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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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무료접종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중단한 것. 질병관리청은 이후 유통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품질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공급에도 똑같은 실수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백신의 냉장유통 유지 관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질병청은 21일 오후 11시경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22일부터 13~18세 대상 무료접종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무료접종 개시가 채 몇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긴급히 사업을 중단했다.

질병청은 이후 22일 브리핑을 통해 백신 무료접종 사업 중단 원인을 밝혔다. 21일 독감백신 일부가 조달계약업체를 통한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

정은경 질병청 청장은 “조달계약업체를 통해 공급 중이던 1259만 명분 중 500만 명분 공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다만 500만 명 전량이 상온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 일부만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접종 전이기 때문에 품질검증을 위해 접종을 중단했다. 약 2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트윈데믹(2가지 이상 전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는 독감백신 무료접종 사업 확대를 천명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백신 상온 노출이 이처럼 갑작스레 사업을 중단할 만큼 큰 문제일까.

의료계는 백신 상온 노출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백신 품질 유지를 위해 유통과정 내내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 체인’이 중요하다는 것.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항원”이라며 “항원은 단백질로 만들어졌다. 백신이 상온 노출되면 항원 단백질이 변질해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적절한 백신 보관 기준은 보통 5도 전후, 2~8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독감백신도 마찬가지다. 백신 품질 보장을 위해서 상온 노출된 백신이 얼마 동안 노출됐는지 노출 시간과 항원 변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번에 상온 노출된 것으로 알려진 백신을 전량 폐기한다면, 방역당국의 독감백신 보급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확보한 무료접종 대상자 물량은 약 1900만 명분이다. 이중 이번에 문제가 된 조달계약업체가 배송한 물량은 약 500만 명분으로 4분의 1을 넘어서는 양이다. 이들 중 얼마만큼이 상온 노출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만약 전량 폐기라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백신 물량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던 정부는 대형 암초를 만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백신 추가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독감백신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서 터진 문제다”며 “NIP용 백신 물량 확보에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품질검사 결과 일부 폐기만 결정된다 해도 폐기된 물량을 제조사 측에서 바로 추가 생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을 생산하는데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는 필요하다. 지금 당장 추가 생산에 돌입해도 1월에나 백신이 완성되기 때문에 한참 늦는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이번 백신 사태를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 상황에 대비한 ‘예방접종’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의 김 교수는 “대량 취급하는 과정에서 관리에 소홀했던 부분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질병청이 모든 부분을 다 관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백신 제조회사나 운송업체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보급할 때도 해당 문제가 터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한동안 물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독감백신의 일부 물량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쳤지만, 코로나19 백신 보급 때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질병청도 콜드 체인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정 청장은 "백신은 생물학적 제제로 콜드 체인의 유지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콜드 체인 관리를 어떻게 더 강화할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 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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