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 김응민 (emkim8837@healingnlife.com)

 

우리에겐 ‘3분 카레’로 친숙해진 ‘커리’는 인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여기엔 숨은 일 인치가 있다.
인도 현지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커리 하나 주세요”라고 한다면, “어떤 커리로 드릴까요?”라고 되묻거나 수십가지의 목록이 가득한 차림표를 보여줄 것이다. 심지어 메뉴판에 아예 커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커리는 인도말로 ‘소스’라는 의미로, 주로 매콤한 국물 요리를 지칭하는 말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고추장과 같이 인도 사람들은 식재료에 따라 커리를 적절하게 조합해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추장으로 돼지고기를 볶으면 제육볶음이 되고, 멸치를 볶으면 멸치볶음이 되는 것처럼 양고기 커리나 시금치 커리와 같은 음식들도 사실 해당 재료에 향신료를 더한 국물 요리일 뿐이다.

마치 직접 담근 고추장은 그 맛이 집마다 다르고 가게마다 차이가 있는 것처럼 인도의 ‘커리’도 천차만별이다. 인도인들은 거의 모든 요리에 강황이나 큐민, 코리안더, 정향, 계피, 카르다몸, 후추 등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며 이런 향신료를 미리 혼합해 둔페이스트를 ‘마살라(मसाला)’라고 부른다.

즉, 인도의 대표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커리가 아닌, ‘마살라’라고 답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커리’는 현지에서 ‘마살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마살라는 그 형태로도 인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온갖 종교와 문화가 뒤섞여 있는 인도의 모습이, 수십·수백가지의 향신료를 품고 있는 마살라와 꼭 닮은 것이 그 이유다. 인도 요리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이 마살라를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바로 정통 인도요리 전문점 ‘겐지스’에서다.

필자가 마살라를 맛보기 위해 ‘겐지스’ 내부로 들어서자 마치 인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널찍한 구조에 인도를 연상시키는 커튼과 벽 장식들이 눈에 띄었고 입구에는 각종 인형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기왕 정통 인도요리 전문점에 왔으니, 애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풀코스’로 주문을 했다.

난 위에 겐지스만의 특제 소스를 곁들여 신선한 시금치와 양파, 블루베리, 망고를 올린 스페셜 샐러드 난, ‘겐지스 베랃베렏 (Ganges flat bread)’와 신선한 계절 야채에 특제 드레싱을 뿌린 ‘그린 샐러드(Green salad)’로 시작했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한 겐지스만의 달콤하면서도 맛있는 소스가 일품이었던 플랫 브레드는 갓 구운 따뜻한 난과 시원한 망고, 그리고 신선한 야채가 어우러져 새로운 경험을 선사 했다.
이와 토마토, 양파, 그리고 계란을 얇게 슬라이스 친 그린 샐러드도 입맛을 돋웠다.

이윽고 대망의 메인 요리인 ‘마살라’가 나왔다.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띠까 마살라(Tikka masala)’는 화덕 에서 구운 재료와 양파, 파프리카를 넣어 만들었고, 특히 약간 매콤한 맛이 가미돼 있어 느끼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아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인도를 대표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카니(Makhani)’도 맛볼수 있었는데,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했지만 생크림과 버터를 넣어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시킨 맛이었다.

이 두 가지 메뉴에 버터 난과 갈릭 난을 듬뿍 찍어 먹으니 여기가 한국인지 인도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인도 정통 음료인 ‘라씨(Lassi)’였다. 라씨는 홈메이드 요거트로 만든 음료로 그 어느 곳에서보다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었다. 필자가 주문한 것은 블루베리 라씨였는데, 블루베리의 상큼함과 달콤한 요거트가 만나 식사의 만족도를 한층 더 높여줬다.

나중에 알고보니 겐지스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Vegetarian curry도 있었는데, 그 종류가 무려 8가지나 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갠지스가 바로 ‘할랄 푸드’를 취급한다는 것이었다.

할랄 푸드란 이슬람에서 허용한 식품으로, 곡물이나 과일 채소 등은 별다른 규정이 없지만 육류의 경우 이슬람식 도축법에 따라 도살한 가축의 고기만을 취급해야 한다.

이슬람 교도들인 ‘무슬림’들은 일반적으로 돼지고기와 술 정도만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할랄 푸드로 조리한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
무슬림들과 채식주의자, 그리고 인도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은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서울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정통 인도요리 전문점 ‘갠지스’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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