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환 감독(저널리스트·영화감독·다큐멘터리 PD)

사진. 구수환 감독
사진. 톤즈 마을에서 촬영 중인 구수환 감독(좌)

≫ 남수단에서 만난 ‘섬김의 리더십’

정말 놀라웠던 점은, 톤즈 마을에서 이태석 신부의 제자를 만나면서부터 벌어졌다.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를 맞아 그분의 기록물을 정리하던 중에, 톤즈 마을에서 이 신부의 제자였던 학생이 남수단이 아닌 에티오피아의 약학대학에 재학 중인 것을 알게 됐다. 학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가정 형편이 좋지 못했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공부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로 직접 찾아가 학생을 만났더니 그토록 열심히 공부한 이유를 내게 털어놨다.

그는 “어렸을 때 존리(이태석 신부의 현지 별명) 신부님과 약사가 될 것을 약속했다”며 “톤즈 마을은 의료 사정이 좋지 못하니, 나중에 약사가 돼 신부님을 대신해 아픈 사람들을 돌볼 것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 수십 명이 남수단과 에티오피아 등에서 의과대학·약학대학 등에 진학해 있었고, 그들이 환자를 대하는 장면에서 앞서 언급한 이태석 신부의 ‘5가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사람’이 아닌 ‘사랑의 부활’을 그린 영화

사진. 한센인 마을에서 의료봉사하는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
사진. 한센인 마을에서 의료봉사 중인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

영화 <부활>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이 톤즈와 인근 한센인 마을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존리 신부님이 살아 돌아왔다’라고 하더라.

사실 ‘부활’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쓰기까지 고심이 많았다. 자칫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감안해야 했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 제자들이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부활 외에는 붙일 만한 단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석 신부가 뿌린 사랑의 씨앗이 10년이 지나 열매를 맺고, 제자들이 또 다른 씨앗을 뿌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의 부활’ 그 자체였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 달라

먼저, 전국의 교육청 등과 협의해 청소년들에게 영화 <부활>을 보여주고 싶다. 성인들의 경우 이미 사고가 굳어져 쉽게 바뀌기 어려운 반면, 사고방식이 유연한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4년 전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저널리즘학교를 운영하면서 이태석 신부의 삶을 가르치고 있는데 반응이 대단하다. 학생들이 점차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들이 향후 사회로 진출해서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영화에 관련해서는, 이신부의 제자인 45명의 의대생들이 졸업 후 병원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다. <울지마 톤즈>의 ‘완결편’이라고 할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남수단을 매년 방문해 제자들의 삶을 기록하려고 한다.

≫ 끝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2011년부터 (사)이태석 재단에 아낌없는 후원을 베풀고 있는 ‘중헌제약’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십 년째 재단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톤즈 마을과 남수단에 각종 의약품과 구호 물품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톤즈 마을의 브라스밴드 단원들과 남수단 정부 고위인사가 우리나라에 방문했을 때에도 전폭적 지원을 해주었다.

영화 <부활>에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 신부의 제자 중 한 명이 중헌제약으로부터 하얀색 가운을 선물 받아 뛸 듯이 기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이 신부처럼 의사의 길을 꿈꿨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그 꿈을 포기한 상태였다.

이러한 후원을 단순히 회사의 홍보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그에게 ‘하얀 가운’을 선물한다는 발상은 결코 나올 수 없다. ‘더 좋은 의약품으로 더 나은 삶과 세상을 향하여’라는 회사의 슬로건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