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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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신속 진단 키트를 공급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항체 신속 진단 키트를 통해 역학조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유연한 태도가 아닌 관료주의적인 사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지만 질병관리청은 정작 묵묵부답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당국이 쓰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바이러스가 아주 소량만 있어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신속 진단키트는 몸속에 바이러스양이 많은 경우에만 양성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민감도가 PCR 검사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제품의 민감도가 90%라고 하면 이는 100명의 확진자 중 90%는 찾아내지만 10%는 놓친다는 의미다”라며 “100명 중 10명의 확진자를 놓치게 되면 이 확진자로 인한 추가적인 전파를 당국이 차단할 수가 없게 되고, 또 확진자 본인의 경우에는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에서 제기된 ‘신속진단키트 도입론’에 명확한 선을 그은 것. PCR 검사가 신속진단키트, 즉 항원·항체 검사에 비해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신속진단키트의 도입은 시기상조란 뜻이다. 하지만 정은경 본부장의 언급과 달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선 신속진단키트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청원인 A 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모든 국민들이 너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자영업자 사장들과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굻어 죽을 수도 있다”며 “신속 진단 키트는 10분이면 확인이 된다. 정확성이 떨어지고 불안하면 두 가지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조금 더 확실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면서 “사람들은 빨리 코로나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진단에 6시간이 걸리는 PCR 검사를 국민 전체가 다하려면 고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내용의 국민청원들은 보건복지 분야 게시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은경 본부장 입장과 달리, 신속진단키트와 PCR 검사를 상호보완적으로 병용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 여론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

실제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검사를 병행하는 방식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상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확진자의 역학조사와 관련된 사람들은 PCR 검사를 해야하는 게 맞다”며 “확진자 접촉한지 하루만에 항체가 나오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일주일 전에 접촉한 사람은 역학조사에서 잡히지 않는다. 아무런 검사도 받지 않은 비특이적인 경우 혹시라도 누구와 접촉해서 항체가 생긴건지 궁금한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잠복기 때 접촉해서 무증상으로 지냈다면 그 사람은 약 1~2주가 지나는 시점에서 항체가 나온다”며 “이런 경우 항체 검사를 허용해야 한다. 보통 감염 5일 후 항체가 나오면서 10일이 되면 항체가 굉장히 높게 잡히는데 이 시기에 PCR 검사로는 음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을 찾아가 검사하면 손쉽게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무증상의 정의는 PCR 검사상 양성, 증상이 2주 동안 없는 경우다. PCR 검사상 잡아낼 수 없는 무증상자들을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항체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신속진단키트 제조업체에서도 동일한 지적이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증상자는 검체 채취도 어렵다. 검체를 채취해도 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감염 후 보통 4일이 지나면 민감도(양성)가 30% 이상 떨어진다. PCR 검사상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초기에는 민감도가 높아 PCR 검사가 정확할 수 있지만 감염 후 4일 이상 흘렀는데도 무증상자인 환자를 감별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이 두 가지 검사를 상호보완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라며 “무증상자들은 항체가 나오기 때문에 감별이 PCR 방식보다 쉬운 측면이 있다. 감염 이후 4일 정도 지나면 항체가 형성돼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피 한 방울이면 15분 만에 양성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PCR 검사의 오류를 보정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묵묵부답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앞서 브리핑에서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신속 진단키트를 최종 진단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팜뉴스 취재진은 23일 질병관리청과 중앙방역대책본부를 통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도 듣지 못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질병관리청을 향한 비판이 들리고 있는 이유다.

앞서의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질병관리청이 모든 것을 통제하겠다는 관료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며 “국민 여론과 의료진을 무지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행태다. 미국과 유럽이 항체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해 병용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 굉장히 아쉬운 태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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