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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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인공 바이러스’설이 재등판했다. 중국 홍콩대 출신 바이러스 전문가로 알려진 옌리멍 박사가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를 중국 우한시에 있는 바이러스 연구소로 지목한 것. 하지만 학계는 ‘검증되지 않은 연구’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학술 논쟁은 이번 사례 외에도 수차례 있었다. 학계는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확한 기원을 알 수는 없지만, 인공합성을 단정할 과학적 근거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옌 박사는 14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공적인 합성물이라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연구논문 공유 사이트인 ‘제노도(Zenodo)’에 발표했다.

논문은 크게 3가지 주장을 담고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다른 바이러스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주장을 근거로 살폈을 때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마지막 주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내 스파이크단백질(숙주에 대한 바이러스의 결합 부위)에 인공적인 합성의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옌 박사는 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합성할 수 있다면서 6개월 안에 관련 논문을 발표하겠다고도 예고했다.

하지만 의‧과학계 전문가들은 옌 박사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동료 평가도 거치지 않은 데다가, 주장에 대한 근거도 과학적으로 빈약하다는 것.

그키카스 마기오르키니스 그리스 아테네대 위생 및 역학부 교수는 “옌 박사의 논문은 과학 논문의 필수 단계인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며 “논문 초안이 공개된 것으로, 학계 전문가의 타당성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 논문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앤드류 프리스턴 영국 바스대 생물학 및 생화학부 연구원도 “옌 박사의 논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며 “데이터는 해석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논문 속 주장은 음모론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국내 학계도 이 논문만으로 바이러스의 인공합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내 일부 인위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합성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학계는 코로나19 인공 발생설에 대해 경계하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합성됐는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발생했는지를 증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동물에서 발생했다는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는 논문이 많았다. 1월 21일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와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의 공동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박쥐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일 것이라는 논문이 바이러스학저널(JMV)에 게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천산갑이라는 동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연관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내용의 논문도 국제학술지 ‘네이처’ 3월 26일자에 실린 바 있다. 바이러스가 각종 야생동물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 이어진 것.

하지만 곧이어 학계 일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했다는 주장을 뒤엎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논쟁의 막이 올랐다.

샤오보타오(肖波濤) 중국 화난이공대 교수는 2월 6일 논문 공유 사이트 ‘리서치게이트’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합성된 바이러스 중 하나가 유출됐고 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것.

이후 4월 보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연구소 소속 스정리(石正麗) 주임이 기밀문서를 갖고 해외로 도피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스 주임은 이후 해외 도피설을 부인했고 5월 18일에는 논문 초고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자연 발생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가설은 꾸준히 나왔다. 7월 5일 블룸버그통신 등 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미 7년 전 중국 연구기관에 접수됐는데, 다름 아닌 바이러스 합성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라는 것.

앞서의 보도에 따르면 2012년 중국 윈난성의 폐광산에서 박쥐 배설물 청소에 나선 인부 6명이 발열과 기침을 동반한 중증 폐렴에 걸렸는데, 이때 발견된 바이러스 ‘RaTG13’가 코로나19와 96% 이상 유사하다는 것이다. 자연발생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앞서의 옌리멍 박사가 저격한 바이러스도 RaTG13였다. 옌 박사는 14일 발표한 동일 논문을 통해 RaTG13 바이러스는 실재하지 않는 바이러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학계는 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과학적인 이유 외에도 ‘숨은 1인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김신우 교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과학자의 정치적 의도나 신념, 또는 주목받기를 바라는 마음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주장이 신빙성을 얻기 위해서는 검증받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옌리멍 박사의 논문을 포함해 그동안 여러 가설을 주장했던 많은 이들은 관심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학계에서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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