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국내 연구팀이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와 리렌자에 모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고위험군인 독감 환자 중 항바이러스제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발판을 마련한 연구로 풀이된다.

정주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항체를 이용해 다제내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7월 9일자에 발표했다.

다제내성 바이러스란 복수의 항바이러스제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A/H1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신종플루) 중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와 리렌자(성분명 자나미비어) 모두 약효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를 다제내성 바이러스로 간주한다.

연구팀은 다제 내성 바이러스의 표면적 특성에 주목했다. 다제 내성 바이러스는 일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달리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뉴라미니데이즈(neuraminidase)의 아미노산에 돌연변이가 있다. 뉴라미니데이즈는 숙주 세포 내에서 증식한 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나갈 수 있도록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로, 바이러스 확산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와 리렌자는 모두 뉴라미니데이즈의 기능을 차단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한다. 하지만 다제내성 바이러스 경우 뉴라미니데이즈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타미플루와 리렌자가 뉴라미니데이즈에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문제는 다제내성 바이러스와 일반 바이러스의 뉴라미니데이즈 표면 구조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미노산이 2개밖에 차이 나지 않아 구조가 유사한 까닭이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뉴라미니데이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선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뉴라미니데이즈 항원에 대한 결합력 측정 및 모델링 분석을 통해 해당 항체가 다제 내성 바이러스에 일반 바이러스보다 100배 강한 결합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해당 기술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진단키트는 금 나노입자에 신규 개발한 항체를 도포하는 형식으로 개질해 제작했다. 금 나노입자 표면의 항체와 다제내성 바이러스 표면의 뉴라미니데이즈가 결합하면서 금 나노입자와 바이러스가 엉겨 붙는 응집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진단키트는 별다른 장비 없이 육안으로도 다제내성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원리는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진단키트나 임신테스트기와 같다. 검체를 진단키트에 넣고 10~20분 뒤 검출선 형성 여부를 확인해 1줄(대조선)만 생기면 비감염, 2줄(대조선 및 검출선)이 생기면 감염이다.

또 다제내성 바이러스의 농도에 따라 검출선의 진하기도 차이를 보여, 다제내성 바이러스와 일반 바이러스가 혼합된 조건에서 다제내성 바이러스의 농도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신규 개발한 진단키트가 다제내성 바이러스 환자를 효과적으로 선별해, 항바이러스제의 오·남용을 막고, 환자의 빠른 치료를 돕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다제내성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빠르게 진단하면, 해당 환자에게 타미플루나 리렌자 대신 최근 국내허가된 신형 독감 치료제 조플루자를 투여하는 등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며 “다제내성 바이러스 감염 치료를 위한 적절한 약물 선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제내성 환자에게 약효가 미미한 타미플루와 리렌자 처방을 줄일 수 있어, 독감 유행 시기 타미플루와 리렌자에 대한 수요를 낮추고, 항바이러스제의 오·남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독감에 관한 공포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며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수요가 과도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다제내성 인플루엔자 환자를 빠르게 선별할 수 있다면 오·남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