한 다양한 질의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약사 출신 초선 의원들은 각종 의제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거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또한 소신 발언을 이어가면서 전문직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코로나19’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양측의 보건복지위원들은 코로나19 방역 상황, 치료제·백신 개발, 광화문 집회에 대한 차별 방역 의혹까지 수많은 현안을 다뤘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묘한 경쟁도 벌어졌다. 

사진2. 질의중인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출처=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약 20여 명의 의원 중에서도, 단연 빛을 발한 의원은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수급 관리에 대한 질문으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서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2차 질의를 통해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코벡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최근 임상시험에서 횡단성 척수염 등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코벡스 퍼실리티는 전세계 각국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다. 정부는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 명분(2000만 도즈)을 확보하고 개별 제약사와의 협상을 통해 2000만 명분(4000만 도즈)을 구매할 계획이다.

서 의원은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개별적인 백신공급의향서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지닌 부작용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에 의존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으로 백신 개발이 좌초된다면 차후 백신 물량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대안을 주문했다.

박 장관의 얼굴은 곧바로 굳어졌다. 박 장관은 “현재 정부의 목표량은 전 국민의 60%인 3000만 명분인데, 그중 1000만 명분은 코벡스 퍼실리티에서 확보할 예정이다”며 “다만, 코벡스 퍼실리티에는 아스트라제네카뿐 아니라 다른 제약사들의 품목이 들어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나머지 2000만 명분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뿐만 아니라 화이자, 노바벡스 등 다양한 기업과 개별적으로 협상하고 있다”며 “다행히 우리나라는 백신 자체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워도 생산시설은 갖추고 있어 협상이 용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에 따른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 의원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방역 당국은 무책임하고 오락가락한 대증요법식 방역정책을 펴왔다”며 “2월 9일, 이미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 수십명 발생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라’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국외 확진자의 유입이 가능한 상태에서 괜찮다고 말한 것은 위험천만한 언행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 2월 18일, 대구경북 대규모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며 “정부를 믿고 일반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한 결과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으로 극복했지만 5월 6일 정부는 ‘생활속 거리두기’를 선포했고 3일 만에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사건이 터졌다”고 덧붙였다. K-방역의 빈틈을 지적하는 질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정숙 의원은 “정부의 실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며 “정부는 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연휴를 만들고 문화소비 쿠폰을 발표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 이로 인해 또다시 감염이 폭증해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지 시행됐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역대책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진땀을 흘렸다. 그는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며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초지일관 어느 한쪽만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양쪽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사진3. 질의 중인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출처=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한편 여권에서도 약사 출신 초선 의원의 활약이 돋보였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상병수당’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던진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상병수당이란 건강보험 가입자가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부상으로 치료를 받게 될 경우 발생하는 소득 손실에 대해 보상하는 부가급여를 말한다. 서 의원은 자신의 1호 법률안으로 상병수당 도입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6월 17일 대표 발의했다.

서 의원은 “서울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의 경우 최초 전파자인 콜센터 직원이 아침에 기침·오한 증세가 있었다”며 “하지만 당일 연차 신청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상근무를 강행하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에서 일어난 코로나19 확진자 ‘잠적’ 사건도 마찬가지다”며 “일용직이었던 환자가 며칠 안으로 갚아야 할 급전 때문에 벌인 일이다. 이처럼 확진자 상당수가 회사 눈치를 살피거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슈퍼 전파자의 멍에를 뒤집어 쓴다”고 말했다.

서영석 의원 주장의 핵심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상병수당을 지급해 건강보험의 공적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제도는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소득 보전 제도의 정착을 통해 ‘아파도 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자는 의미다.

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대부분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상병수당 등 소득보전 제도를 통해 개인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고 있지만 임시 방편이기 때문에 한계가 크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상병수당을 도입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 역시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상대적 관점에서 볼 때 상병수당은 취약계층에 더 필요성이 높은 정책”이라며 “연구용역 과정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할 것도 염두하면서 설계하겠다”고 답했다.

사진4. 답변 중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출처=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서영석 의원은 2차 질의 막바지에 ‘의료일원화’와 ‘통합약사’ 주장을 거침없이 이어갔다.

그는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공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는 공공의료 강화를 강요하고 있다”며 “의료인력 확충 방안 마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의사·한의사의 의료일원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부입장에서는 의료일원화를 위한 통합의사제 논의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독일 등 통합의학을 운영 중인 해외국가들이 있다. 의료일원화를 위한 의협과 한의협이 협의체를 운영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는데 학제통합이라도 서둘러 달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통합약사’ 이슈도 제기했다. 그는 “한약사 제도도 다르지 않다”며 “지난 1993년 한약분업 논쟁으로 한약사가 사생아처럼 태어났다. 한약사 제도로 약사와 한약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방치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우회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한약사가 규모가 작고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더 힘들다.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서정숙 의원과 서영석 의원은 국회 경험이 일천한 ‘초선’ 의원이다. 하지만 보건복지위 내부에서는 이들이 약사 직역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원이 다른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다른 국정감사장의 초선의원들이 헛발질로 일관한 모습과는 차이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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